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훈
-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있었다. 이 영화도 어찌 보면 김구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나. <서프라이즈>도 마찬가지로 숨은 이야기를 다루는 거고. 그런 면에서 연관성이 있지 않나?
"15년 전에 <서프라이즈>를 처음 만들었다. 자랑스러운 내 대표작이 맞는데 아직도 그걸로 불리는 게…. 그거 말고도 연출한 게 많고 영화를 한 지도 10년이 넘었는데 그보다 이전에 연출했던 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니까. 그래서 애증의 느낌이 있다. 매주 희한한 이야기를 다섯 개씩 찾아서 현장에서 촬영을 하고 방송을 내보낸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심할 때는 현장에서 작가랑 같이 대본도 썼다. 그때 내공이 엄청 생긴 것 같다.
감독마다 스토리텔링의 스타일이 있다. 예를 들어 이창동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영상으로 만든 소설'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이창동 감독님은 소설가이고. 나는 '와, 살다가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감동과 재미와 의미?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게 내 스타일인 것 같다. <서프라이즈>를 해서라기보다는. 기자님도 치하포 사건(기자 주- 김구가 1896년 황해도 치하포에서 일본인을 죽이고 체포된 사건. 그는 이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인천 감옥에 수감된다)을 아셨다면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나는 그 이야기를 보자마자 만들고 싶더라."
- <서프라이즈>에 이어 영화 <조선마술사>나 <가비>까지. 역사물에 관심이 많은가? "일단 다음 영화는 '현재'를 다루었다. (웃음) 역사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한국 역사만이 아니라 서양사나 동양사 등 재밌는 책들 계속 읽는다."
- 이번 영화에는 어떤 책을 참고했나? "당연히 중심 사료는 <백범일지>다. <대장 김창수>의 큰 줄기가 되는 치하포 사건, 사형 선고, 사형 집행 전에 살아나고 탈옥한 과정이 다 <백범일지>에 나온다. 그것만으로는 안 되니까 구한말의 역사적 상황이나 조선 전체의 시대성이 나오는 사료도 참고했다. 철도 노역을 영화의 큰 신으로 넣었다. 사실 철도 노역은 구한말의 아픔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받아들이게 된 근대성의 상징이자 수탈의 대표적인 상징. 일본이 대륙으로 전쟁을 하러 가려고 땅을 빼앗아 그 땅을 가로질러 철도를 짓는데 사실 그게 얼마나 고된 작업인가. 돌 깨고 산 깎는 걸 조선 사람들이 다 하는 거다. 진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철길 위에 기차를 놓고 강제 징용을 하거나 위안부를 싣고 전쟁터로 끌고 간다. 철도가 가진 당시의 시대성은 엄청나다. 김구 선생님이 인천 감옥에 수감 생활을 하고 계실 때 첫 번째 철로가 부설 작업을 시작한다. 그래서 철로 노역을 영화에 넣었다. 팩트를 바꾸더라도 당시 시대성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또 김구 선생님이 두 번째로 감옥에 사실 때 1년 6개월 정도 노역을 산다. 지금 인천항 항만 축항 공사에 김구 선생님이 끌려간다. 그때는 너무 힘이 들어서 일하러 갈 때 '오늘 가서 떨어져 죽어야지. 자살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 두 번째 감옥에서의 노역 경험과 첫 번째 감옥에 있을 때를 영화에 합친 거다."
- 말씀하신대로 영화에서 철도 노역신이 굉장히 중요하게 나온다. 철도가 뉴라이트의 일본 근대화론의 대표적인 예시로 쓰이지 않나. 일본이 철도를 놓아줬기 때문에 우리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이 근대화론을 비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실제 그 내용이 극 중 조진웅과 송승헌의 언쟁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맞다. 거기 담았다. 승헌씨가 '네까짓 게 뭘 알아. 이 철도가 깔리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할지 알아?' 이런 이야기를 하잖나? 그러면 진웅씨가 (반박하는) 세 가지 이유를 댄다. 저 철로를 따라 얼마나 많은 조선 땅이 저들의 손에 넘어갈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끌려가서 죽게 될지, 그리고 철로를 다 깔고 나서 얼마나 많은 조선의 재산이 일본으로 수탈될지. 정답을 내가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서로의 주장을 부딪치게 만들어놓은 거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 철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조선 사람들이 죽었고 철길 따라 끌려 갔다는 걸. 조선의 근대화? 절대 아니다. 자기들이 필요해서 깔았고 조선 사람들이 핍박을 당한 거다. 나는 <오마이뉴스> 같은 곳에서 왜 이 영화에 철도 노역을 담았는지를 다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아픔을 알아야 한다. 진웅씨에게도 설명했다. '진웅아 철도는 이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넣은 거고 연기도 알고 하자'라고. 지금은 나보다 더 고조돼있다."
"조진웅을 그냥 믿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