▲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2012년 8월 구속 수감됐으나 그가 구치소에서 보낸 시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SBS
<그알> '회장님의 이상한 수감생활' 편을 보면서 사법부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을 절감한다. 구속집행정지는 필요한 제도 중 하나다. 문제는 운영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교정 시설에 수감됐다면 처우는 불편부당해야 한다. 그러나 실태는 달랐다.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를 건의한 장본인은 남부구치소장이었다. 구치소장이 구속집행정지를 건의할 수는 있다. 단, 재소자가 연고자가 없을 경우에 한해서다. 김 회장은 엄연히 가족도 있고, 회사에 그의 신병만을 전담할 담당자도 임명할 위치에 있었다. 그럼에도 구치소장이 직접 구속집행정지를 건의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강변했다.
"사회에서는 이해를 못하는데 저희들은 이해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것을 다 감내를 잘 하죠. 감내를 잘 하는데 지위가 높아져 있는 사람일수록 감내를 못합니다. 절대 못합니다."이 말을 다시 풀이하면, 고위층에 있는 사람일수록 수감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몸에 이상이 생긴다는 말이다. 교정시설의 책임자가 했을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말이다. <그알> 취재진이 접촉한 수감자 역시 구치소장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더 큰 문제는 법원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병으로 수감생활을 할 수 없다는 김 회장 측의 주장을 네 차례나 수용했다. <그알> 취재진은 의료진이 법원에 낸 소견서를 전문의들에게 전달해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소견서 곳곳에 허점이 발견됐다. 더구나 2013년 1월 구속집행정지 결정 이후 작성된 소견서엔 '알츠하이머형 치매/초기 치매' 소견이 적혀 있었으나 2014년 2월 집행유예 결정이 내려진 이후 소견이 빠진 사실도 발견했다.
법원이 의료진이 낸 소견을 면밀하게 들여다 봤다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법원이 김 회장에게 은전을 베풀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통계가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그알> 취재진에게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이 풀려나던 2013년, 구속집행정지를 제기한 2만6716명의 재소자 가운데 484명만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전체의 1.8%에 불과한 수치다. 법원이 극히 일부에게만 구속집행정지처분을 내렸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의원은 <그알>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다.
"구속집행정지라는 제도는 필요한 제도에요. 구속을 해놓고 나서 뭔가 사정변화가 생긴다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 편의를 봐줄 필요는 있겠죠. 그러나 적용되는 실태를 볼 때 굉장히 불공정하게 적용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거죠."기울어진 저울추, 바로 잡는 게 적폐청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