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정찬형 사장이 취임 후 만 1년이 지났다. 그간 급변한 언론 지형도에 tbs가 선봉에 서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희훈
취임 후 만 1년이 지났다. 33년을 근속하며 여러 화제 프로를 만드는 등 뼛속까지 'MBC 맨'이었던 정찬형 대표는 지난 2015년 12월 tbs로 적을 옮기며 "공공의 이익만 바라보고 그것에 효율적으로 봉사하면 시민들이 사랑으로 보답해준다"는 믿음을 강조했다.
그의 지난 1년은 그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고, 실체로 증명되는 기간이었다. 서울시 산하의 약소지상파 방송사가 이뤘다고 보기엔 스케일이 참 크다. 지난 3일 상암동 tbs 본사에서 만난 정찬형 대표는 "자랑질은 계속돼야 한다"고 웃어 보이며, 그 성과를 읊었다. tbs 모든 프로그램의 평균 청취율 두 배 상승, 0.8% 대였던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5.4%로 약 6배 상승 등.
이 자랑이 의미 있는 건 단순히 수치의 변화라서가 아니다. MBC와 KBS 등이 공영방송사로 제 역할을 못하며 거리에서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동안 tbs는 시민들에게 환영받았다. 정찬형 사장은 "최근까지 <정봉주의 품격시대> 생방송을 광화문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비오는 날엔 유리창을 닦으라며 세제까지 사오셨다"는 일화를 전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게 더욱 큰 쾌거 아닐까. 스스로 약소방송사라 칭했던 tbs 입장에선 분명 괄목할만한 변화다.
tbs 저격수, tbs 선장이 되다"<김어준의 뉴스공장> 라이브 방송은 타사의 일선 PD들이 휴가까지 내며 구경 왔고, 몇몇 분들은 여론 조사 기관에 tbs 프로 시청률을 먼저 문의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겸연쩍어하면서도 할 만한 자랑은 하던 정 대표는 사실 현직 시절 'tbs 저격수'였다. 2015년 12월 18일 취임사를 보자. 당시 정찬형 대표는 "1990년에 tbs가 출범하면서 저녁 프로의 위협적인 상대로 떠오르자 <이무송·노사연의 특급작전>으로 맞서 다시 순위를 뒤집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로선 감회가 남다를 만하다.
- MBC, KBS 등 지상파의 위기는 곧 타방송사의 기회의 때다. tbs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취임사가 기억난다. 당시 특별한 복안과 전략이 있었던 건가. "우리도 지상파다. 지상파 위기가 대안미디어의 기회라는 시각이 있는데 난 지상파 라디오로 승부할 게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 강연할 때도 지구 종말 때까지 라디오의 역할이 있을 거라 말한다. 간편성과 오디오 중심 미디어라는 장점이 있거든. tbs가 약소방송국이잖나. 약점이 많지. 그걸 극복할 전략이 선택과 집중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년은) 타사의 취약점은 공략하고, 우리 약점은 보완하는 과정이었다. 우리가 왜 존재하고 필요한지 시민들에게 마치 생필품처럼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왔더니 PC용 홈페이지를 연결한 걸 어플로 쓰고 있더라. 일단 모바일 전용 어플리케이션부터 만들었다. MBC에 있을 때 '미니'라는 어플을 개발할 때 라디오본부장이었거든. 여기 와서 일단 어플에 투자했고, 2016년 9월 말 정도에 tbs FM, eFM, tv까지 다 되는 어플을 뿌렸다. 바로 그때 <김어준의 뉴스공장>도 시작했고, 빅뱅이 일어났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시사교양장르, 특히 탐사와 진실 추적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가 그 부분을 공략하고 서비스 해주면 청취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일개 (서울시) 커뮤니티 라디오가 강소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수라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파악한 tbs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었나."방금 내가 tbs를 커뮤니티라디오라고 좀 격하시켜 얘기했다. tbs는 직업운전자 분들이 즐겨들을 만한 방송사로 처음에 출발했다. 그러다가 네비게이션 등 여러 기기들이 발달하면서 교통 정보 자체보단 다른 생활 정보의 중요성이 커졌는데 tbs가 아직 거기까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난 그게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방송사에서 잘 안하는 걸 집중해보자 이런 식이었지. 약소 방송사로서 선택할 다른 방도가 없었다. 소수 인력에 저예산이다. 우리 인력 규모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랄걸?(웃음) 그래서 몇몇 핵심 장르와 핵심 시간대 프로에 집중 투자를 한 거다."
- 잘한 부분과 동시에 1년이 지난 지금 애초 예상과 달랐던 시행착오는 없었는지."뭐든 시작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하잖나. 노력했는데 결과가 잘 안 나온 걸 시행착오라 정의한다면 그런 건 없다. 예상보다 더 큰 빅뱅이 벌어진 건 있지. 오히려 그게 시행착오라면 착오다. <지금은 라디오시대> <손석희의 시선집중>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등 MBC에서 30년 넘게 방송했는데 예측보다 훨씬 더 큰 성과가 일어났다. 물론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파란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건 그 자체로 문화적 사건현장이 됐다. 희한한 경우다. 부패한 정권에 시민들이 뭉쳐 저항하는 과정 자체가 우리 구성원에겐 훈련 과정이었다. 전투를 하면서 총검술, 사격술을 익힌 희한한 상황이었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던진 역동적 상황이라 빅뱅이 나왔다고 본다. 지난 9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범 전후로 <한겨레>의 미르 재단 보도가 있었는데 해당 기자가 우리 쪽 패널로 나오고 있었다. 다른 언론사가 보도 안 할 때 <뉴스공장>이 한 셈이지. 10월 <정봉주의 품격시대> 출범일엔 박근혜의 개헌 발언과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오며 본격적인 싸움에 들어갔고. 이런 일들이 두 프로가 자리 잡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한 셈이다."
신의 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