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D조 일본 대 우루과이 경기. 우루과이 9번 니콜라스 시아파카세가 첫 골을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대한민국의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선수들이 입장을 마쳤고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를 준비를 끝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애국가가 아닌 기미가요(일본의 국가)가 흘러나온다.
선수들은 물론 감독과 관중들까지 황당한 표정과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방송을 통해 지켜보는 축구팬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황당하지만, 분노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월드컵이란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는 국가가, 기본을 지키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상대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정중한 사과가 이루어질 때까지 러시아 월드컵 조직위원회에 항의해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닌 가정이다. 만약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러한 일을 당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봤다. 다름 아닌 U-20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가를 잘못 튼 것이 해프닝? 이건 대형 사고다지난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우리나라 경기가 아님에도 수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우리나라가 속한 A조 못지 않은 '죽음의 조'로 불리는 D조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남미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우루과이, 아시아 우승팀 일본, '우승 후보' 이탈리아, '다크호스'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만만찮은 팀들이 경쟁을 벌이는 조다.
오후 5시가 되자 이탈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시작됐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각각 우루과이와 일본에 패배를 당했기에 승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경기는 싱거웠다. 이탈리아는 강력한 수비와 빠른 역습을 선보이며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 경기인 일본전을 잘 치러낸다면, 16강 진출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오후 7시 50분이 조금 넘어서면서 문제가 터졌다. 우루과이와 일본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입장을 마쳤고, 국가가 울려퍼질 무렵이었다. 먼저, 우루과이 국가가 연주되겠다는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가 있었고, 국가가 흘러나왔다. 뭔가 이상했다. 우루과이 선수들은 국가를 부르지 않고 몸을 풀었다. 코칭스태프 역시 표정이 어두웠다.
경기장에 울려 퍼진 것은 우루과이와 같은 남미 소속인 칠레 국가였다. 단순한 실수로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큰 사고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실수를 파악하고, 일본 국가 연주 뒤 다시 우루과이 국가를 틀었지만 이 사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3일 전 똑같은 장소에서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렸고, 당시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또한 칠레는 이번 대회 참가국도 아니다. 남미는 우루과이를 포함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4개국만 참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대륙의 국가 역시 성인 대회(32개국)보다 적은 24개국뿐이다. 그런데도 대회 조직위원회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절대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범했다.
승리로 분풀이한 우루과이, 이런 사건만 1년 새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