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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에 담긴 촌철살인... 'U2'는 어떻게 전설이 되었나

U2의 걸작 The Joshua Tree 발매 30주년, 세상을 바꾼 전설의 시작

17.03.09 11:28최종업데이트17.03.0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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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의 걸작 음반 < The Joshua Tree >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이야기를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혈기 왕성하던 4명의 아일랜드 청년, 유투(U2)는 1982년 그들의 3집 <War>를 세상에 내놓았다.

1972년 북아일랜드 독립을 외치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영국의 만행, 이른바 <Bloody Sunday>를 주제로 다뤘던 'Sunday Bloody Sunday', 1980년 역시 독재 정권에 대항하던 바웬사가 이끌었던 폴란드 노동조합의 이야기를 그린 'New Years Day' 등 일련의 저항/사회 비판의식을 담은 수록곡들로 유투는 단숨에 자신들의 고향 아일랜드는 물론 이웃 영국 음악계를 흔드는 신예 록스타로 올라섰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의미 있는 가사를 쓴 보노(보컬), 디 엣지의 찰랑거리는 리듬 기타 연주는 어느덧 유망주를 넘어 차세대 거물 록커로서의 가능성을 부여받는다.

2년이 지난 1984년, 4집 <The Unforgettable Fire>는 바다 건너 미국 시장에서도 유투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시작한 첫 작품이 된다.

흑인 인권 운동의 아버지, 고(故)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기리는 명곡 'Pride(In The Name of Love)'과 'MLK' 를 비롯해서 '4th Of July', 'Elvice Presley and America' 등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국을 다룬 이 음반은 헤비메탈로 대표되는 1980년대 록 음악 시장에서도 크게 환영받았다.

그리고 1987년 3월, 유투는 록 음악계의 변방 아일랜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소개하는 또 한 장의 작품을 통해 역사에 길이 남는 팀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가장 정치사회적인 음반, 세계를 뒤흔들다

198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한 U2. 록그룹으로는 비틀즈, 롤링스톤즈, 더 후에 이어 4번째 표지 모델로 선정되었다. 그만큼 이 무렵 이들의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 Time Magazine


1987년 팝 음악계는 2장의 음반이 대세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바로 전해인 1986년 하반기에 발매되어 이듬해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팝 메탈 밴드 본 조비의 <Slippery When Wet>과 유투의 <The Joshua Tree>였다. 전자가 빼어난 멜로디, 화려한 영상미의 뮤직비디오를 기반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면 후자는 우직스러울 만큼 정직한 록 음악+실험적인 사운드의 조화를 기반으로 음악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미국 1000만 장 이상, 세계 25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는 본작의 완성도에 뒤따라오는 부가적인 요소였다. 특히 아직 CD 판매는 걸음마 단계였던 1987년이었음에도 당시 본작은 미국 내 100만 장 이상 팔린 최초의 CD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The Joshua Tree>는 <Born In the U.S.A>(1984년, 브루스 스프링스틴)와 더불어 보수적인 미국 공화당 정부 시절을 역행하는 가장 좌파적이면서 정치-사회적인 내용을 담은 '베스트셀링 음반'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음반 주요 수록곡들의 면면에선 그 무렵 세계 각국의 민감한 치부를 비판하는 가사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Red Hill Mining Town'을 통해 1984년 무자비한 폭력으로 영국의 파업 탄광 노동자들을 탄압했던 대처 행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고 'Mothers Of The Disappeared'에선 1970년대 칠레 독재 정권 치하에서 의문의 실종 및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가족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80년대 엘살바도르 독재 정권과 이를 부당하게 비호하는 미국을 노래한 'Bullet The Blue Sky', 마약 중독의 폐해를 고발한 'Running To Stand Still' 등 절대 가볍지 않은, 무거운 주제 의식을 담은 곡들이 <The Joshua Tree>의 중심을 지탱해주고 있다. 

The Joshua Tree 음반 속지 사진 (사진 출처 : 유투 공식 홈페이지) ⓒ U2


그런데도 LP 기준 A면의 처음을 장식하는 3곡의 존재감이 없었다면 이 음반의 가치는 많이 퇴색했을 것이다.

첫 곡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은 1980년대 유투 사운드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말이 결코 과찬이 아닐 만큼 오랜 기간 사랑받은 그들의 라이브 애창곡 중 하나다. 장엄한 분위기의 키보드 소리를 시작으로 딜레이 이펙터를 건 찰랑거리는 기타의 연주와 촘촘하면서도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는 16bit 리듬의 베이스(아담 클레이턴)와 드럼(래리 뮬렌 주니어) 연주로 듣는 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묘한 마력을 선사한다.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에 빛나는 명곡이자 사랑 노래 'With or Without You', 경건한 분위기의 가스펠 요소를 녹여낸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는 유투라는 밴드의 가치를 전 세계 대중들에게 알린 1등 공신이 되었다.

특히 화려한 솔로 연주에 치중하기 쉬운 여타의 기타리스트와 달리, 디 엣지는 <The Joshua Tree>를 통해 키쓰 리처드(롤링 스톤즈) 이후 가장 맛깔나는 리듬 연주를 들려주는 록 기타리스트로 자리매김한다.


<The Unforgettable Fire>에 이어 또 한 번 이들과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와 다니엘 라노이스 콤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유투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치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자동차처럼 록 음악 본연의 기조는 그대로 살리면서 다양한 이펙터를 활용한 실험적인 소리를 담아낸 곡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자칫 무거운 주제 속에 함몰할 수 있는 음악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기자 주 : 1987년 한국 내 첫 LP 발매 당시엔 'Bullet The Blue Sky', 'Running To Stand Still', 'Red Hill Mining Town', 'In God's Country' 등 무려 4곡이 금지곡 처분을 받아 삭제, 달랑 7곡만 수록된 기이한 형태로 발매되었다. 훗날 1992년 CD로 재발매되면서 다행히 11곡 모두 복원되었다)

이 음반의 발표와 함께 유투는 그해 약 9개월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살인적인 일정에 가까운, 무려 110회가량의 공연을 치르면서 최강의 라이브 밴드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 (이때의 영상 기록은 이듬해 1988년 다큐멘터리 영화 및 음반 <래틀 앤 험 Rattle and Hum>으로도 제작된다)

이후 이들은 1991년 <Achtung Baby>, 1993년 <Zooropa>, 1997년 <Pop> 등 매번 변신하는 음악들로 채워진 걸작을 내놓으며 1990년대 세계 록 음악을 주도하는 막강 밴드로 명성을 이어갔고 세월이 한참 흐른 21세기에도 이러한 위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편 <The Joshua Tree> 발매 30주년을 기념해서 유투는 또 한 번 그들의 장기인 월드 투어를 통해 팬들과의 만난다. 5월 12일(미국 현지시각)부터 약 8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총 33회에 걸친, 여전히 만만찮은 일정의 북미-유럽 순회공연 <The Joshua Tree Tour 2017>를 벌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이름은 이번에도 공연 국가에 들어 있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투 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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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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