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감독 '티파니 슝'티파니 슝 감독은 한국과 중국, 필리핀을 오가면 6년간 세 할머니의 삶을 기록했다.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이 영화가 피해국도 가해국인 일본도 아닌 제3국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라는 점이다. 가해국도 피해국도 아닌 제3국 캐나다 감독에 의해, 캐나다 영화진흥단체의 후원을 받아 6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완성되었다.
위안소를 운영해 비인간적인 전쟁을 더 잔혹한 인간 잔혹사로 만든 일본의 만행은 비단 민족과 민족 간의 핍박과 수탈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만행은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극악무도한 잔혹 행위였다. 그런데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피해국 사회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경제 대국 일본과의 관계나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는 국제 관계 때문에 피해국 정부마다 이를 대하는 인식이나 태도, 해결 노력의 모습이 아주 다르다. 여전히 인간의 존엄은 경제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1963년 박정희 정권 시절 맺어진 한일협정은 식민지 수탈에 대한 포괄적 배상이었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3년간 식민지를 겪었던 필리핀의 배상 규모가 6억 달러였는데 36년간 이루 말할 수 없는 수탈과 억압을 당한 대한민국의 배상금은 3억 달러였다. 당시 정권의 관심은 이 배상금이 주가 아니라 이면으로 들어오는 6000억 달러의 자금이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는 배상금이 단어조차 없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 지원재단(화해와 치유재단)을 설립하면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출연하며,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조건만 충족되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된다는 게 골자다. 일본의 태도는 사과와 반성에 대한 진정성은 부재하고 국제 관계 속에서 위기만 모면하자는 얄팍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사죄와 반성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면죄부만 주는 격이 되어 버렸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만한 합의다. 실제로 2016년 한국 정부는 위안부 기록물 관련 유네스코 등재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으며, 화해와 치유재단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부산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 또는 이전을 관련 단체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소녀상'2011년 12월 14일 민간단체 정대협이 중심이 돼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에 30여 개가 설치되었다.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
우리 정부의 태도나 행보는 피해자에 대한 위로보다는 정권 홍보와 또 다른 어떤 목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합의의 이면에는 분명 대중 봉쇄를 위해 한미일 동맹 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있다. 그 어디에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들을 또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은 가해국과 피해국이 모두 의식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국제적인 관심과 압박이 필요하다. 길원옥 할머니와 정대협이 여러 국가의 탄원서를 모아서 유엔인권위에 제출하는 등의 활동도 결국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3국의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결국 전 세계에 배급되어 상영될 것이고 국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또 하나의 역할을 분명 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여러 국제 영화제에 상영되면서 전 세계 매체들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들을 쏟아 내고 있다.
| 다큐멘터리 <어폴로지>에 쏟아진 매체평 |
'2016년 100대 아시아 영화'(아시아필름페스티발) '팝콘 대신 크리넥스를 팔아야 한다'(할리우드 리포터) '반드시 보고 들어야 할 이야기'(토론토 필름 신) '7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은 과거 인정을 향한 투쟁'(메트로 뉴스 캐나다) '이 작품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할리우드 노스 매거진), '보려하고 들어려 할 때 이해할 수 있다'(POV매거진-캐나다 다큐멘터리 및 독립영화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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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보고 들어야 할 이야기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청산에 목을 매야 하는 이유는 뭘까? 냉전 체제가 종식되었지만 여전히 국제사회는 불안하다. 종교적 갈등과 이전에 없던 경제적 갈등이 새로운 분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도 지구촌 어느 한구석에서는 갈등의 폭발로 인간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위안부 문제로 수십 년간 전 세계인들에게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일본, 매번 곤욕스러워하는 일본 정부를 교훈 삼아 분쟁이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만은 지켜지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위안부 문제는 제대로 된 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디 이 영화가 비단 대한민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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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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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다큐 감독, 일본에 "사과하라"고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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