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샌프란시스코 야수들이 창출한 구종가치와 류현진의 오늘 투구분포. 대부분의 구종이 좋지 않은 타선을 감안해 이전에 자기가 가장 자신있게 던졌던 레퍼토리를 활용했다. 그간 적극 활용했던 커브는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강민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타선의 구종 대처력이 대부분 바닥을 기는 팀이었다. 브룩스베이스볼에서 뽑아낸 구종 상대 창출 가치를 보면 샌프란시스코는 류현진이 던지는 구종 중 슬라이더만 중위권인 13위일뿐, 나머지 구종에 대해서는 20위권 밖이었다.
이 상황을 인식하고 나온 류현진은 커터나 슬라이더, 커브처럼 올해 새로 개발했거나 가다듬은 구종이 아닌, 자신이 가장 잘하고 처음 진출했을 때부터 무기였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85구 가운데 패스트볼(34)과 체인지업(28)이 전체 레퍼토리의 73%를 차지했다.
구속이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평균 구속도 90마일에서 형성됐고, 최고구속은 92마일이 나왔다. 그래도 구속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샌프란시스코 타자들도 결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적극 활용했던 커브는 아껴두는 모습. 사실 류현진은 그간 새롭거나 개선된 구종이 주목받기 시작할 즈음까지는 적극 활용하고 이후에는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타선이 한바퀴 돈 시점부터 카운트 초중반에 가끔 1개 정도의 커브를 선택했다. (총 8구) 커터(10구)도 마찬가지였다.
# 행운도 상대타선도 류현진의 편이었다경기가 진행되면서 날카로운 타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펜스의 타구도 충분히 안타가 될만한 것이었고(타구속도 109마일), 3회말 나왔던 3루수 오른쪽을 뚫었던 고키스 에르난데스의 타구도 속도가 107마일로 상당히 잘 맞았다.
5회 크로포드와 벨트도 타구 방향이 상당히 날카로웠지만 타구 속도가 다행히 77-8마일 대에 머물렀고 수비수가 있는 위치로 나가면서 운도 상당히 따랐던 경기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 범가너의 등판, 류현진에게 오히려 좋은 영향을 줬다오늘 맞붙은 투수는 자신의 소속팀뿐 아니라 리그 전체를 호령하는 에이스 투수인 매디슨 범가너였다. 올해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지만, 통산 3점대의 평균자책점과 함께 직전 4시즌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다. 특히 다저스 상대로는 27경기 170이닝을 소화할동안 ERA 2.70의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당연히 많은 득점지원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이 부분이 오히려 류현진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슈퍼에이스를 상대로 타선이 두들겨서 점수를 뽑아내는 것은 시즌 중 몇 차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아쉽지만 승리투수가 되는 것은 범가너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임을 인정하며 투구를 이어간 것이 좋은 투구 내용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 약체 타선이지만 이닝 이팅 능력보여줘... 다음 상대로도 좋은 기세 이어가야샌프란시스코 타선은 압도적인 꼴찌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팬그래프가 산출한 공격의 종합 가치는 -100.6으로 29위인 콜로라도의 -79.7보다도 훨씬 안 좋다. 오늘의 퍼포먼스가 좋았다고는 하지만 상대 타선의 레벨도 분명 감안해야한다. 다음에 만날 상대는 기본적으로 더 좋은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럼에도 자신감을 갖는 호투를 펼친 것은 좋은 신호다. 지난 미네소타 전 좋은 징조를 보였던 류현진은 이제 오늘 호투를 발판 삼아 좋은 흐름을 잡을 찬스를 만났다. 다음 상대는 뉴욕 메츠원정경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리그 10위권의 타순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오늘 최고의 투수전을 연출하며 전국방송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류현진. 계속 트레이드 시장에서 선발투수를 노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다저스에서 선발진을 사수하려면 이 지금이 아주 절호의 기회다. 이제 징조를 보이고 좋은 흐름을 불러왔으니, 그 흐름을 타고 유지하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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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