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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우가 겪은 출발선, 또 하나의 풋풋한 배우가 섰다

[inter:view] 영화 <사월의 끝>에서 처음 주연을 맡은 신인 배우 이빛나

17.10.30 15:52최종업데이트17.10.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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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월의 끝>의 배우 이빛나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 말을 했어야지!"

한 시간짜리 인터뷰가 끝나고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인사를 하는 시간. 매니저는 안타까워하면서 배우에게 한 마디를 보탠다. 매니저는 기자에게 다가와 이 배우가 모 대학 연극영화과에서 이번에 1등을 했노라고 '그 말을 하라고 인터뷰 전에 그렇게 말을 했는데 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배우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내젓는다. 아마 자기 입으로 학과에서 1등을 했노라고 말하기 민망하다는 뜻이었을 거다.

'신인 배우'라는 단어에 이미지가 있다면 꼭 이런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앳된 얼굴의 신인 배우 이빛나는 올해 처음으로 작은 독립영화 <사월의 끝>에서 주연을 맡아 연기를 선보였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빛나는 영화가 개봉하고 관객들이나 기자들이 쓴 감상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중국에서 이 영화를 보러 한국까지 온 관객이 있다는 말을 전하면서는 수줍게 "예의상 해주시는 말이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대신 달았다.

11살부터 방송으로 입문해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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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데뷔작'은 영화 <친정엄마>(2010)지만 이빛나가 방송 활동을 시작한 것은 11살 때의 일이다. 11살의 이빛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이모의 모델이 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모의 블로그에 올라온 자신의 사진을 보고 연락이 와 이런 저런 촬영장을 다니게 됐다. 그는 이후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단역을 맡아 모습을 비추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된 그는 학교 안에서는 연기를 배우고 학교 밖에서는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록 아쉽게 최종에서 떨어진 오디션이지만 한 번은 오디션을 위해 사이코패스 역할을 연습하면서 주변인들에게 "잘 어울린다. 정말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듣고 앞으로도 자신의 모습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 수줍어하다가도 "좋은 배우가 될 거라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래도 오디션을 보러 가서 '너 연기 못 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자신은 있다"는 말을 할 때는 결연한 얼굴을 해 보인다.

"박보영·천우희·한예리 선배님을 좋아하는데 오디션에서 '자유 연기'를 선보일 때면 선배님들이 연기했던 신을 연습해 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자신감은 크지만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배우인 만큼 알아가야 할 것도 많다. 그는 가는 현장마다 '연기 선배들'에게 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고 했다. 모든 선배의 공통된 조언은 '배우는 자유로워야 하니 많은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었단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 활동을 해오며 이 길로 쭉 걸어온 '모범생' 같은 그의 인상에 대해 많은 배우 선배들은 ''난 못 하겠다'는 것 없이 여러 가지를 해봐야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처음 주연을 맡은 <사월의 끝>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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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사월의 끝>은 주연을 맡은 만큼 그가 많은 정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비밀에 싸인 여고생 '주희' 역을 맡아 연기한 이빛나는 촬영이 끝나고도 캐릭터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질 못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잘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긴장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그는 "진짜로 우울했다. 수업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나고 그랬다"고 말한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에 정이 많이 들었는데 떠나 보내야 하지 않나. 촬영을 오래 해서 더 그런가?" 그는 지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만나는 중이다.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 없느냐는 말에 그는 콕 집어 하나를 이야기했다.

"조금은 우울하고 어두운 세계의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것 같다. <유나의 거리>도 그랬고. <사월의 끝>의 주희도 그랬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황정음 선배님이 하셨던 그런 경쾌하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마침 그는 학과에서 '코믹 연기'에 대해 배우고 있다. 동기들이나 선후배들을 앞에 세워두고 연기를 해 웃기는 거로 점수를 매긴다고. 수줍었던 성격을 잠시 거두고 몸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니 곧 이 배우를 웃기고 재밌는 역할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사월의 끝>의 배우 이빛나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빛나 사월의 끝 신인 배우 친정엄마 유나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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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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