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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린 신태용호, 아직 검증 더 필요하다

완벽에 가까웠던 콜롬비아전... 차근차근 과제를 해결해야 할 시기

17.11.11 18:06최종업데이트17.11.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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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답답한 경기력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결과가 가시권 안에 들어오면서 신태용 감독은 급하게 지휘봉을 물려 받았다. 기본적으로 축구 팬들 사이에서 신뢰가 높은 감독이었기에 신태용 감독을 향한 기대감은 컸다.

허나 부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치러낸 이란·우즈베키스탄 2연전에서 신태용호는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강한 비판과 비난의 화살이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에게 향했다. 여기에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거스 히딩크 감독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가 터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반드시 반전을 이뤄내야 했던 러시아와 모로코로 이어진 평가전에서는 2대4, 1대3으로 완패를 당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붓는 격이었다. K리거가 빠진 '반쪽짜리' 대표팀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여론은 완벽하게 신태용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모 아니면 도, 모가 나온 신태용호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2-1로 승리를 거둔 손흥민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콜롬비아와 평가전은 신태용호에게는 평가전 그 이상의 경기였다. 지난 2개여월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한국 축구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콜롬비아전 승리가 절실했다. 승리만 할 수 있다면 많은 것을 일거에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콜롬비아란 상대는 강한 상대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중심으로 세계 유수의 클럽에서 뛰는 스타 플레에어들이 콜롬비아에는 즐비했다. 부상을 당한 소수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원정길에 참여했다.

10월에 가졌던 두 번의 A매치에서 패배한 이후에는 K리거를 데려갈 수 없어 전력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변명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신태용 감독이 직접 가동 가능한 모든 선수를 선발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때문에 만일 콜롬비아전에서 또 다시 무기력하게 패하면 신태용호는 동력 자체를 잃을 공산이 컸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콜롬비아 선수들과 다르게 신태용호는 비장한 자세로 경기를 준비했다.

앞선 경기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란 많은 이들의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은 90분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콜롬비아에게 2대1 승리를 거뒀다.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던 관중들은 콜롬비아전을 통해 신태용호가 보여준 반전을 기쁘게 만끽했다.

적어도 콜롬비아전 한 경기에서는 많은 부분이 합격점을 받았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이 지적받아왔던 많은 약점들을 콜롬비아전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먼저 에이스 손흥민의 부활과 중심축 기성용의 활약이다. 한동안 기성용은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서 온전하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대표팀에서는 소속팀과는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던 손흥민은 대표팀에만 오면 겉돌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기성용은 우리 모두가 알던 그 기성용으로 돌아왔다. 패스는 정확하게 동료들에게 전달됐고, 노련하게 중원에서 팀의 전체적인 플레이를 진두진휘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은 유려한 탈압박으로 무력화시켰다.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올수록 거친 플레이를 일삼은 콜롬비아 선수들에게 앞장서 대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뛰던 것처럼 폭발적으로 경기장을 누볐다. 전방에 공간이 발생하며 여지없이 뛰어들어가 공간을 선점하고 공을 받았다. 슈팅 찬스가 나면 패스보다는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최대 장점인 힘있고 정확한 슈팅으로 두 번이나 상대의 골망을 갈랐다. 상대 수비수 여럿에게 둘러쌓여도 공을 쉽사리 뺏기지 않았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투지를 보여줬다.

손흥민과 기성용의 맹활약보다 더 팬들을 놀라게 한 부분은 수비다. 러시아-모로코로 이어진 두 경기에서 한국은 '모래알 조직력'으로 무려 7골이나 헌납했다. 가장 큰 문제를 드러냈던 중앙 수비수 자원이 이번에도 그대로 중용을 받을 예정이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장현수-권경원이 호흡을 맞춘 중앙 수비수 라인과 김진수와 최철순이 더해진 포백은 단단했다. 개인 기술이 좋은 콜롬비아 선수들이 탄력을 받지 못하도록 거친 수비로 그들의 플레이를 방해했다. 무조건적인 짧은 패스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시하며 위기를 자초하지 않았다.

포백 라인 자체도 좋았지만 신태용 감독이 선택한 4-4-2 포메이션도 수비 강화에 한 몫했다.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구사하면서 다시 유행을 탄 4-4-2 포메이션은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이 평평하게 구축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라인의 공간을 좁혀서면 수비 어떤 지역에서든 수비 숫자가 확보되기에 구조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인 포메이션이다. 신태용 감독은 젊고 투지 넘치는 선수들로 두 줄의 덫을 쳐놨고, 하메스를 비롯한 콜롬비아 선수들은 그 사이에서 헤맸다.

