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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 못한 소녀시대? '저물어가는 별'이라 속단하기엔

[음악 리뷰] 10년차 8인조 여가수의 정규 6집, 더블 타이틀 'all night'과 'holiday'

17.08.06 16:10최종업데이트17.08.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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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신인이 쏟아지는 아이돌 시장에서 정상의 자리만 꿋꿋이 십 년이다. 멤버 하나가 이탈했고, 한 때 라이벌이었던 원더걸스는 해체했다. 그 와중에 태연, 서현, 티파니, 효연은 성공적인 솔로 데뷔를 마친 상태다. 솔로와 그룹으로 받은 트로피의 개수는 이루 셀 수 없을만큼 많다. 정규 6집으로 돌아온 '소녀시대'의 이야기다.

좋은 얘기, 안 좋은 얘기 섞어서 소개했지만 이런 '사실'들은 그저 사실일 뿐 대중의 진짜 관심사는 소녀시대가 그들의 역사를 어떻게 조합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십 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아이돌로서의 위엄을 보일 것인가, 멤버 하나와 라이벌을 잃고도 건재를 과시하는 비장한 모습일 것인가, 솔로 데뷔한 멤버들의 색을 그룹에 담아내는 전략을 채워낼 것인가. 기대만큼이나 추측이 난무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온 소녀시대는 왕관의 무게감을 드러내는 곡과 현역으로서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곡 하나씩 각 두 을 더블 타이틀을 발표하는 전략을 공개했다.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all night'와 여름을 저격한 댄스 넘버 'Holiday'가 그것이다.

소녀시대 6집 앨범 재킷. ⓒ SM Ent.


둘 다 댄스곡이다. 차이라면 'all night'은 신시사이저 사운드에 업템포를 더한 펑키 스타일의 복고풍 노래라는 것이고, 'Holiday'는 브라스 사운드를 비롯, '17년 여름'의 최신 유행을 담아내고 있다는 정도다. 중요한 건 공통점이다. 가볍다. 더 이상 '소녀'가 아닌 멤버들의 나이와,데뷔 십 년차라는 부담감,여섯 번째 정규음반이라는 무게감 등의 '숫자'에 대한 고민은 도리어 비웠다. 대신 그냥 늘 그래왔듯 좋은 음악을 모아 돌아왔다. 그게 전부다.

'all night'부터 살펴보자.멤버들의 인터뷰가 담긴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먼저 공개됐는데, '다큐멘터리 버전'임을 굳이 언급한 것을 보면 '댄스 버전', 혹은 '퍼포먼스 버전'이란 이름의 립싱크 뮤직비디오도 곧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된다. 초반 음원 성적이 다소 아쉽지만, 립싱크 비디오나 무대 활동에 희망을 걸어도 좋을 만큼 곡이 좋다.

무엇보다 복고를 시도하면서 신시사이저 소리 등의 사운드에 안주하지 않은 점이 좋다. 멤버들은 자신이 무엇을 노래하는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뿅뿅거리는 소리보다 가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레트로 팝이라니, 소녀시대 명성에 딱이다.

그러나 곡의 스타일이 소녀시대의 역사를 돌아보는 뮤직비디오의 내용과 잘 섞이지 않는 것은 문제다.립싱크 비디오를 기다려보자는 반응들도 그래서 나온다. 70년대식 팝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노래하긴 했지만 이건 소녀시대가 해오던 장르와는 거리가 있다. 말하자면, 소녀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노래가 아닌 셈이다. 차라리 시치미 뚝 떼고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그렇게 시치미를 뗀 곡이 'Holiday'다.일각에서는 멤버들의 나이와 경력을 언급하며 너무 '요즘 애들'스럽지 않냐고 지적하지만, 소녀시대는 한 번도 시대를 선도하거나 다른 걸그룹과 다른 노선을 개척한 적이 없다. 오히려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히트할만한 곡들만 골라서 불렀던 것이 소녀시대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댄스곡'이라는 설명 외에 굳이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는 'Holiday'야말로 가장 소녀시대다운 곡일 수도 있다.

'다시 만난'이라는 가사를 살짝 노출하는 등(이들의 데뷔곡 제목이 '다시 만난 세계'다)팬서비스도 하긴 하지만,'Holiday'는 신인이 불렀어도 무리가 없는 곡이고,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소녀시대'를 상상하게 하는 곡이다.세월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소녀시대가 다시 날아오를 방법은 더 큰 날개를 다는 것이 아닌, 왕관의 무게를 내려놓는 일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이에 부응하듯 옛날만큼의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 6집에 수록된 곡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성적을 내는 중이다.

케이팝의 역사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걸그룹도 있고(SES 1집), 8장의 정규앨범을 낸 걸그룹(베이비복스)도 있다.하지만 8~9인의 멤버가 십 년의 세월을 함께한 그룹은 소녀시대가 처음이다. 즉,이제부터 이들이 써 내려갈 역사는 정말 소녀시대만의 역사인 셈이다.

혹자는 음원 공개와 동시에 전 음원사이트 1위 석권에 성공하지 못한 첫 번째 음반이라 말한다.저조했던 5집의 성적을 언급하며 소녀시대 1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음반이었을 거란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저물어가는 별'이라 속단하기엔 이르다.이들이 갓 걷기 시작한 길은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지금처럼 10주년, 서른, 6집 따위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곡들을 계속 내 준다면 이들은 보이지 않는 앞날에서 의외의 길, 그녀들만의 길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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