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손정은·박성호의 반성, MBC '보도참사'를 '나치 만행'에 비유하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새출발한 MBC <뉴스데스크>, 4일간의 변화

17.12.30 18:08최종업데이트17.12.30 18:08
원고료로 응원

2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MBC 기자들을 대표해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단도직입적이고 묵직했다. 유례없는 방송사 메인뉴스의 '사과방송'이었다. 특히 박성호 앵커는 오프닝에서 위와 같이 단도직입적으로 사과했다. 지난 26일 출범한 '새' MBC <뉴스데스크>는 이후로 양일간 거침없고 통렬한 '반성 리포트'로 문을 열었다. 이 역시 한국 언론사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긴 분량이었다. 이틀 연속 계속된 사과와 반성 중 잊을 수 없는 대목은 바로 26일 박성호 앵커의 클로징 멘트였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2년 전에 유대인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아우슈비츠 만행을 거론하면서 머리를 숙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 사람들의 영원한 책임이다'라고 했는데요. 지난 세월 뉴스가 저지른 횡포를 기억하는 것 또한 MBC 기자들의 영원한 책임입니다. 기억해야 행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고, "행동"하겠다는 다짐? 그럴 수 있다. 이미 60분짜리 '새' <PD 수첩>과 <MBC 스페셜>이 2012년 파업 이후 망가졌던 MBC의 과거와 그 배경, 그 과오 진상들을 세세하게 짚으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사의, MBC 뉴스의 보도참사를 "나치 만행"에 비유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 만큼 혹독하고 오래도록, MBC 뉴스의 그간의 횡포를 기억하겠다는 진정성 어린 호소였을 것이다. 더불어 공허한 반성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엿보였다. 27일 클로징의 내용이 그랬다.

"반성 리포트는 일단 오늘로 마치지만 저희는 불편부당한 공영방송 뉴스라는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손정은 앵커)

"그런데 얼핏 이런 사과의 대상이 지난 몇 년에만 국한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시기에 상관없이 반성해야 할 것 많습니다. 폭넓은 목소리를 듣고 반영했는가, 시청자 이해를 돕도록 친절하게 설명했는가. 비판적으로 문제 제기하면서 질문했는가, 이 모든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박성호 앵커)

특히 박성호 앵커는 "불편부당한 공영방송 뉴스는 여전히 도달하지 못한 목표"라면서도 위와 같은 멘트로 '사과'와 '반성'의 진정성을 우회적으로 호소했다. 박성호 앵커의 이러한 자문자답은 과연 MBC가, MBC 뉴스가 '김재철 체제' 전으로, 즉 이명박 정권 전으로만 돌아간다면 그만인가, 그 시절 MBC와 MBC 뉴스는 '절대선'이었고, '불편부당한' 보도를 해왔는가에 대한 자기 성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6일과 27일, 양일간의 공을 들여 내보낸 '새' <뉴스데스크>의 '비판 리포트'는 그러한 진정성을 전달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MBC 구성원들에게 뼈아픈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는 MBC의 '세월호 보도참사'를 첫머리에 내세운 것 자체가 그러했다. 지난 4일간 <뉴스데스크>의 변화를 짚어 봤다. 시청률도 26일 3.9%(닐슨 코리아 기준)로 출발, 29일 4.3%로 올라섰다. '최승호 체제'의 <뉴스데스크>, 그 드라마틱한 변화가 시험대에 올랐다. 

첫째 날, '세월호 보도참사'를 반성하다

26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세월호를 구하지 않고 정권을 구한 방송, 정부의 입이 되어 한 방향으로 몰아간 방송, 바로 권력에 충성했기 때문이고, 공영방송의 진짜 주인인 국민을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MBC 안에서는 부당한 보도를 밀어붙인 세력과, 그에 맞선 기자들도 있지만 냉정히 말해 시청자들께 그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결과적으로 나쁜 뉴스는 계속 나갔습니다. 저항이 좌절됐다고 무기력과 자기검열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기자 윤리, 저널리스트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합니다."

