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국으로 복귀하는 손정은 아나운서부당 전보로 아나운서국을 떠났던 손정은 아나운서가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이 끝난 뒤 지난 11월 15일 아나운서국으로 출근하는 모습.
유성호
'화려한 귀환' 최근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MBC 인사 개편 목록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지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해고당하고, 쫓겨나고, 업무에서 배제됐던 언론인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았고, 이어 중책에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MBC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앵커로 낙점된 손정은 아나운서도 '화려한 귀환'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2006년 MBC에 입사해 < PD수첩>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 등 시사 프로그램에서부터, 예능 <일밤-신입사원>, 라디오 <새벽이 아름다운 이유> <보고 싶은 밤> DJ 등 장르는 넘나들며 MBC의 대표적인 간판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2년 170일 파업 참여 이후 방송에서 배제됐고, 2016년 3월에는 사회공헌실로 부당전보돼 '아나운서'라는 이름을 빼앗겨야 했다.
그런 손 아나운서가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나운서들이 파업을 선언하며 '방송 거부'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스타 아나운서도 피할 수 없었던 탄압은 여러 시민들에게 권력에 의한 방송 장악의 심각성을 알리는 촉매제가 됐다. 또,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꿋꿋이 회사를 지킨 손 아나운서의 믿음은, 아직은 MBC를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MBC 지킨 손정은의 '뚝심'... MBC 뉴스 재건 적임자로 낙점
▲지난 8월 22일 '방송거부-업무거부 돌입 기자회견' 당시의 손정은-이재은 아나운서의 모습
권우성
손정은 아나운서는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뉴스데스크> 앵커 발탁 이유에 대해 "MBC의 몰락을 지켜보고 경험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MBC 재건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 이런 나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실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보신 것 같다"고 자평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지난 12일 < PD수첩> 스페셜 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사했다. 파업 기간 여러 번 미디어에 등장했지만, 그건 '아나운서 손정은'으로서가 아닌, '파업 중인 MBC 구성원'인 손정은의 모습이었다. "아나운서 호칭 쓰지 말라"는 압박까지 받았던 치욕의 시간을 끝내고, MBC 몰락사를 전달하는 진행자로 등장한 자신의 모습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봤을까?
"사실 오랜만에 TV 속 제 모습을 보면 마냥 떨리고 설렐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MBC의 몰락과정을 알리고, 시청자분들에게 자성과 반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었는데, 제 마음과 100% 일치했거든요. '아, 내가 나왔구나'라는 마음보다는, '그동안 MBC에 실망하셨을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마음이 잘 전달됐을까?'라는 걱정이 더 컸어요. 더 많은 분들이 MBC의 변화를 반겨주셨으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주셨으면... 이런 초조함으로 방송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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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방송된 MBC < PD수첩>의 한 장면. |
ⓒ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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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방송 복귀이다 보니, 카메라 앞이 어색하기도 하고 스스로 부족한 점도 많이 보였다. '새내기 아나운서 때의 마음이었냐'고 물으니, "그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방송하는 것만으로 마냥 기쁘고 행복하던 새내기 때와 달리, 이젠 너무 많은 것들을 겪고, 그 시간을 견뎌낸 뒤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아나운싱하는 스킬에 대한 감은 분명 떨어졌지만, 방송을 대하는 진심만큼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했다.
"아나운싱 연습을 더 한다거나, 제 외모가 더 예쁘게 나왔으면 한다거나, 이런 마음은 버렸어요. 분명 신입 아나운서 때는 이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많은 신경을 쓰기도 했고, 카메라 앞에 설 때면 무거운 책임감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더 컸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요. 멋있어 보이려는 말이 아니라, 앵커가 가져야 할 겸손함, 진실성, 진정성에 대해 이젠 정말 절실하게 가슴 속 깊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어요. <뉴스데스크>를 준비하면서도 발음이나 외모를 가꾸기보다는 제작진과 더 호흡하고 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깊이 있게 진행하려 해요. <뉴스데스크>의 새로운 타이틀이 '시민에게 응답하는 MBC 뉴스, 소통하는 MBC 뉴스'거든요. 스튜디오에 앉아서 혼자 멋있게 뉴스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시민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들려고 합니다."MBC 향한 시청자들의 우려·경고·질책... "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