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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타선' LG에 가장 시급한 건 바로...

[이용선의 견제구] 장기적 관점에서 '타자 육성' 시스템 구축해야 하는 LG 트윈스

17.06.04 09:44최종업데이트17.06.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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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양상문 감독 ⓒ LG 트윈스


LG 트윈스가 다시 연패에 빠졌다. 5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8-5로 역전승해 7연승과 더불어 6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할 때만 해도 LG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 19경기에서 5승 14패, 승률 0.263의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타자들이 집단 슬럼프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LG, 병살타 및 도루 실패 최다

LG는 올시즌 투수력이 가장 강한 팀이다. 팀 평균자책점 3.31로 압도적인 차이로 리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3점대 팀 평균자책점은 LG 외에는 없다(2위 NC ERA 4.10).

하지만 LG의 현재 순위는 27승 26패 0.509의 승률로 5위에 그치고 있다. '투수력이 강하면 상위권'이라는 야구 속설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수시즌 동안 LG는 상대적으로 약한 타선에 발목이 잡힌 모양생다. 올시즌 LG의 팀 타율은 0.277로 6위다. 언뜻 보면 리그 중위권의 타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팀 홈런은 29개, 팀 장타율은 0.376으로 최하위다.

# KBO리그 10개 구단 팀 홈런 순위(6/3기준)

KBO리그 10개 구단 팀 홈런 순위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LG의 경기당 득점은 4.24점으로 리그 9위다. 저조한 득점력은 병살타 속출과도 연관이 있다. LG는 58개의 병살타로 리그 최다를 기록 중이다. 득점권 기회에서 병살타로 인해 공격 흐름이 번번이 끊어진다.

장타력이 부족하고 병살타가 많은 LG가 내세운 대안은 '뛰는 야구'다. LG는 43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10개 구단 중 도루 숫자는 가장 많다. 그러나 도루 실패 숫자도 28개로 가장 많으며 도루 성공률은 60.6%로 6위에 그친다. 누상의 주자가 도루에 실패해 사라지면 공격의 맥은 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LG 타선에는 단독 도루를 성공시킬 만큼 주루 센스를 갖춘 선수가 거의 없다. 양상문 감독이 추구하는 '뛰는 야구'가 적확한 선택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29일 LG는 대대적인 엔트리 변경을 단행했다. 정성훈, 임훈, 이형종, 유강남 4명의 타자가 한꺼번에 1군에서 말소됐다. 5월 30일에는 조윤준, 김재율, 백창수가 1군으로 콜업됐다. 이른바 충격 요법이다.

일각에서는 진정 부진한 타자들이 엔트리 변동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소위 '좌우놀이'에서 비롯된 잦은 타순 변경이나 코칭스태프의 지도에 대한 의문 제기도 있다. 깜짝 이벤트 식 단기적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잠실 라이벌' 두산에게 벤치마킹해야할 점은?

LG가 롤 모델로 삼아야 하는 것은 잠실구장를 함께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다.  LG가 2003년을 기점으로 10시즌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는 동안 잠실구장을 함께 사용하는 두산은 세대 교체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뛰는 야구'를 앞세운 두산은 가을야구 단골팀으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자 두산은 외부 FA 영입에 소극적이던 자세를 버리고 2014시즌 종료 뒤 FA 좌완 투수 장원준을 영입했다. 4년 총액 84억 원에 영입된 장원준은 2015년과 2016년 도합 27승을 거두고 포스트시즌에도 호투를 이어나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LG가 양상문 감독 체제 하에서 '빠른 야구'를 추구하는 것도, 지난 겨울 FA 좌완 차우찬을 4년 총액 95억 원에 과감히 영입한 것도 두산을 벤치마킹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LG의 '두산 벤치마킹'에는 중요한 요소가 누락됐다. 바로 장타력이다.

두산은 2015년 준플레이오프부터 승승장구해 정규시즌 1위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해 두산의 팀 홈런은 140개로 리그 6위였다. 김현수가 28개, 양의지가 20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팀 홈런 114개로 리그 최하위에 20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LG와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2016시즌 두산은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두산은 정규 시즌에서 183개의 홈런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홈런을 터트렸다. 20홈런 이상 타자도 김재환(37개), 오재일(27개), 에반스(24개), 양의지(22개), 박건우(20개)로 5명이나 됐다. 지난해 LG는 118개로 팀 홈런 9위에 머물렀다. 20홈런 이상 타자는 히메네스(26개), 오지환(20개) 2명뿐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장타를 포기한다면 결코 우승에는 근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가 두산을 제대로 벤치마킹해 우승을 노리려면 홈런, 즉 장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LG, '배팅 아카데미' 설립 검토해야

홈런 타자 여부를 떠나 LG는 타자 육성이 매우 더딘 팀이다. 2002년 입단한 대졸 신인 박용택을 제외하면 이후 15년 동안 내부적으로 육성한 주축 타자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7번 이병규처럼 한두 시즌 좋은 기록을 보인 타자는 있지만 확실한 클래스를 보여준 타자는 박용택이 유일무이하다.

매년 꾸준한 활약으로 LG 타선을 이끄는 박용택 ⓒ LG 트윈스


2009년 입단한 주전 유격수 오지환은 오랜 기간 단련을 거쳐 공수에서 상당한 발전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껏 1군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한 시즌이 없다. 커리어하이는 지난해의 타율 0.280이었다. 리그 평균 타율이 0.290인 2016시즌 타고투저를 감안하면 오지환을 '완성형 타자'로 보기는 어렵다.

LG는 투수 육성을 위해 이상훈 코치에 일임한 '피칭 아카데미'가 있다. 이상훈 코치는 KBO리그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다채로운 선수 경력을 갖췄으며 고양 원더스와 두산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경력을 바탕으로 LG의 젊은 투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미 선발 2승을 거둔 프로 2년 차 김대현이 이상훈 코치의 '작품'이다.

이 케이스를 바탕으로 '배팅 아카데미'의 설립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젊은 타자들의 기술적 향상은 물론 기회에도 위축되지 않는 멘탈을 갖추기 위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육성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LG의 타자 육성은 단기적 처방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의 접근 또한 요구받고 있다. 주도면밀한 준비를 통해 타자 육성에 성공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강팀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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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감수: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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