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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준 '조선일보'와 위로 준 청룡영화상... 이것이 달랐다

위안부 피해자부터 광주항쟁 참가자들까지 아우른 수상작 선정 돋보여

17.11.26 14:27최종업데이트17.11.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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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택시운전사>. 제작사인 더 램프 박은경 대표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 SBS 화면


<조선일보>는 일제 강점기 천왕폐하 만세를 외쳤고 1980년 5월 광주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도로 몰았지만, <조선일보> 계열사가 주최하는 청룡영화상은 5월 광주를 그린 <택시운전사>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아이 캔 스피크>를 선택했다.

<조선일보>는 청룡영화상의 후원사기도 하다. 해당 신문이 근현대사 피해자들에게 아픔과 고통을 줬다면, 오히려 청룡영화상이 그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위로를 전한 상반된 모양새였다.

지난 25일 저녁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청룡영화상은 사회성 짙은 역사 영화들이 선전했고, 독립·저예산영화의 부각, 그리고 부산 이전 문제로 어수선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저력을 보인 행사였다. 주로 상업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주요 영화제들의 수상 기준과 비슷한 안목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독립영화의 힘 보여준 신인감독상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연애담> 이현주 감독 ⓒ SBS 화면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수상자(작)들이 선정됐지만 그 중 화제를 모았던 수상자는 <연애담> 이현주 감독의 신인감독상 수상과 <범죄도시> 진선규의 남우조연상 수상, 그리고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배우의 여우주연상과 김현석 감독의 감독상 수상이었다.

우선 <연애담>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작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한 저예산영화로 춘사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배우 이상희가 배우상을 받았다. 이현주 감독은 지난 10얼 부산영화제 기간에 열린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감독과 배우가 번갈아가며 국내 영화상 수상 무대에 올랐다.

대내외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영화였는데, 청룡영화상의 선택까지 받게 되면서 그 의미가 커졌다. 개봉 후 2만 40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 면에선 아쉬웠지만 청룡영화상이 이 영화를 택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끌게 됐다.

이현주 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배급사인 인디플러그, 영화를 상영해준 독립예술영화관들에게 감사를 나타냈다. 배급사나 독립영화관들은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감독이 이들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한 것은 힘든 시기를 견뎌낸 것에 대한 위로와 연대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남우조연상 진선규의 눈물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범죄도시> 진선규 ⓒ SBS 화면


<범죄도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진선규는 이번 수상의 최대 화제였다. 쟁쟁한 다른 부문 수상자들을 제치고 청룡상의 주연으로 떠올랐다.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한 진선규의 수상 소감이 주목받으며 시상식 직후 그의 이름이 주요 포털의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몰고 왔다.

오랜 시간 무명배우로 활동했던 배우가 고생 끝에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순간이었기에 상대적으로 길었던 진선규의 긴 수상소감은 감동과 함께 객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진선규는 영화 <특별시민>에서 시장의 운전기사 길수 역을 맡았고, <남한산성>에서 초관 이두갑 역,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보안계장 역으로 출연했다. 이번 청룡상에는 그가 출연한 작품 3편이 후보작에 올랐다.

진선규는 기족부터 시작해 자신이 소속됐던 극단 동료, 친구들까지 일일이 언급하며 긴 감사를 이어갔는데, 소속사 대표로 언급된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이주래 대표는 주로 연기력 있는 배우들을 키워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후보작들이 발표됐을 때 "후보로 오른 것만도 영광이다. 후보들이 너무 쟁쟁해서 (수상) 엄두를 못내겠다"며 <범죄도시> 감독님은 꼭 수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범죄도시>에는 진선규의 소속사 동료들이 여럿 출연했다. 연길식당 사장 역에 민경진 배우가, 강홍석 형사 약혼녀 역으로 윤주 배우가 함께 했다. 진선규는 지난 11월 9일 영평상 시상식에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강윤성 감독을 축하하기 위해 시상식장을 찾아 꽃다발을 직접 전달했는데, 이번에 수상자가 되면서 감격이 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부채 의식 작용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배우 ⓒ SBS 화면


<아이 캔 스피크>에 출연한 나문희 배우의 수상은 역대 여우주연상 수상자 중 최고령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시상식 초반 고 윤소정, 고 김영애 배우, 고 김지영 배우, 고 김주혁 배우 등 올해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난 배우들을 추모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나문희의 수상이 더욱 각별했다.

감독상 수상자로 김현석 감독이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연출력이 뛰어난 감독들의 작품이 많았다는 점에서 김 감독 스스로도 예상 밖의 결과인 듯 조금 당황한 모습이었다.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밝힌 대로 "결함이 꽤 있는 영화인데 좋게 봐주신 것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받은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감독 ⓒ SBS 화면


<아이 캔 스피크>는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최우수작품상과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택시운전사>와 함께 청룡상의 주역이 됐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박열>의 최희서나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더 킹>의 김소진 역시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다만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촬영조명상 만을 수상하며, 청룡상의 외면을 받았다.

대작 영화였던 <군함도>와 <남한산성>은 각각 이후경 미술감독이 미술상, 황동혁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다관왕은 최다관객상까지 3관왕을 차지한 <택시운전사>였으나 단편상과 인기상을 제외한 16개의 본상을 11작품이 나눠가지며 골고루 분배한 향상이 됐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대자보>의 곽은미 감독이 청정원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며,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연애담>과 함께 영화사관학교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대자보>는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선재상을, 아시아나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 전북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데 이어 청룡상까지 휩쓸며 단편영화의 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는 부산으로의 강제 이전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태여서, 빼어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것을 마냥 기뻐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청룡영화상 아이 캔 스피크 택시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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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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