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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아니어도 좋다, 존재감 드러낸 NC 이호준

[KBO리그] 3일 한화전 대타로 출전해 2타점 동점 적시타, NC 위닝 시리즈

17.08.04 10:04최종업데이트17.08.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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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선수들이 병상에 있는 김경문 감독에게 위닝 시리즈를 선물했다.

김평호 감독대행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3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16안타를 터트리며 10-2로 대승을 거뒀다. NC 선발 구창모는 사사구8개를 허용하며 매 이닝 위기를 자초했지만 안타를 단 1개만 허용하며 5이닝2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챙겼다.

이날 김평호 감독대행은 올 시즌 NC가 치른 98경기 중 90경기에 출전한 김태군 대신 백업 포수 박광열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하지만 2회 말 공격에서 2사 2,3루의 동점 기회가 오자 박광열의 첫 타석에서 과감히 대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대타로 나온 KBO리그 최고령 선수 이호준은 깨끗한 2타점 짜리 동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경기 흐름을 NC쪽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FA를 앞둔 시즌에는 어김없이 좋은 성적을 냈던 '로또준'

KBO리그 통산 홈런4위, 타점3위에 빛나는 KBO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이호준이 광주일고 에이스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미 야구팬들에게 꽤나 유명한 이야기다. 루키 시즌 동갑내기 김재현의 시즌 20번째 홈런 제물이 된 후 타자 전향을 결심한 것은 이호준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타자 전향 3년째가 된 1998년부터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이호준의 본격적인 커리어가 시작된 것은 역시 SK와이번스로 이적한 2000년부터였다.

SK 이적 후 2년 동안 18홈런55타점에 그친 이호준은 2002년23홈런64타점을 기록하며 SK의 중심타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타율 .290 36홈런102타점을 기록하며 SK를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이호준은 2004년에도 30홈런 112타점으로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개인 타이틀(타점왕)을 차지했다.

2005 시즌이 끝난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한 이호준은 무릎부상으로 의병 재대한 후 FA를 앞둔 2007 시즌 타율 .313 14홈런7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4년34억이라는 큰 FA 계약을 따냈다. 허리부상으로 FA계약 첫 해 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이호준은 2011년까지 SK의 중심타선에서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생애 두 번째 FA를 앞둔 2012년 타율 .300 18홈런78타점으로 부활에 성공했고 3년20억이라는 좋은 조건에 신생 구단 NC로 이적했다.

SK 시절까지 실력에 비해 운이 따르는 커리어를 보냈다는 의미의 '로또준'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이호준은 NC 이적 후 든든한 '호부지'로 다시 태어났다. 이적하자마자 팀의 주장을 맡은 이호준은 2년 동안 NC의 주장을 역임하면서 2013년 20홈런87타점, 2014년 23홈런78타점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또한 뛰어난 리더십으로 NC를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기도 했다.

40세 시즌이었던 2015년 24홈런 110타점을 기록하며 NC가 자랑하는 '나이테 트리오'의 한 축으로 맹활약한 이호준은 작년 시즌에도 타율 .298 21홈런87타점으로 변함없이 뛰어난 방망이 솜씨를 과시했다. 하지만 SK 시절이던 2012년 이후 4년 만에 나선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4경기에서 9타수1안타로 부진하며 이호준의 이름에 어울리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대타 타율 .364-득점권 타율 .435, 공룡들의 믿음직한 '히든 카드' 

이호준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통산 3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만약 이호준이 30대 초반만 됐어도 3할 언저리의 타율과 20홈런80타점이 보장된 성적을 바탕으로 FA시장에서 뜨거운 구애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호준은 어느덧 42세가 된 노장 선수이고 NC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NC구단도 이호준에게 7억5000만원의 연봉을 안기며 팀에 헌신한 노장에 대한 확실한 예우를 지켰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은 마지막 시즌을 후회 없이 불태우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왼쪽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시범경기부터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결국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호준은 시즌 초반 김경문 감독의 구상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듯 했다. 때 마침 이호준의 자리를 차지한 후배 모창민도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지명타자의 빈 자리를 잘 메웠다.

5월 중순에야 1군에 올라온 이호준은 6월 초까지 타율 .130 무홈런6타점으로 부진하다가 왼쪽 팔꿈치 통증이 재발하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호준의 커리어가 이대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기 시작한 7월4일, 다시 1군에 복귀한 이호준은 식지 않은 타격 솜씨로 NC타선의 비밀 병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부상 복귀 후 이호준의 성적은 타율 .385 1홈런13타점으로 매우 우수하다.

3일 한화전에서도 이호준은 경기 초반 흐름을 바꾸는 타이밍에 등장해 제 역할을 해냈다. 0-2로 뒤진 2회 2사 2,3루에서 박광열을 대신해 대타로 투입된 이호준은 한화선발 김재영의 3구째를 노련하게 밀어 치며 주자 2명을 불러 들이는 2타점 동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이호준은 올 시즌 득점권 타율 .435, 대타타율 .364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주전으로 나서는 기회는 부쩍 줄었지만 이호준은 한정된 기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야구 팬들 사이에는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처음에는 FA를 앞둔 시즌에만 반짝 잘한다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20년 넘게 꾸준한 활약으로 모범적인 선수생활을 했다는 의미가 더 강해졌다. 그리고 후회 없는 현역 생활을 보낸 이호준은 올해 NC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길었던 선수 생활의 '해피엔딩'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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