26일 박성호 앵커의 반성은 지속됐다. 이와 대구를 이루는 것이 바로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처절하고 통렬한 절규다. KBS·MBC 총파업을 지지하는 '돌마고' 집회 당시 무대에 섰던 유 위원장의 이 발언은 과거 MBC라면, 아니 어느 방송사에서도 쉬이 다룰 수 없는 수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발언은 첫 '반성 리포트'였던 <진실 은폐, 가라앉은 진실…세월호 보도 참사>의 끝머리를 장식했다.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들의 사장이 아니고, KBS, MBC의 보도본부장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그 언론을 따내야만 여러분들 틈바구니 속에 '기레기'가 단 한 마리라도 숨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보도참사'에 일조했던 양대 공영방송의 뉴스 책임자라면, 구성원들이라면 통탄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호소이자 일침이었다. 이렇게 이날 눈에 띄는 박성호, 손정은 앵커의 '사과'와 '반성'만은 아니었다. <뉴스데스크>는 첫 '반성 리포트'로 '세월호 보도참사'를 선택했다.

'전원 구조' 오보를 비롯해 MBC의 손에 꼽기도 힘든 왜곡, 날조 보도를 낱낱이 까발림으로서, MBC 구성원들에게 트라우마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세월호 보도참사'를 기꺼이 반성한 것이다.

이 반성 리포트는 내용과 구성 면에서 '새' <PD수첩>의 첫 방송과 일치했지만, 메인 뉴스의 첫머리 6분 30여초의 걸친 보도라는 점에서 MBC 역사에 길이 남길 만한 리포트로 남게 됐다. 떠올려보라. MBC가, 공영방송이 과거 '땡전뉴스'나 '정권 어용방송'에 대해 언제 이와 같은 사과방송을 한 적이 있었는지를. 

둘째 날, '박근혜 방송'을 돌아보다

2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국정농단 국면에서의 MBC 보도는 특히나 노골적인 청와대 방송, 권력의 나팔수 그 자체였습니다. 보기 힘들 정도로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며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뉴스만 나열했고, 촛불집회는 축소하고, 태극기집회는 지나치게 확대해 보도했습니다."

27일 손정은 앵커는 자사의 뉴스를 '청와대 방송', '권력의 나팔수'로 규정했다. 두 번째 '반성 리포트' 제목은 <'권력의 입'이 되다…"MBC뉴스를 반성합니다">였다. 국정 농단 사태에 이어 촛불혁명으로 이어진 2016년 하반기와 2017년 한 해, MBC는 노골적인 '박근혜 방송'으로 전락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태극기 집회' 보도였다.

"오늘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1만 명, 경찰 추산 3만 명이 모였는데..." (2016년 12월 17일)

"이번 탄핵 국면이 언론의 거짓선동 때문이고" (2017년 2월 11일)

"고영태 세력의 국가반란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2017년 2월 18일)

"특검 수사는 강압적이고 절차가 불법이라며" (2017년 2월 25일)

"언론과 검찰, 국회와 특검을 믿지 않습니다." (2017년 3월 1일)

"태극기 집회가 회차를 거듭하면서 참가자들은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017년 3월 1일)

'박근혜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국면에서 절정에 치달았던 '태극기 집회'. MBC가 본격 '극우 방송'으로 전락했던 그 시기, <뉴스데스크>는 주최 측 추산인 51만 명이란 수치를 그대로 전달하는가 하면, 화면 편집을 통해 '태극기 집회'를 부풀리고, '촛불 집회'를 축소하는 후안무치의 왜곡과 날조를 일삼았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그러한 수치스러운 MBC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를 전달하기 위해 두 번째 반성리포트는 정권과 MBC 경영진의 "은밀한 거래"를, 국정 농단 사태에서 MBC 뉴스의 금기어였던 "태블릿 PC"와 "고영태 녹취록"을, 본격 '어용뉴스'를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보도를 짜임새 있게 갈무리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 PD수첩> 'MBC 몰락, 7년의 기록' 편의 요약편이라 할 수 있었지만, 리포트를 전한 기자의 다짐은 여전히 묵직했다.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외쳤던 지난 겨울 이 광장에 MBC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자격이 없다며 시민들은 MBC를 쫓아냈고 MBC가 쫓겨나는 것을 시민들은 지켜봤습니다. 듣고 본 것을 머리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셋째 날, 해고 노동자들을 격려하다

2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한 장면. ⓒ MBC


"정말 쓸데없이 떼쓰는 사람이 아니고 옳은 일을 하는 거라고 인정받고 싶은 거 같아요."