에이스의 부진, 불안한 수비, 투지가 보이지 않는 플레이 등 대부분의 플레이에서 비판을 받아왔던 한국은 이날에는 많은 부분을 개선하는 데 성공하면서 찬사를 받고 있다. 콜롬비아의 감독과 선수들도 한국이 강해서 본인들이 패했다고 인정할 정도로 수원의 밤은 완전히 한국의 것이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일단 한숨은 돌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평가전 한 번을 이겼을 뿐이다. 다소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는 해결할 과제가 많다.

먼저 가장 크게 지적받고 있는 부분은 역시 세트피스 수비다. 한국은 손흥민의 연속골로 2대0으로 일찌감치 앞서 갔지만, 후반 30분 하메스가 올린 프리킥을 크리스티안 사타파가 머리로 밀어넣으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지난 러시아전에서 세트피스로만 2골을 실점했고, 모로코와 경기에서도 세트피스 장면마다 불안감을 노출했던 대표팀이었다.

상대의 세트피스 공격은 월드컵 같이 큰 무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월드컵에서 맞이해야 할 상대팀에는 훌륭한 키커들이 가득하다. 이번 콜롬비아전에서 봤듯이 콜롬비아는 시종일관 한국에게 흐름을 내줬지만, 간간이 얻어낸 세트피스 찬스로 한국을 위협했고 기어코 득점을 만들어냈다. 거칠고 투지있는 수비로 아무리 상대의 필드 플레이를 막아내도 세트피스 장면에서 골을 허용하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뿐이다.

세트피스는 공격도 만족스럽지 못한 흐름이다. 킥에 일가견이 있는 손흥민과 권창훈이 번갈아 세트피스를 처리했지만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절대적으로 약체인 한국 입장에서는 세트피스 공격 기회는 몇 없는 절호의 찬스다.

콜롬비아가 그랬던 것처럼 밀리고 있던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기에 세트피스만한 것이 없다. 실제로 한국은 1990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10 남아공 월드컵까지 매 대회마다 세트피스 득점을 뽑아냈다. 세트피스로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한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최악의 월드컵으로 남은 것이 우연이 아니다.

실로 오랜만에 대표팀에 플랜A 전술로 선택을 받은 4-4-2 포메이션에 대한 걱정도 있다. 현재 K리그의 대부분의 팀은 4-2-3-1 혹은 쓰리백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수비 상황에서는 부분적으로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실제로 콜롬비아전에 나선 선수들도 소속팀에서 대부분 다른 포메이션에서 활약 중이다.

즉,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단 한 경기만으로 4-4-2 포메이션이 본선까지 한국이 선택해야 할 첫 번째 옵션이 될 수는 없다. 콜롬비아전에서 선발로 나선 선수들은 비교적 4-4-2 포메이션과 신태용 감독의 전술 의도를 잘 이해했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도 완벽히 이 전형을 소화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본선 무대에서는 상대의 스타일과 전력에 따라 한국도 포메이션에 변화를 줘야 한다. 월드컵에서 한 가지 포메이션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국가는 극소수다. 4-4-2 포메이션의 발견은 기쁜 일이지만 아직 만족할 시기는 아니다.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도 본선 전까지 치열하게 점검해 봐야하는 사항이다. 콜롬비아전에서 손흥민과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근호의 플레이는 일단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반면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이정협의 플레이는 아쉬움이 더 컸다. 전반전에 맹활약했던 이근호가 나가자마자 투 톱의 위력이 급격하게 반감이 됐다. 일단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는 이근호가 없으면 손흥민의 플레이는 전처럼 막힐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근호보다 젊고 더 저돌적인 황희찬이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아직 시간이 많기에 걱정은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비상 상황을 고려해서 나쁠 것은 없다. 손흥민의 득점력 갑자기 실종되지 않는 한 한국 대표팀은 손흥민의 발 끝에 많은 것을 기대해야만 한다. 이근호 이외에도 언제든지 손흥민의 득점력을 살릴 수 있는 선수가 더 많이 존재해야 손흥민의 득점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문제점이 전무한 팀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사실 콜롬비아전을 통해 신태용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혹할 정도로 콜롬비아전은 완벽에 가까웠다. 다만 주장 기성용이 그랬듯 안주하기에는 이르다. 반전의 실마리는 찾았다. 콜롬비아전에서 보여줬듯이 다가올 세르비아전과 남은 7개월 간의 시간 동안 차근차근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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