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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조용한 FA시장, '거품' 빠질까?

[프로야구] 까다로운 FA조항에 조용한 시장, '숨고르기'일까

17.11.21 11:46최종업데이트17.11.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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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위즈 입단이 확정된 FA 황재균
ⓒ kt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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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쩐의 전쟁'이 예상되던 2017 프로야구 FA시장이 의외로 잠잠하다. 스토브리그 개장 이후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썰렁할 정도다. KBO리그에서 FA자격을 얻은 선수들과 해외 유턴파까지 20여 명 가까운 선수들이 구단과의 협상을 기다리고 있지만 현재까지 계약을 맺은 선수는 3명 뿐이다.

문규현이 원소속팀 롯데와 총액 10억에 2+1년 계약하면서 첫 스타트를 끊었고, 권오준도 삼성과 총액 6억 원에 2년 계약을 맺었다. 최근 국내 FA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소박한 수준이다. 미국에서 돌아온 황재균은 kt 위즈와 총액 88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올해 FA시장의 첫 대박계약이 탄생했다.

하지만 황재균 이후로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일부 선수들이 모 구단과 합의에 거의 도달했다거나,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는 '카더라'는 간간이 들려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김현수, 손아섭, 민병헌, 강민호 등 당초 이번 FA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선수들의 거취가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어급 선수들의 행선지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베테랑이나 준척급 선수들의 계약 역시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 모양새다.

일단 김현수는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의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미국에서의 심적고생이 컸던 듯한 태도를 보이며 국내 복귀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아직까지는 분명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MLB닷컴' 등 현지 언론에서 김현수를 저평가받은 타자로 분류하는가 하면, 보스턴 등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영입설이 나오는 등 여전히 김현수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남아있는 상태다.

손아섭 역시 메이저리그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손아섭은 2년 전 포스팅 구단의 동의 아래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려서 무응찰의 굴욕을 당한바 있다. 손아섭은 지난달 26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데 이어 본인도 메이저리그행에 대한 꿈이 남아있음을 밝힌 바 있어서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상황에 따라 김현수-손아섭 두 선수의 거취문제는 해를 넘겨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전력보강을 결정해야 할 국내 구단들 입장에서는 마냥 기다릴수는 없는 입장이다.

잠잠한 FA시장, '숨고르기'일까 '거품' 빠지는 중일까

국내 FA시장의 분위기도 예년과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다. 일단 올겨울에는 외부 FA 영입에 관심을 두지 않는 구단이 늘었다.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는 이미 지난해 최형우의 영입과 양현종의 잔류 등으로 엄청난 지출을 단행한 만큼 올겨울에는 기존 선수들의 보상만 챙겨주기기에도 벅차다.

준우승팀 두산 역시 민병헌이 FA 자격을 얻은 데다 김현수도 국내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야수진이 풍부한 팀내 사정상 굳이 큰 돈을 들여서 잡아야 할 필요성은 낮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FA에 대한 대접이 짠 편이다. 롯데는 올시즌을 앞두고 이대호의 복귀로 역대 최대규모의 거액을 쓴 데다 또다시 FA자격을 얻은 주전포수 강민호를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

넥센은 구단주인 '이장석 쇼크'로 인하여 외부 FA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 SK는 올해보다는 2018년 FA자격을 앞둔 최정이나 이재원을 단속하기 위하여 실탄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몇 년간 큰 손으로 군림했던 한화도 올겨울에는 리빌딩을 선언하며 FA시장에서 일찍 철수한 모습이다. 황재균을 영입한 KT 역시 더 이상의 대형 계약은 부담스러운 눈치다. 그나마 올해 5강싸움에서 탈락한 삼성이나 LG 정도가 몇몇 외부 FA의 영입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올 뿐이다.

하지만 예년에 비하여 FA 영입 경쟁 자체가 많이 시들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분위기다. 수요가 적으니 경쟁도 성립되지 않는다. 각 구단이 최근 몇 년간 경쟁적인 대형 FA 영입에도 불구하고 비용에 비하여 정작 그 효과에는 의문부호가 붙은 경우가 많았다. 대형 계약이후 개인 성적의 꾸준함이나 팀성적과도 일치한 경우는 장원준(두산)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까다로운 FA 보상 규정상 베테랑 선수일수록 이적이 쉽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올해 대어급 FA들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소속팀 잔류가능성에 무게가 기운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만성적자인 프로야구 시장에서 선수들의 실제 기량이나 상품성에 비하여 과열된 FA 몸값의 거품론은 많은 구단들도 공감하고 있으며,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많다.

여론의 냉랭한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수 없다. 대표적으로 이번 FA시장에서 사실상 가장 먼저 대형 계약의 총대(?)를 맸던 황재균과 KT 구단은 오히려 야구팬들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냐'는 싸늘한 반응만 접해야 했다.

최근 현장 사정에 밝은 선수-감독출신의 단장들이 프런트로 대거 유입되면서 FA에 대한 평가가 엄격해진 것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각 구단들은 올해부터 저마다 부담스러운 대형 계약보다는 신중함과 합리적 판단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FA시장의 행보는 오는 22일 열릴 2차 드래프트 이후가 되어봐야 조금씩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까지 조용한 올해 FA시장이 잠깐의 '숨고르기'인지, 아니면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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