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손석희 사장의 '앵커 브리핑' 중에서.
피클
지상파 3사 중 메인뉴스를 통해 이 삼성 직업병 문제를 보도한 방송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포항 지진과 세월호 미수습자 추모식 등 주요 현안에 밀렸다고 보기에도 힘들다. 그간 지상파에서 이 문제를 파헤친 보도는 찾기도 어려웠다. 한국을 지배하는 '삼성 비판'이란 금기는 지상파에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리라.
시쳇말로 그 어려운 걸, JTBC와 손석희 사장이 지속해 오고 있다. 심지어 <뉴스룸>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까지 보도한 바 있다. MBC에서 쫓겨난 손석희 사장이 JTBC로 이적하고 <뉴스9>을 진행하기 시작한 4년 전에는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할 만하다. <뉴스룸>이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신뢰성 등에서 독보적인 매체 영향력을 획득했다고는 하지만 '삼성 비판'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세 번이나 불러 손석희 사장 교체를 압박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홍석현 전 회장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러한 외압 사실을 직접 털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JTBC와 손석희 사장의 맹활약이 삼성가와 홍 회장 일가 사이에 거리를 두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는 '뇌물죄' 등 혐의로 옥중 경영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감옥으로 보낸 1등 공신이 JTBC와 손석희 사장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관측이라 할 수 있다. 국정농단 보도의 포문을 열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단초가 된 것이 바로 JTBC의 '태블릿 PC 보도'였기 때문이다. 한 미주 언론은 이와 관련, 삼성가가 홍 회장에게 책임을 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JTBC의 성역 없는 (국정 농단 사태 보도와) '삼성 비판'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3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전격 사임한 직후 손 사장은 앵커브리핑을 통해 이와 같이 못 박았다. 조기대선 정국이 한창이던 그때, 홍 회장의 사임이 대선 출마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과 이로 인해 JTBC 보도부문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일었던 터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삼성전자 직업병 보도로 알 수 있듯,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손석희 사장의 다짐과 약속은 지금까지 공수표가 아닌 걸로 증명됐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JTBC와 <뉴스룸>이 짊어졌던 짐을 이제는 다른 언론이 나눠질 때가 됐다. '삼성 비판'을 포함해서 말이다. 최근 김장겸 전 사장이 해임된 MBC가 우선이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과 기능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공영방송 정상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것도 같은 이유 아니겠나. 조금은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야만 '포스트 손석희' 이후를 편안하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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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