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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디나-헥터, '외국인이라 소외된' 영웅들

[KBO리그] 올 시즌 최고의 활약 펼치고도 정작 시상식 투표에서는 외면?

17.11.06 16:47최종업데이트17.11.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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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MVP를 휩쓸며 KBO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다.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은 6일 인터컨디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블룸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656점을 얻어 294점의 최정(SK 와이번스)과 208점의 헥터 노에시를 제치고 2017년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한편 신인상은 (모든 야구팬이 예상한 것처럼) 총 535점 중에서 503점을 획득한 넥센 히어로즈의 이정후가 수상했다.

이미 지난 한국시리즈에서도 MVP에 선정됐던 양현종은 KBO리그 역대 최초로 정규리그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양현종으로 시작해 양현종으로 끝난 올해 KBO리그에서 본의 아니게 서러움을 감수해야 했던 선수들이 있었다. 양현종에 버금가는(때로는 능가하는) 성적을 기록하고도 기자단 투표에서 외면을 받은 KIA의 외국인 선수들이다.

과연 올 시즌 헥터의 활약과 기여도는 양현종의 1/3도 채 되지 못했을까. ⓒ SPOTV 화면 캡쳐


호세-로페즈-나이트,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았던' 개인상?

외국인 선수의 시상식 잔혹사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뛰었던 펠릭스 호세는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335 36홈런102타점 90득점 출루율 .503 장타율 .695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지명타자 부문 골든 글러브는 당연해 보였고 MVP를 노리기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성적이었다.

하지만 9월 배영수 폭행 사건에 연루된 호세는 그 해 MVP 투표에서 기자단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고 골든 글러브마저 양준혁에게 내주고 말았다. 물론 야구장 내에서 경기 중에 상대 투수를 폭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프로야구 역대 최고 출루율 기록(.503)에 36홈런을 때리고도 14홈런 출루율 .449(물론 이 기록도 충분히 대단하지만)의 양준혁에게 골든 글러브를 내준 것은 분명 의아한 일이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아킬리노 로페즈가 희생양(?)이 됐다. 정규리그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KIA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로페즈는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7이닝 3실점 승리에 이어 5차전 완봉승을 거뒀다.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1.69로 시리즈 MVP가 되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 해 한국시리즈 MVP는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나지완의 몫이었다(나지완의 2009년 한국 시리즈 타율은 .250에 불과했다).

물론 한국시리즈MVP는 시리즈에서 강한 임팩트를 주는 선수에게 주는 것이 KBO리그의 전통이다. 대표적인 예가 1984년의 고 유두열 코치. 당시 유두열 코치는 한국 시리즈 타율이 .143에 불과했지만 3개의 안타 중 하나가 7차전에 나온 역전 결승 홈런이었다는 이유로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시리즈MVP를 놓친 선수가 바로 한국시리즈 4승 신화의 고 최동원이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가 비인기 구단의 설움을 경험했다. 2012년 넥센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낸 나이트는 208.2이닝을 던지며 16승4패 2.20으로 평균자책점과 이닝, 퀄리티스타트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17승6패 3.55으로 다승왕에 오른 삼성 라이온즈의 좌완 장원삼이었다. 장원삼의 성적도 훌륭했지만 2012년 KBO리그 최고의 투수는 누가 뭐래도 나이트였다.

외국인 선수라는 이유로 홀대 받는 문화(?) 사라져야

시상식의 외국인 선수 홀대는 올 시즌에도 이어졌다. 먼저 한국시리즈MVP. 2차전 완봉승에 이어 5차전 세이브를 기록한 양현종은 기자단 투표 74표 중 과반이 훌쩍 넘는 48표를 받아 MVP에 선정됐다. 물론 양현종은 2차전에서 1-0의 살얼음 승부를 지켜내며 완봉승을 차지했고 5차전에서는 우승을 확정 지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KIA의 V11에 있어 가장 짜릿한 순간을 만들어낸 선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양현종이 영웅이 되면서 쓸쓸하게 묻힌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타율 .526(19타수10안타) 1홈런7타점에 빛나는 3번 타자 로저 버나디나였다. 버나디나는 한국시리즈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두 번의 결승타를 포함해 KIA 우승을 위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고도 두 차례의 커다란 임팩트를 남긴 좌완 에이스에게 시리즈 MVP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6일에 열린 2017 KBO 시상식에서는 헥터가 조연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헥터는 정규리그에서 20승5패 3.48을 기록했다. 20승6패3.44의 양현종과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성적이다. 탈삼진(149-158)은 조금 뒤지지만 이닝(201.2이닝-193.1이닝)과 퀄리티 스타트(23-20), 승률(.800-.769) 부문에서는 오히려 헥터가 양현종을 앞섰다. 사실KIA는 두 선수의 표가 갈려 '홈런왕' 최정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KIA가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양현종이 2,3위의 점수를 합친 것보다 150점 이상 많은 656점을 받으면서 여유 있게 MVP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시상식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헥터는 208표로 최정에게도 뒤진 3위에 머물렀다. 헥터는 양현종과 비슷한 성적을 올리고도 정작 MVP 투표에서는 양현종의 1/3도 표를 받지 못한 것이다. 만약 비슷한 기록을 두산의 장원준이나 롯데의 박세웅이 기록했다면 MVP 투표는 훨씬 치열했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는 기본적으로 입단할 때부터 많은 연봉을 수령한다. 그리고 한국의 리그에서 한국 선수가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기록을 따로 나누지 않는 KBO리그에서 유독 투표에 의한 수상에서만 외국인 선수가 번번이 소외 받는 문화(?)는 분명 지양해야 한다. 여자프로농구처럼 외국인 선수들의 기록을 개인 수상 내역에서 모두 제외해 버릴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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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7 정규리그 시상식 양현종 헥터 노에시 로저 버나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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