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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몰래 들여온 일본인, 축구장 더럽혔다

지난 주 아시아 축구에서 생긴 일... 우루과이 선수 동양인 비하 제스처도 논란

17.06.07 15:55최종업데이트17.06.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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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1. 지난 달 31일 오후 7시30분에 열린 2017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를 위해 K리그의 제주 유나이티드가 일본 원정에 나섰다. 상대는 일본 J리그의 강호 중 한 팀인 우라와 레즈 다이아몬즈. 1차전에서 우라와를 2대0으로 격파한 제주가 어렵지 않게 8강에 진출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라와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제주를 공략한 끝에 두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고, 결국 연장전에 터진 모리와키 료타의 결승골로 8강에 안착했다. 이날 경기에선 승부의 내용보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과 경기 막바지에 터진 '폭력 사태'가 더욱 화제가 됐다.

폭력 행위를 한 제주에 징계가 내려질 예정이지만, 제주 선수들과 코치진을 자극한 우라와도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폭력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가 이날 경기에서 터졌다. 바로 '욱일기' 문제다. 과거에도 욱일기를 응원도구로 활용해 강한 비난을 받았던 우라와 팬들은 이날에도 변함없이 욱일기를 경기장에 가져왔다.

이날 경기장에 욱일기를 들여온 것으로 보이는 한 일본인이 개인 SNS에 문제의 사진을 올렸고, 이후 국내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 사진이 공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 사건 2. 지난 4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8강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 대회 시작 전부터 우승 후보로 꼽히던 양 팀의 경기는 치열했다. 두 팀 모두 시종일관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명승부를 연출했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120분짜리 경기를 치렀음에도 양 팀은 2대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돌입한다. 승부차기에서도 치열한 접전이 이어진 끝에 골키퍼 산티아고 멜레가 맹활약한 우루과이가 준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경기 후 수준 높았던 경기 내용보단 다른 이슈가 언론을 도배했다. 바로 '인종 차별' 문제다. 이날 경기에서 우루과이의 두 번째 득점을 성공한 페데리코 산티아고 발베르데 디페타의 골 세레모니 손동작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 후 라커룸에서 승리를 만끽하는 우루과이 대표팀 사진 속 몇몇 인물들도 비슷한 손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지난주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인 한국과 일본에서 발생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두 사건이었다. 아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도가 아니였다. 두 사건에 대해 대중들은 강한 분노와 불편함을 드러냈다.

두 사건은 전혀 다른 유형의 사건 같아 보이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축구장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사라지기 원하는 '반인륜'적 행위가 축구장에서 버젓이 펼쳐졌다. 20세기 전세계를 고통에 빠뜨렸고 여전히 많은 이들은 악몽에 빠지게 만드는 그 이름. 바로 '인종차별'과 '군국주의'다.

헤어나올 수 없는 '인종차별'의 늪

축구계에서 인종차별은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존재다. 축구를 비롯해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암적인 존재와 같은 인종차별 퇴치를 위해 FIFA를 필두로 많은 축구 단체와 유명 인사들이 노력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깊고 어두운 인종차별이란 늪에 축구계는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

인종차별은 축구와 함께 했다. 축구장에서의 인종차별은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곤 한다. 지난 2014년 FC 바르셀로나의 브라질 선수 다니엘 아우베스에게 관중이 바나나를 던진 사건이나, 올해 이탈리아 페스카라 칼초에서 활약 중인 가나의 설리 문타리가 관중들의 극심한 인종차별 야유 때문에 경기장을 스스로 벗어난 사건 등이 있다.

이 두 사건은 인종차별을 당한 당사자가 유명 축구 선수이고, 인종차별이 행해진 장소가 유럽 빅리그였기에 이슈가 됐다. 빅리그에서 뛰지 않고 슈퍼스타가 아닌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위는 전세계 축구장에서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다.

축구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인종차별임에도 이런 행위가 U-20 월드컵에서 나왔다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FIFA가 주관하는 대회이기에 그러하다. FIFA는 인종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적 행위를 금지한다. 금지와 더불어 이에 따른 강력한 처벌도 내린다.