27일 방송된 KTX 해고 승무원인 정미정씨의 인터뷰다. "해를 넘겨도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던 <뉴스데스크>는 27일과 28일 KTX 해고 승무원들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오늘을 취재했다. 기자의 리포트는 이랬다.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된 인도의 다국적 기업은 복직을 약속했지만 복직 희망자 1천400여 명 가운데 실제 복직된 사람은 102명뿐. 그 사이 해고자와 이들의 가족 29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연사했습니다. 해고자 열에 아홉은 불면증과 우울증을 한 번쯤 겪었습니다. 그래도 언젠간 돌아갈 거라는 희망으로 오늘을 버티고 있습니다."

대법원까지 갔지만 패소 끝에 빚더미에 오른 KTX 해고 승무원들은 11년째 복직 투쟁 중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기나긴 복직 투쟁을 거쳐야 했던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을 찾아 복직을 호소 중이다. <뉴스데스크>는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된 인도의 다국적 기업은 복직을 약속했지만 복직 희망자 1천400여 명 가운데 실제 복직된 사람은 102명뿐"이라고 소개했다.

KTX 해고 승무원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오늘을 소개한 <뉴스데스크>는 '새' <PD수첩>의 첫 번째 방송에서 "국민을 위한 방송,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위한 방송,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 그런 MBC로 거듭나겠습니다"라던 손정은 앵커의 다짐을 방송을 통해 다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MBC에서 노동자들의, '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드는 것이 몇 년 만인 건가. 격세지감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29일 <뉴스데스크>는 JTBC <뉴스룸>이 주도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희귀병과 산재 문제를 다뤘다. 이러한 시리즈가 비단 새롭게 출범한 <뉴스데스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단발성의 '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을 천명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넷째 날, 듣도 보도 못한 정정 방송을 시도하다

29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6일에 제천 화재현장의 CCTV 화면을 보도하면서 한 소방대원이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돌아다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보도 이후에 전·현직 소방관들의 지적이 있었는데요. 현장 지휘관은 불 끄러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밖에서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하는 역할인데, 마치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러한 설명 뒤 손정은 앵커는 "그래서 저희는 화면에 나왔던 그 소방관을 직접 만나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고 전했다. 그러자 김종희 제천소방서 소방경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김종희 소방경은 "저희들은 현장에서 절대 뛰어나디면 안 됩니다"라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손정은 앵커는 멘트를 통해 "많은 분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거기에 응답하는 차원으로 당사자 의견을 전해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이것이 과연 사과 방송인지, 정정 방송인지 헷갈린 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뉴스 당사자들과 시청자들의 지적에 '응답'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적을 받은 보도 내용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출연해 '정정'을 하는 방송사 메인뉴스도 흔치 않다. 하지만 앞으로 쏟아질 수많은 정정 요청과 지적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당장 자신과 관련된 MBC 보도에 '오보'라며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이 입장이 확연히 갈리거나 '팩트' 취재가 불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당장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한 최근 <뉴스데스크> 보도에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고, 이에 대한 후속보도는 매끄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기본의 회복도 좋지만, 뉴스에 있어 의욕 과잉은 언제나 경계해야 하지 않겠나. 

'새' <뉴스데스크>는 분명 달라졌다. 반성과 자성은 물론 보도 논조도, 시선과 방향도 확연히 달라졌다. 의욕도 넘치고, 의의도 충분하다. 그러나, 그러한 '새출발'은 기본 전제와도 같다. 김종희 제천소방서 소방경의 출연도 결국 <뉴스데스크>에 쏟아진 지적 때문 아니었나. 반성과 성찰로 시작한 <뉴스데스크>가 "불편부당한 공영방송 뉴스"라는 목표에 어디까지 도달하는지, 국민들의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집중 되고 있다.

뉴스데스크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