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에 대한 예의>
부산국제영화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영화는 이 말의 의미를 사회가 아닌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영화는 민주주의 투쟁이 정점이었던 군부독재 정권 시기,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낸 인간 강기훈을 담는다.
1990년대 열사들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속에서 강기훈은 희생되고 박제되고 잊혔다. 영화는 유서대필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겪은 살아있는 인간 강기훈의 오늘을 따라간다.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1990년대 개인의 선택이자 시대의 선택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만들어냈는가?
전두환 군부정권의 악령이 떠돌던 노태우 정부시절 1991년 5월 8일.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이 서강대학교 본관 5층 옥상에서 분신 사망했다. 검찰은 김기설의 친구 강기훈이 유서를 대필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과 정황증거로 징역3년을 선고받은 강기훈은 1994년 8월 17일 만기출소 했다. 재심을 받아들인 대법원은 당시 검찰이 제시한 필적 감정이 신빙성이 없으며, 유서 대필 및 자살 방조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기까지가 팩트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에 휘둘린 대한민국은 한동안 휘청거렸다. 강기훈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고문가혹, 조작행위가 있었고, 편파적인 필적감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를 총지휘한 사람은 법무부장관 김기춘이었다. 영화는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고 눈알을 부라리던 자와 "지금 우리 사회에는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며 성경 위에 손을 올리고 기자회견을 하던 신부 신분의 총장에게 '국가에 대한 예의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영화는 역사 속 개인, 개인 속 역사, 역사 속 선택, 정치적 인간, 인간적 정치에 대해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2017년 현재, 열사들의 죽임이 헛되지 않았음을 광장은 말해주고 있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라는 시대정신에서 국가에 대한 예의는 무엇일까? 영화는 국민에게 묻고 있다.
서울대 출신 권경원은 늦깎이로 영화계에 뛰어들어 1997년 <넘버 3> 제작부 막내로 영화를 시작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단편 <새천년 건강체조>를 만들었다. <마지막 늑대>의 조감독이었고, <친절한 금자씨>의 프로덕션 수퍼바이저로 일했다. <감독을 위한 영화연기 연출법>을 번역했으며, 오랫동안 독립영화협의회의 독립영화워크숍 강사로 일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하여 펀딩을 조성한 결과 목표를 초과 달성하여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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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 <병자호란>을 펴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