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형식은 '토론'이 아니라 '수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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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은 다큐멘터리나 교양처럼 우리가 몰랐던 세상을 자세하게 파헤치고,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저 서로 나누는 대화들이 뒤엉키고 다시 다른 주제로 옮겨가는 '수다'의 과정을 포착해내며 그 이야기의 주제에 대한 다양성을 보여준다. 그 다양성은 우리가 보통 경험할 수 없기에 신선하고 재미가 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알 수 없으므로 묘한 긴장감마저 있다.
만약 <알쓸신잡>이 어떤 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자리였다면 <알쓸신잡>은 <백분토론>과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알쓸신잡>은 출연진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으면서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때로는 주제가 던져지긴 하지만 대회가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다. 그런 자유로움이 바로 예능의 분위기를 만든다. 상대방은 적이 아니고,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지식인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풀어놓기는 하지만 그 지식에 자만하여 상대방을 무시하지도, 자신의 이야기가 옳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알고 있는 사실이나 느끼는 감정을 풀어놓고, 그 이야기를 하는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한다. 그들이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기 때문에 둘러앉은 그들의 대화는 더욱 재미가 있을 수 있다. 마치 어떤 날,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끊임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존댓말 호칭'에 대한 토론에 '꼰대 문화'가 등장하고, '멍때리는 시간'이 오히려 뇌에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은 멀리 떨어진 과학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생활에 관련된 문제들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지만, 그 이야기들을 인문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분명 똑똑해 보이지만 결국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생각이 좀 더 구체화하고 정제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대화 주제는 결국은 '일상'인 것이다.
쓸데없지만 왠지 모르게 재미있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tvN
그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쓸데없는 지식을 알려주는 예능. 그러나 그 지식은 알아두면 쓸데없을지는 몰라도 알아두면 재미있고 왠지 모르게 똑똑해진 느낌까지 들게 만들어 준다. 분명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데 그 이야기들은 지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만드는 친구들과의 수다 자리에서 우리의 일상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현장. 그 자체만으로 예능이 될 수 있다니. 예능인들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우스운 소리를 하지도 않는데, 어느 순간 몰입된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알쓸신잡>. 정말 신기한 예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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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인 하나 나오지 않아도 재밌는 <알쓸신잡>의 신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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