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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학점' 아스널...교수님 뚝심 하나는 'A학점'

21년간 리그 810경기 지휘한 아르센 벵거 이야기

17.12.31 11:57최종업데이트17.12.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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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봉한 영화 <피버피치>에는 축구에 빠져 사는 한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영어교사이자 학교 축구 코치로 활동하는 폴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날의 오랜 골수팬으로, 어디에서건 늘 아스널을 연호하고 생각하며 그들과의 짜릿한 동침을 이어간다.   

할리우드 명배우 콜린 퍼스가 연기한 폴이라는 사람을 지켜보다 보면 문뜩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아르센 벵거(68) 감독이다.

벵거 교수님의 '뚝심', 빛 볼수 있을까

아르센 벵거 감독의 모습 ⓒ 아스날 구단 공식 홈페이지


프랑스 출신의 벵거 감독은 1996년 아스널 지휘봉을 잡은 이후 21년이 지난 현재까지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취미가 '축구경기 분석', '훈련 프로그램 연구'라고 하여 영국 현지에서 '교수(The professor)'라는 별칭으로 곧잘 불리는 그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리그 원정 경기에서 개인 통산 810번째(468승 197무 145패, 승률 58%)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지휘하며 '전설' 알렉스 퍼거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가올 2018년 1월 1일 웨스트 브롬위치와의 리그 원정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사령탑 최다 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될 벵거 감독의 지난 21년 축구 인생은 줄곧 '롤러코스터'로 비유된다.

데니스 베르캄프(네덜란드),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이상 프랑스), 프레드리크 융베리(스웨덴), 질베르투 실바(브라질) 등 제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며 2003~2004 시즌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로 무패 우승을 달성했고, 당시 벵거가 추구하던 패싱 게임은 '뷰티풀 풋볼(Beautiful football)'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세간의 찬사를 받았다.

물론 잉글랜드 최고 권위의 FA컵에서 역대 최다인 7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벵거 감독의 기억 속엔 화려한 영광뿐 아니라 치욕과 수모로 점철됐던 과거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키워낸 '아스널의 전설'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던 2000년대 중반부터 위기는 시작됐다. 홈구장 건설로 인한 구단의 긴축재정 여파로 라이벌 팀들과는 달리 스타급 선수 영입이 힘들었던 사정이 그들의 위기를 부추겼다.

하지만 190cm의 큰 키만큼이나 자신감도 컸던 벵거 감독은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역량 있는 유망주를 발굴해 팀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알리며 팀의 장기 플랜을 짠 것이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스페인), 아론 램지(웨일스), 사미르 나스리(프랑스) 등 숱한 유망주들로 팀을 재편한 아스널은 전성기 시절처럼 빠르고 정확한 패스 축구로 팬들에게 즐거운 축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벵거 감독이 자신 있게 내세운 철학의 결말은 늘 아름답지 못했다. 스타들을 앞세운 선 굵고 효율적인 실리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에게 번번이 무너졌다. 벵거 감독이 내세운 젊은 유망주들의 패기만으론 상대의 노련미를 제압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아스날은 현재까지 14년 넘게 리그 무관에 그치고 있다.

매 시즌 같은 실패를 반복하며 팬들에게 고집불통으로 낙인찍힌 벵거는 올 시즌에도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 영입 없이 알렉산드르 라카제트(프랑스), 잭 윌셔(잉글랜드), 시코드란 무스타피(독일), 엑토르 베예린(스페인) 등 자신이 선택한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고집스러운 패싱 축구를 이어가고 있다.

아스널은 '패스의 팀'답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패스 횟수 랭킹에서 2위(16385회)를 기록 중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리그 성적은 6위(11승 4무 5패)다.

영화 <피버피치> 엔딩장면에는 아스널의 역전 우승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아스널 때문에 여자친구와 멀어졌던 폴은 결국 아스널의 우승 덕에 다시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 작품 속의 주인공 폴 만큼이나 아스널을 사랑하는 벵거 감독. 과연 그에게도 '성적'과 '팬심' 모두를 사로잡는 순간이 다시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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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아르센 벵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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