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의 유쾌한 웃음소리에서, 세간의 우려를 놀라움으로 바꿔놓았다는 기쁨과 만조감이 느껴졌다.
제이스타즈
- 연산군 역할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본인이 제일 놀랐을 것 같다."감독님이 불러주셨을 때, 사실 나도 궁금했다. 지금까지 연기에서 연산의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왜? 싶었다. 감독님은 <또 오해영>에서 업된 모습을 보시고는 저 밝은 모습을 반대로 비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더라. 감독님 입장에선 굉장한 도박이고 용기이지 않나. 부모님도 어울릴까 싶어 걱정하셨는데 대중의 우려도 당연했다.
하지만 감독님, 작가님은 '잘 해내면 반전의 효과는 배가 될 거다' 하시며 힘을 북돋워 주셨다. 나도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어찌나 부담되던지..."
-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한 것 같은가."모르겠다. (웃음) 하지만 김지석만의 연산을 보였다는데 자부심은 느낀다. 사실 내게는 그게 제일 중요한 거였다. 극 중 역사적 인물은 장녹수(이하늬 분)와 둘 뿐이었기 때문에, 사료에 기반을 두되, 그 이면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게 시작이었다.
폭정을 저지르고 광기에 휩싸이는 연산의 정치적인 모습은 앞서 연산군을 연기했던 선배님들이 훌륭하게 보여주셨기 때문에,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연산군이 시를 많이 썼다더라. 그래서 연산군의 시를 풀이한 책도 읽고, 심리학자가 연산의 행동을 분석한 책도 읽었다. 연산군묘와 회릉(폐비 윤씨의 무덤), 선릉(성종과 계비 정희왕후 윤씨의 무덤)도 가봤다. 나름 성군의 자질을 보이기도 했던 연산이 왜 변했고, 왜 그리됐는지, 나름 여러 각도로 형상화하고 내 안에 욱여넣었다."
- 그간 연산의 방탕한 생활을 상징하는 정도로만 쓰였던 흥청들의 공연을 보여준 것도 새로웠다. 극 중 녹수와 흥청들의 장구춤에 열광하는 연산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실제론 어땠나. 사실 요즘의 음악과 춤은 아니지 않나. "눈앞에서 국악 공연을 보면 그런 생각 안 할 거다. 현장에서 보면 정말 다르다. 무엇보다 모두 자기 역할에 빙의해 있지 않나. 모두 연산을 위한 공연이니, 나 하나를 위해 수십, 수백 명이 정성과 시간을 들여 돈 주고도 못 볼 공연을 펼치는 셈인데, 정말 장관이다.
'비트 타는 연산' 영상이 나온 날도, 무대와 왕 사이에 거리가 있어서 공연과 리액션을 같이 찍었다. 영상을 보고 내가 좀 오버했나 싶기도 했지만, 나는 실제 장구춤 가락에 맞춰 박자를 탄 거였다. 나는 힙합을 좋아한다. 삶이 힙합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악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매력이 대단하더라."
'폭군'으로 산 6개월, 연산의 마음 이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