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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오세근-이정현의 엇갈린 행보, 어떤 영향 미칠까

17.05.17 14:04최종업데이트17.05.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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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삼성 썬더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안양 이정현이 승리에 쐐기를 박는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2017년 여름 프로농구 FA 이적시장에서 나란히 최대어로 분류된 87년생 동갑내기 오세근과 이정현의 행보가 엇갈렸다. 지난 시즌 안양 KGC 통합우승의 주역이었던 두 사람은 나란히 FA자격까지 얻으며 향후 진로가 농구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초 두 사람 모두 인삼공사 잔류 가능성도 거론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오세근만 남았고 이정현은 협상이 결렬되어 이적시장에 나왔다.

오세근은 연봉 7억 5천만 원(연봉 6억 원, 인센티브 1억5천만 원), 계약기간 5년에 KGC 잔류로 도장을 찍었다. 반면 이정현은 총 보수 8억 원을 요구하며 인삼공사와 이견차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을 원하는 구단은 19일까지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뒤 24일까지 협상할 수 있다.

디펜딩챔피언 인삼공사로서는 아쉽지만 오세근을 잔류시킴으로써 그나마 출혈을 최소화했다는 게 위안이다. 처음부터 몸값이 폭등한 두 선수를 모두 잡는 게 어려웠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삼공사로서는 그래도 오세근을 선택하는 게 분명히 나은 현실이었다.

농구에서 강력한 빅맨은 성적의 보증수표다. 이정현도 좋은 선수지만 인삼공사가 2012년과 올해 지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오세근의 존재감은 대체불가였다. 실제로 KGC는 오세근이 부상으로 시즌아웃되었던 2013년 성적이 급락하기도 했다.

이정현 행선지에 관심 쏠려... 역대 최다 보수 총액 기록할까

지난 2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서울 삼성 썬더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KGC 오세근이 득점에 성공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근은 지난 시즌에도 14점, 8.4리바운드로 MVP 3관왕에 오를만큼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고 챔프전에서는 삼성의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을 봉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승진(KCC)이 잦은 부상, 김주성과 윤호영(이상 동부)이 노쇠화로 하향세에 접어든 지금, 그나마 김종규(LG)와 이종현(모비스) 정도를 제외하면 오세근에 견줄만한 '토종빅맨'을 보유한 팀은 전무하다. 큰 부상만 아니라면 오세근이 전성기를 보낼 4~5년동안 인삼공사는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도전할수 있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목표가 다음 시즌 2연패라면 이정현을 잃은 것은 어쨌든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넘나들며 주포 역할을 해주던 이정현의 득점력과 해결사 본능을 대체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 겉보기에 스윙맨 자원이 가장 풍부해 보이는 인삼공사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양희종은 공격보다 수비에 특화된 선수고 강병현은 큰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 되어 내구성에 아직 의문부호가 붙는다. 국가대표 출신 문성곤은 인삼공사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 하고 군입대를 선택했다.

구단이 나름 노력했다고 했지만 김태술(삼성)-박찬희(전자랜드) 등에 이어 또다시 우승주역을 잡지 못 하고 떠나 보내는 사례를 남겼다는 것도 인삼공사 팬들로서는 아쉬울만하다. 한편으로 이는 다음 시즌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구성에도 미묘한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승주역인 정통빅맨 데이비드 사이먼의 재계약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부상으로 챔프전에서 교체되었던 단신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 역시 일단은 재계약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정현의 공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김에 따라 향후 득점력이 좋은 스코어러형이나 언더사이즈 빅맨 카드를 다시 고려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인삼공사와 사실상 결별이 유력해진 이정현의 향후 행선지 역시 관심거리다. 국내 선수 중 최고의 득점력을 자랑하는 이정현은 현재 자타공인 KBL의 NO.1 슈팅가드임에는 분명하다. 돌아가는 시장 상황도 이정현에게 유리하다. 당분간 이정현의 포지션에서 그를 능가할만한 대어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인센티브 금액을 감안하면 현재 문태영이 보유하고 있는 프로농구 역대 최다 보수 총액 기록(8억3천만 원)을 경신할 가능성도 충분히 거론되고 있다.

현재 그의 행선지로 유력한 구단은 동부와 KCC 등이 거론된다. 동부는 이정현과 인삼공사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이상범 감독이 최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바 있다. 동부는 지난 시즌 주전 슈팅가드를 맡았던 허웅이 상무에 입대하며 빈 자리가 생겼고 박지현과 김봉수가 은퇴했다. 노장 김주성과는 지난해 연봉에서 2억 5천만 원이 삭감된 2억 원에 1년 계약을 맺으며 샐러리캡에도 여유가 생겼다.

정규시즌 우승팀에서 지난해 최하위로 수직 추락한 KCC도 슈터진에 전력보강을 위하여 이정현 영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시즌 간판슈터 조성민을 LG로 이적시킨 KT 역시 러브콜을 보낼수 있는 후보다.

변수는 보상제도다. 이정현을 타 구단이 영입하려면 보상 선수 1명과 이정현의 올 시즌 연봉(3억6000만 원)의 50% 혹은 올 시즌 연봉의 200%를 KGC에 내줘야 한다. 선수로서의 능력은 의심한 나위가 없지만 인삼공사 시절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던 플라핑과 비매너 플레이 등 농구팬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도 적지 않은 선수라는 점 역시 각 구단의 영입 경쟁에서 검토해볼 만한 요소가 될수 있다. 이정현이 이번에도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의 팀으로 가느냐, 아니면 리빌딩 팀으로 가서 전력평준화에 기여하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 프로농구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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