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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 진압했던 민주화 인사? '1987' 이렇게 보면 꿀잼

[리뷰] 영화 < 1987 > 의 사연 많은 캐릭터들, 과거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17.12.30 15:17최종업데이트17.12.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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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7일 개봉한 < 1987 >은 1987년에 벌어진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담고 있다. ⓒ CJ 엔터테인먼트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경찰과 수배자, 변호사와 검사, 가해자와 피해자. 상반되는 상황에 놓인 두 인물이 동일인이라면 어떨까.

27일 개봉한 영화 < 1987 >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8일 기준 관객수 58만8746명을 돌파했다. 일일 관객수는 20일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장준환 감독의 < 1987 >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87년이 시대적 배경이다. 1987년은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외침이 있던 시기였다. 그해 1월 14일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살 나이의 대학생 박종철 군이 폭행, 전기고문에 이어 물고문을 당하던 중 사망에 이르렀다.

이 사건을 남영동 관련자들뿐만 아니라 청와대까지 나서서 심장마비로 조작·은폐를 시도했다. <1987>은 바로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과 밝히려는 이들의 치열한 싸움을 담아냈다. 그런데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자칫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갈 우려도 있었다. 상업영화에서 빠트려선 안 될 '보는 재미'를 놓치면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제작진은 여기에 신의 한수로 연희(김태리 분)라는 허구의 87학번 연세대 신입생을 등장시켰다.

영화 초반부에서 삼촌에게 워크맨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대학 새내기 연희의 모습이다. ⓒ CJ 엔터테인먼트


연희는 암울한 잿빛 영화에 새내기의 연둣빛 활기로 완충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사건의 주요 실존인물들과 자연스레 얽히는 관계를 통해 볼거리와 웃음을 제공한다. 또한 그 인물들과 사건을 함께 겪으며 무관심한 모습에서 점차 깨어있는 시민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결과 관객은 더 큰 울림과 감동을 받는다.

김태리는 지난 2016년 6월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하녀 숙희 역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숙희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으로 소매치기 고아 신분을 속이고 귀족인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를 모시는 하녀다. 숙희는 순진하면서도 당찬 눈빛을 발사했고 히데코와 공모하여 남자들을 혼내주는 당돌함을 가졌다.

김태리는 < 1987 >에서 신분상승에 성공해 여대생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당찬 모습은 그대로 간직했다. 물론 전작과 달리 시작할 때는 음모인 줄 모르고 가담한다는 차이점이 있으나, 단순한 개입에서 후반부로 가면 아예 적극적으로 사건에 관여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아가씨>에서 예쁜 아가씨와 사랑에 빠졌던 김태리는 대학생이 되자 잘생긴 선배를 좋아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연희의 아빠나 다름 없는 외삼촌 한병용(유해진 분)은 교도소에서 노조 설립을 주도하다가 파면된 후 복직된 인물이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한병용 캐릭터는 알고 보면 냉혹한 킬러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개봉해 69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럭키>에서 유해진은 실력파 킬러로 등장한다. 게다가 극중에서 배우로 제2의 반전인생도 산다.

재야에서 활동하는 민주화 운동가 김정남(설경구 분)은 대공수사처 박 처장(김윤석 분)에게 쫓기고 있다. 그러나 설경구는 아이러니 하게도 영화 <박하사탕>(2000)에서는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민들을 공격했던 군인 김영호 역할을 맡았다.

교활한 안기부 장 부장이 요정에서 박 처장과 만나 음모를 꾸미고 있다. ⓒ CJ 엔터테인먼트


< 1987 >의 반전 캐스팅 중 하나는 바로 문성근이다. 전두환 대통령 최측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안기부 장 부장(문성근 분)은 더없이 비열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문성근의 부친인 문익환 목사는 1980년대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가다. 더군다나 문익환 목사는 7월 9일 연세대 노천광장에서 고 이한열 열사를 포함한 총 26명의 열사와 2천여 광주 영령을 부르는 추도사로 매우 유명하다.

이한열 역은 배우 강동원이 맡았다. 이한열은 잔혹한 정권에 맞서며 민주화를 외쳤고 6월 9일 연세대 궐기대회에서 맨몸으로 항거하다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인물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영화 <군도>(2014)에서 오히려 백성을 수탈하며 칼을 휘두르는 권력자로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정우는 박 처장에 대항하는 최검사 역할을 맡았다. ⓒ CJ 엔터테인먼트


<군도>에서 권력자에게 맞서는 백정 도치 역은 하정우 몫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민머리' 백정은 < 1987 >에서 잘 다듬어진 머리 스타일을 자랑하는 서울지검의 부장검사로 인생역전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정의파'에 술 좋아하는 기질은 여전했다. 최 검사는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박 처장에게 "법대로 하자"고 주장하며 진실을 알리려 한다. 하지만 근무 중에도 술을 마시질 않나 화났다고 전화기를 깨부수는 등 성질머리(?)는 그대로였다.

더 놀라운 것은 하정우가 경쟁작인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변호사로 활약한다는 점이다. 하정우는 저승에서도 가장 '대장'인 강림차사 역을 맡았다. 해원맥(주지훈 분)과 덕춘(김향기 분)이 믿고 의지하는 대장으로 책임감이 막중했다.

<신과 함께>에서 어리숙한 검사로 실력파 변호사 하정우에게 매번 당하는 오달수는 < 1987 >에서 언론인으로 아주 잠깐 등장한다. 이때도 다소 소심쟁이 스타일이다. 하지만 영화 <공모자들>(2012)에서는 장기밀매에 관여하는 외과의로 냉철한 지성미를 뽐냈다. 어디 그뿐인가. 영화 <국가대표2>(2016)에서는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감독이었다. 어수룩한 외모 속에 고기능 브레인을 탑재한 인물의 매력은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났다.

이 사연 많은 < 1987 >배우들이 내년부터 또 어떠한 인생으로 살지는 모를 일이다. 확실한 단 하나의 진실은, 제아무리 잘 짜인 스토리에 실감나는 볼거리가 있을 지라도 배우들의 기막힌 변신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 1987 >은 탄탄한 이야기 전개에 실화가 남긴 메시지 그리고 생생한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졌으니 그야말로 안 보면 후회할 작품이다.

영화 <1987> 영화리뷰 민주화운동 박종철 고문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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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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