차별적 행위에 대한 FIFA에 강한 징계 덕분인지 몰라도 FIFA가 주최하는 대회에선 좀처럼 인종차별적 행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간혹 경기 중 흥분한 선수가 상대 선수를 자극하기 위해 인종차별적 행위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득점 후 '신나는' 마음으로 인종차별적 행위를 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그만큼 이번 우루과이 청소년 대표팀의 행동은 도저히 납득이 불가하다. 우루과이 축구협회와 인종차별의 당사자인 발베르데의 해명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친구를 향한 세리머니였다"라는 변명과 "우루과이 특유의 제스처였다"라는 주장은 한국 팬들을 더욱 자극하기만 했다. 이미 수많은 남미의 축구스타들이 아시아인들을 비하하는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사건을 그들이 모를 리가 없다.

어린 발베르데의 행동은 백번 양보해서 순간의 실수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치가 높은 우루과이 코치진이 라커룸에서 논란이 될 만한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FIFA의 징계가 예상이 되지만, 징계로 상처 받은 아시아 축구 팬들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는 없다. 청소년 대회이지만 '세계인의 축제'라 불리는 월드컵에서 이러한 사건이 터졌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조별예선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우루과이 국기를 흔들며 우루과이의 선전을 응원했던 어린 한국 팬들의 목소리도 그새 잊어버린 듯한 우루과이였다.

비겁한 우라와 팬의 만행

축구장을 배경으로 '욱일기' 전시 사진을 SNS에 올린 우라와 팬 ⓒ SNS 캡쳐


우라와 팬들의 '욱일기' 응원은 이번 제주와 경기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우라와 팬들은 2013년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이미 욱일기를 내걸은 적이 있다. 올 시즌에는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팬들이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욱일기를 꺼내 들었다.

그들이 단순한 '응원도구'라고 주장하는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기에 문제가 크다. 일제시대를 겪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일본의 군국주의의 희생양이었던 참혹한 아시아의 역사를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라와 팬들은 끔찍한 역사의 상징을 한낱 응원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제주와 경기에서 보여준 우라와 팬들의 치졸함은 도가 지나쳤다. 그동안 대형 욱일기를 펼쳐 상대를 자극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계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을 소형 욱일기를 경기장 안에 반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욱일기보다 소형 욱일기가 더욱 문제인 이유가 있다. 바로 욱일기를 반입한 팬의 의도다. 그동안 발생한 일본 팬들의 '대형 욱일기' 전시는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무지' 정도로 이해가 가능하다. "욱일기는 풍어와 출산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라는 일본 측의 해명과 더불어 욱일기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소수 팬의 잘못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대형 욱일기' 전시다.

하지만 '소형 욱일기' 반입은 해명조차 불가한 행동이다. 우라와 팬이 소형 욱일기를 가져온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욱일기가 전범기임을 알고 욱일기를 펼쳐보이는 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몰래' 그것을 경기장 안에 들인 것이다. 나쁜 행동인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행위를 거리낌 없이 하는 '정말 질 나쁜 행동'인 것이다.

이날 '소형 욱일기 퍼포먼스'는 한국인들에게 욱일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음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름 모를 한 일본팬의 만행은 제주를 침몰시킨 우라와의 아름다운 축구마저도 더럽혔다.   

사실 우라와 팬들의 도 넘은 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다수의 '욱일기' 응원은 물론이고 2014년에는 홈구장에 'JAPANESE ONLY'라는 걸개로 인종차별 행위도 저지른 경험이 있다. 열광적인 팬들의 사랑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우라와의 홈구장 이면에는 '인종차별'과 '군국주의'의 상징들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축구계는 인종차별과 군국주의(혹은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행위가 왕왕 이뤄지고 있다. 순수한 경쟁만이 펼쳐져야 할 축구장이 두 거대한 악령의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없어져야 할 것들이다. 지난주 아시아를 강타한 두 사건에 대한 FIFA와 AFC(아시아 축구 연맹)의 대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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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군국주의 우루과이 우라와 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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