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한 사유와 습작 <인터스텔라>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나는 관객들로 하여금 온갖 물리학과 우주과학에 관한 이론들을 입에 오르내리게 만들 정도로 호들갑스러웠던 놀란의 전작 <인터스텔라>(2014)를 봤을 때 다소 실망했을 뿐만 아니라 굉장히 이상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쿠퍼는 인류를 구할 임무를 가지고 우주로 떠나지만 임무는 거의 시작과 함께 시간이라는 재난을 맞이하고 쿠퍼의 임무는 시작부터 패색이 짙어진다. 종국에는 쿠퍼가 스스로 블랙홀로 뛰어 들어가 블랙홀 속에서 과거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딸 머피에게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스부호로 전달해 종말에서 인류를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상한 영화는 감동적인 희생과 신비한 우주를 담고 있다고 뽐내고 있었지만 사실상 이야기 구조는 심각하게 균형이 어긋나 있었고 결말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에 가까웠다. 때문에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놀란이 각본 과정에서부터 이 영화를 굉장히 급하게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는 의혹을 품었다.
그런데 이번에 도착한 <덩케르크>라는 결과물은 놀란이 <인터스텔라>를 통해서 시간에 대한 사유를 획득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놀란이 자막으로 태연하게 설명하다시피 <덩케르크>는 잔교(the mole)에서 토미와 영국 병사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버티어내는 일주일이면서 동시에 도슨이 영국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바다(the sea)에서 보내는 하룻동안의 이야기이지만 영국 공군 파리어, 콜린스가 덩케르크 해안의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중전(the air)을 벌이는 단 한 시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덩케르크>에서는 정해진 런닝타임 동안 교차되어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의 시간들이 사실상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는 것이며 각각의 운동을 진행해서 가까스로 동일한 시간에 덩케르크 해안에 도착해 서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따라서 놀란은 사실상 <덩케르크> 자체의 시간적 구성을 <인터스텔라>에서 쿠퍼가 과거의 자신, 그리고 미래의 딸과 만나 인류를 구원하게끔 했던 블랙홀 내부의 테서렉트(Tesseract)로 만들었다. 그리고 <덩케르크>에서도 역시 필요한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에 도착해서 서로 만나게 됐을 때 비로소 구원 역시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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