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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탈락에서 대상까지, 유재하를 사랑한 이 가수의 도전

[인터뷰]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대상을 받은 장희원... 첫 EP <ㅎ/> 발표

17.09.04 18:34최종업데이트17.09.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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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원은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을 하면 누구나 자신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장희원은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을 하면 누구나 자신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 김광섭


"봄, 흐드러진 꽃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나는 향긋한 꽃이구나 / 여름, 무성한 잎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나는 푸른 잎사귀구나 / 가을, 탐스러운 열매 사이에 내가 있었다 나는 꽉 찬 열매였구나 / 겨울, 모두 떨어지고 숨어있던 나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난 향긋하지 않은 난 푸르지 않은 난 꽉 차지 않은 난 나무에 걸린 물고기구나." - 곡 '나무에 걸린 물고기' 중에서

2016년 제27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싱어송라이터 장희원이 지난 7월, 첫 EP <ㅎ/>를 발표했다. 수상곡 '나무에 걸린 물고기'를 비롯해 '5cm(Feat. 김민석 of 멜로망스)', '배드민턴', '누워 자란(Feat. 오왠)', '띄어쓰기' 5곡을 담았다. 산뜻함은 기타로, 애잔함은 피아노 선율로 표현했다.

"나무 위에 물고기가 있으면 안 되잖아요? 이질적인 존재를 찾다 보니까 물고기가 되었어요. 방황하던 시기였어요. 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이질적인 존재 같았죠. 당시 제가 느낀 것을 써서 제일 솔직한 곡이었어요."

그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 1차 예선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타인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이런 노래를 해야 대회에서 좋아하겠지 했어요. 나중에 제 이야기를 했더니 붙었죠. 눈치 안 보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 좋겠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솔직해지려는 노력이 이번 EP에 담겼다.

"95% 이상이 실제 이야기로 썼어요. 주제를 정하면 그것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는 편이에요. 일주일 정도 생각을 하다가 써요."

EP 제목은 평소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에서 따왔다.

"다들 '흐'라고 부르시더라고요. (모양이) 파이팅 하는 같아서 제목으로 했어요."

처음 곡을 모아 EP를 발표한 뿌듯함도 있지만 아직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찾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싱어송라이터였다. 지난 8월 8일 종로구 익선동에서 만났다.

음악적 시너지

 첫 EP <ㅎ/> 자켓. EP 제목은 파이팅 느낌이 나는 장희원이 즐겨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다.

첫 EP <ㅎ/> 자켓. EP 제목은 파이팅 느낌이 나는 장희원이 즐겨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다. ⓒ 민트페이퍼(광합성)


- 가사집을 손글씨로 써서 디자인했던데요?
"최대한 많이 저를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해서 손글씨로 했어요."

- 작년에 '나무에 걸린 물고기'로 유재하음악경연대회 대상을 받았는데, 기분이 어땠나요?
"사실 기대를 안 했어요. 진짜 제 이야기를 하면 알아주는구나 생각했어요."

- 어떤 준비를 했나요?
"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어요."

- 음악적으로는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코드는 되게 단순한 음악이거든요. (가사의) 계절마다 코드가 하나씩밖에 나오지 않아요. 계절마다 특색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 '5cm'는 멜로망스의 김민석, '누워 자란'은 오왠과 함께했는데 어떤 작업이었어요?
"재미있었어요. 민석이 오빠는 같은 레이블이고 얼굴도 많이 봐 캐미가 잘 맞아서 되게 수월하게 했어요. 오왠은 동갑이에요. 친구 하기로 해서 같이 게임도 하면서 친해졌어요. 큰 문제 없이 수월하게 했어요."

-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겼는지?
"오왠 친구는 제 목소리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친구예요. 제 목소리를 감싸주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민석이 오빠는 엄청 활발해 에너지가 넘쳐요."

-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힙합을 좋아해 비트를 찍어보고 싶었어요. 그것을 하려면 작곡을 배워야 하고 작곡을 배우려면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 해서 피아노를 배웠어요. 영상음악 작곡가도 되고 싶었는데 대학교에 와서 싱어송라이터가 되었죠."

-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제가 겪었던 일 중, 충격적인 좋은 일이나 나쁜 일들에서요."

- 배드민턴은 즐겨 치나요?
"네. 요즘에는 더워서 못 치지만요. (웃음)"

- '배드민턴'은 어떤 곡인가요?
"짝사랑이요. 주고받아야 플레이가 되잖아요? 마음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그쪽에서 튕겨내는 것을 배드민턴으로 표현했어요. 음악적으로는 활동적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최대한 제 나름 신나게 만든 곡이에요."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

 장희원은 열심히 음악을 한다. 열심히 살고 있다. 그 '열심'에 누군가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장희원은 열심히 음악을 한다. 열심히 살고 있다. 그 '열심'에 누군가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 김광섭


-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요?
"좋게 보면 다양한 장르가 EP에 있는 것이지만 한 가지의 뚜렷함이 없다는 생각이 있어요."

- 곡 '어른이 된다는 건'을 썼는데 장희원이 생각하는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실제로 너무 참아야 하는 것이 많더라고요. 울음이 나올 것 같은데 참아야 하는 순간이 너무 많아요. 참는 순간들이 어른이 돼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 공연을 찾으면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악기 구성이 음원으로 듣는 것과 달라요. 라이브의 묘미가 있죠. 에피소드도 가끔 말하는데 재미있어하더라고요."

- 꼭 들어주었으면 하는 곡이 있다면? 
"'띄어쓰기'요. 완전 제 이야기예요. 듣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지 않을까 해요. 슬프게 받아들이는 사람,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 첫 EP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1~2년? 그때 겪었던 이야기거든요."

- 인사를 전한다면?
"맨날 하는 말이 '열심히 살게요'예요. 열심히 살 테니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장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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