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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공통의 고민은 백업 세터

[2016-2017 V리그] 주전에 대한 의존으로 실전 기회 줄어드는 백업들

17.01.24 09:03최종업데이트17.01.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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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가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내야의 빈자리를 지켜낸 지석훈이라는 훌륭한 백업 내야수의 존재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 후 10년 동안 주전으로만 활약했고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도 선발됐던 안드레 이궈달라(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2014-2015 시즌부터 식스맨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골든스테이트를 3년 연속 NBA 최고 승률팀으로 이끌고 있다.

이렇듯 단체 스포츠에서 팀이 강해지려면 주전 선수를 보좌하는 백업 선수가 강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체력엔 한계가 있고 팀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소화하다 보면 그만큼 부상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주전 선수의 자리를 메워 주는 든든한 백업 선수가 있다면 그 팀은 장기레이스를 무사히 치러나갈 수 있다. 특히 허리, 무릎, 발목, 어깨 등 많은 부상위험에 노출돼 있는 배구 종목은 백업 선수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레프트에 정지석,신영수, 센터에 진성태,최석기, 세터에 황승빈 같은 훌륭한 백업들을 대거 보유한 대한항공 점보스가 V리그 남자부 전반기 1위를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세터 포지션의 경우엔 백업 선수의 발굴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여자부 6개팀이 이번 시즌 모두 백업 세터에 대한 고민에 빠진 이유다.

조송화와 김사니의 백업을 찾아야 하는 양강, 현대건설은 여유

이다영을 보유한 현대건설은 백업세터 고민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편이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박미희 감독 부임 후 1993년생의 어린 세터 조송화를 주전으로 낙점하면서 2014-2015 시즌부터 조송화를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시켰다. 세상에 실전경험만큼 효과적인 훈련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송화는 주전 도약 3년 만에 흥국생명을 리그 1위로 이끌고 있다. 그렇게 흥국생명의 대체불가 세터가 된 조송화가 지난 15일 연습도중 무릎 부상을 당했다.

흥국생명은 전반기의 마지막 두 경기를 조송화 없이 치러냈다. 두 경기 모두 승리하긴 했지만 조송화의 빈자리를 느낀 경기였다. 5년 만에 현역으로 복귀한 김재영은 호주 유학파답게(?)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와 호흡이 잘 맞았지만 오히려 국내 선수들과는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 20일 도로공사전 막판에 중용된 김도희도 아직 공격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조송화가 없는 5라운드 초반이 선두 수성에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2014-2015 시즌 챔프전 우승과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봤던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전성기에는 김사니라는 걸출한 센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종아리와 허리 부상, 그리고 부친상까지 당했던 김사니는 예전과 같은 농익은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굳이 부상이 아니더라도 김사니는 올해로 37세가 된 노장 선수로 백업세터 발굴이 시급하다.

이정철 감독은 김사니의 은퇴 후를 대비하기 위해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에서 영입한 이고은을 전반기 막판부터 중용하고 있다. 세터라는 포지션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작은 신장(170cm)과 어린 나이(1995년생) 때문에 김사니 만큼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하지만 주전으로 출전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토스워크도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속도가 기대되는 선수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상대적으로 세터 걱정이 가장 적은 팀이다. 작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출신 염혜선에 올스타전만 되면 검색어 1위를 독차지하는 이다영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토스의 안정감은 염혜선이 더 낫지만 이다영은 뛰어난 공격력과 날개 공격수에게도 뒤지지 않는 블로킹 높이를 앞세워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양철호 감독이 각 선수의 특징에 따라 적재적소에 투입한다면 현대건설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은만 보는 인삼공사와 주전 정해지지 않은 GS칼텍스

2011년 올스타전 서브퀸 출신 이소라는 이번 시즌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돌풍의 팀' KGC인삼공사는 2005년 프로 입단 후 10년 넘게 무명의 설움을 겪던 이재은 세터가 이번 시즌 대활약을 하면서 급부상했다. 2013년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로 이적한 이재은은 발목부상과 한수지의 존재 때문에 벤치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한수지가 센터로 변신하면서 이재은이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찼고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면서 전반기 인삼공사의 돌풍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재은이 전반기 20경기에서 모두 주전으로 출전하면서 백업세터들이 기회를 잡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삼공사는 작년 9월 GS칼텍스로부터 시은미 세터를 임대로 영입했지만 시은미 세터는 전반기에 단 8경기에 출전해 6번의 토스를 시도하는데 그쳤다. 시은미가 예정대로 시즌 종료 후 GS칼텍스로 복귀한다면 인삼공사의 백업세터는 이번 시즌 단 3경기에 출전했던 수련 선수 출신의 김혜원 밖에 남지 않는다.

흥국생명이나 인삼공사가 주전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고민이라면 GS칼텍스 KIXX는 확실한 주전 세터가 없어 고민스런 팀이다. 1980년생의 노장 정지윤과 프로 7년 차 이나연, 그리고 강릉여고 출신의 루키 안혜진을 보유한 GS칼텍스는 시은미를 임대 이적시킬 만큼 양적으로 풍부한 세터진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내세울 수 있는 선수는 마땅치 않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38세의 정지윤보다는 26세의 이나연을 주전으로 키워야 하고 실제로도 최근 이나연의 출전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나연은 이번 시즌에도 발목 인대 부상으로 8경기나 결장했을 정도로 부상이 잦은 편이다. 임대에서 복귀할 시은미를 포함해 이번 시즌 가능성을 보인 루키 안혜진까지 GS칼텍스는 선택지가 넓은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든 갈림길에 서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작년 리우 올림픽 8강을 이끌었던 국가대표 주전세터 이효희를 보유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도 이제 이효희의 다음세대를 준비해야 한다. 두 번의 은퇴 끝에 다시 도로공사로 컴백한 이소라가 4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서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다만 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경민, 하효림 등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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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백업세터 이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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