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우먼 유리는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산다.
일본 TBS
미쿠리의 이모 유리는 화장품 회사 홍보부에서 일하는 커리어우먼이다. 40대 후반의 유리는 실력 있는 직원이지만 결혼하지 않고 악착같이 일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다. 간부들은 그녀를 두고 "융통성이 없다", "지금까지 혼자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유리는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오히려 더 최선을 다해 산다.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운 젊은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기 위해 멋지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은 이미 그 자체로 멋지다.
유리는 멋지지만 단순히 '멋있는 여성'이라 정리하고 넘어가기엔 석연치 않다. 그것은 유리 앞에 놓인 '유리천장'이 현실에 실재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을 극복하고 취업한 후에도 왜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할까. 결혼한 여성은 (미쿠리와는 달리 경제적 대가를 받지 못한 채) 가사와 육아 노동으로 이중고를 겪으니 결혼이 비난을 피할 능사는 아닐 것이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대신드라마 후반부, 미쿠리는 남편의 정서적‧경제적 지지 속에서 새롭게 취업 의지를 다지고, 싱글맘이 된 야스에는 부모님의 작은 청과물 가게에서 일한다. 자신을 '독한 여성'으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도 유리는 계속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갈 것이다. 계약결혼을 내세운 드라마다운 해피엔딩이다. 온갖 우연과 행운 없이 현실에서 이런 해피엔딩은 불가능하다.
대선 주자들이 여성 정책을 도외시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최근 1~2년 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무시할 수 없게 커졌다. 유권자의 절반은 여성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제라도 알아주는 듯하다. 지지율 1위인 후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소수자 인권 의식을 두고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차기 대통령은 우연과 행운의 빈자리를 잘 짜인 여성정책으로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능력과 열정이 있는 여성들이 왜 취업할 수 없는지, 결혼과 출산, 육아가 여성의 인생을 어떻게 두 동강 내놓는지에 대한 공감 없이 잘 짜인 여성정책은 탄생하기 힘들다. 여성 대통령의 실패가 여성정책의 부재라는 반작용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대신 '여성정책을 준비한' 대통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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