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뱉어낸 자신감 넘치는 말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견디고, 포기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는 채찍이 됐다.
이정민
<푸른 바다> 속 인물들은 전생과 현생의 인연으로 이어져있다. 전생의 악연은 악연대로, 필연은 필연대로.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라는 한탄이라든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라는 농담은, 그대로 인물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이자 복선이 됐다.
극 중 이지훈이 연기한 허치현은 동생 허준재(이민호 분)를 향한 열등감이나, 진짜 아들로 여겨준다 생각했던 아버지(최정우 분)의 배신(?)이라는 요소가 아니었더라면, 나름 진짜 형·아들이 되고 싶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머니(황신혜 분)의 악행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래도 하나 뿐인 가족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처럼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며 "어머니 아들인 게 너무 싫어요"라던 마지막 대사처럼.
하지만 전생과 현생의 삶과 성격이 일치한다는 <푸른 바다> 세계관에 따르면, 허치현도 그냥 어머니나 생부(성동일 분)처럼 죄책감 따위 없는, 사이코패스류의 인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드라마에서 허치현의 전생 이야기를 많이 보여드리진 못했어요. 만약 스토리가 더 있었다면, 현생에서처럼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요?"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 생을 위해 착하게 살아야겠다'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전생에 뭐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 적은 없었는지 묻자, "전주 이씨 양녕대군파 16대손이기 때문에, 자료에 근거해 왕이었을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꼭 같은 집안에서 태어날 거란 보장은 없지 않으냐"며 웃자, 이내 "사실 따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함께 웃었다. "소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걸 보면 백정이나 갖바치처럼 소를 가까이하는 직업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면서.
"가끔 '전생에 죄를 지었나?'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삶을 돌아보면 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인복도 있었던 것 같고, 나름 순탄했던 것 같거든요. 연기하고 싶다 결심한 후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 정도의 힘든 일은 누구나 살다 보면 겪는 거니까. 사실 최근에도 아 뭔가 (어려움이) 오고 있구나 싶긴 한데, 굳이 연연하지 않고 싶어요.""둥글둥글한 사람, 재미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