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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을 파괴한 제국주의,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리뷰] 스필만과 구와덱이 들려주는 이야기, 영화 <피아니스트>

17.08.17 13:31최종업데이트17.08.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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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앤컨텐츠그룹


인간은 공통점을 기준으로 집단을 형성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통점은 좁은 의미로는 유전적 형질을, 넓은 의미로는 학연이나 지연 같은 사회적 형질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공통점은 차이점을 전제로 한다. 차이점이 있어야 공통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차이점과 공통점은 불가분의 관계인 셈이다.

이런 불가분의 관계가 균형을 잃을 땐 문제가 생긴다. 나치 시절이 그랬다. 게르만족과 독일인이라는 공통점으로 나치는 뭉쳤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서 차이점을 지니고 있는 다른 인종을 학살했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 제국주의는 일본인을 1등 국민으로, 조선인을 2등 국민으로 지정하고, 만행을 저질렀다. 광복절을 맞아, 불현듯이 <피아니스트>란 영화가 떠올랐던 이유다.

"유대인은 외출할 때 모두 완장을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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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폴란드다. 나치는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 대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영화는 편안한 표정으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유대인 스필만으로부터 시작한다. 피아노 연주 중 포탄이 방송국으로 날아오고, 피아노 선율은 끊긴다. 역경의 시작이다.

역경의 시작은 구별 짓기에서 시작된다. 나치는 모든 유대인에게 '외출 시 완장을 찰 것'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유대인들은 길거리에서 모두 유대인 특유의 별 모양이 새겨진 완장을 차고 다닌다. 나치는 이런 유대인을 쉽게 구별해 내 차별하고, 그들의 인권을 유리한다. 스필만의 아버지가 음식을 들고 길거리를 건널 때, 군인은 이유 없이 그에게 폭력을 가한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유대인이란 이유로 그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혔다.

물리적 폭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대인은 마음대로 식당에 들어갈 수도, 공원에 앉을 수도 없었다. '유대인 금지' 팻말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심지어 스필만의 아버지에게 폭력을 가한 군인은 스필만의 아버지에게 "인도로 걷지 말라"라는 명령도 내린다.

구별 짓기가 부르는 생명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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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구별 짓기는 완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유대인 집단 거주구역(게토)을 설정하고, 수많은 유대인을 그곳에 이주시킨다. 물론 담과 철조망으로 그들의 출입을 통제한다. 시각적 구별 짓기를 넘어 물리적 공간까지 타자화시킨 것이다.

유대인은 이주했지만, 그들의 생명권은 같이 이주하지 못했다. 아사자가 속출하고, 수많은 부랑자가 길거리를 배회한다. 죽 한 통 얻어서 집으로 향하는 여인의 발걸음을 다른 부랑자 유대인이 가로막는다. 죽을 빼앗으려는 것이다. 나치는 이러한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에게 제한된 식량을 배급한다.

시간이 갈수록 폭력은 더 악랄해진다. 새해 전야라서 유대인을 죽이고, 길 가다가 마음에 안 들면 유대인을 죽인다. 하반신 마비를 가진 장애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3층 건물 높이에서 장애인을 창밖으로 던진다. 더 유대인의 목숨은 사람의 목숨이 아니었다. 한없이 초라한 목숨이었다. 공통점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발생한 결과다.

스필만과 구와덱이 전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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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인공 스필만과 구와덱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스필만과 구와덱은 동일 인물이다. 피아니스트로 불릴 때는 스필만, 유대인으로 고초를 겪을 때는 구와덱으로 그가 호명된다. 주인공의 이름과 시선, 상태가 영화의 선명성을 더해주는 셈이다. 스필만과 구와덱이 겪은 이 이야기는 아직 100년도 안 된 이야기다. 거기다, 대한민국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남 얘기 같지가 않다. 영화 <피아니스트>가 관람객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닿는 이유일 테다.

피아니스트 2차세계대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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