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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오픈 역전패 정현, 성장 가능성 뽐냈다

[2017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2R] 정현 1-3 그리고르 디미트로프

17.01.19 16:40최종업데이트17.01.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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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세트에서 내리 여섯 게임을 따낼 때만 해도 호주 오픈 최대의 이변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계 랭킹 15위의 메이저대회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대등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결과는 받아들여야 했다.

윤용일 코치가 지도하는 정현(한국, 세계 랭킹 105위)이 한국 시각으로 19일 오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하이센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7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2라운드에서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 세계 랭킹 15위)에게 첫 세트를 따내며 분전했지만 아쉽게도 1-3(6-1, 4-6, 4-6, 4-6)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출발은 좋았지만...

이틀 전에 열린 첫 경기에서 렌소 올리보를 3-0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올라온 정현은 그 기세 그대로 디미트로프를 상대했기에 첫 세트에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첫 세트 두 번째 게임부터 일곱 번째 게임까지 내리 여섯 게임을 싹쓸이 했으니 정말 놀라운 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출발점은 첫 세트 세 번째 게임이었다. 디미트로프가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브레이크 기회를 잡은 정현이 반 박자 빠른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을 멋지게 쳐냈다. 이 흐름은 첫 세트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상대 선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는 한 때 단식 세계 랭킹 8위까지 올라갔던 베테랑이었다. 2014년이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는 디미트로프는 그 해 호주 오픈에서 8강, 윔블던에서 준결승까지 치고 올라간 강자였다.

디미트로프는 첫 세트를 빼앗긴 수모를 만회하기 위해 두 번째 세트부터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렇다고 해서 정현에게 승리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 번째 세트 두 번째 게임에서 디미트로프가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듀스 끝에 각도가 예리한 포핸드 크로스 실력을 뽐내며 디미트로프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 브레이크 포인트가 완성되면서 세 번째 세트를 2-0으로 앞서갔지만 곧바로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지 못한 것이 이 경기 전체를 통틀어 역전패의 원인이 되는 지점이 됐다. 듀스에서 정현의 스트로크가 가운데로 몰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급하게 백핸드 스트로크를 시도한 것이 네트를 넘기지 못했다.

고비 못 넘었지만 성장 가능성 뽐내

결국 이 경기 마지막 세트가 된 네 번째 세트에서도 정현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정현은 자기 서브 게임을 시원하게 러브 게임으로 가져오면서 출발이 좋았다. 파란색 셔츠로 갈아입고 나온 상쾌함이 느껴지는 흐름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두 번째 게임에서도 디미트로프가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기막힌 로브 실력을 뽐내며 따라붙었다. 듀스가 두 번이나 이어지면서 이 경기 또 하나의 갈림길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였지만 정현의 서브 리턴이 아쉬웠다. 그러다보니 역시 정현의 스트로크가 가운데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디미트로프의 침착한 스트로크는 네 번째 세트 다섯 번째 게임에서 가장 빛났다. 정현이 서브를 넣었지만 15:40으로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정현이 급하게 스트로크를 날린다는 것을 너무나 잘 꿰뚫어봤다. 여기서 정현은 두 손 백핸드 스트로크로 대응했지만 마지막 백핸드가 너무 길게 떨어졌다. 디미트로프가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정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네 번째 세트 여덟 번째 게임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은 정현이 디미트로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과감하게 네트 앞으로 달라붙어 백핸드 발리 공격을 선택한 순간이 압권이었다.

이렇게 4-4까지 따라붙었기 때문에 다섯 번째 세트를 염두에 둘 수 있는 흐름이 형성됐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아홉 번째 게임에서 정현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연거푸 두 번이나 길게 떨어졌다. 이 서브 게임을 따냈다면 정말로 보기 드문 풀 세트 명승부를 펼쳐볼 수 있었을 테지만 실수로 주저앉은 꼴이 되었다.

매치 포인트도 정현의 포핸드 서브 리턴이 네트를 넘기지 못하면서 나왔다.  2시간 36분간의 도전은 그렇게 아쉽게 막을 내렸다. 네 세트를 통틀어 가져온 게임 숫자로만 계산하면 디미트로프 19게임, 정현 18게임이라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운 결과였다.

첫 서브 성공률(정현 68%, 디미트로프 65%)이나 첫 서브로 얻은 포인트 비율(정현 75%, 디미트로프 68%)에서 정현이 우위를 보였지만 두 번째 세트부터 네 번째 세트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승부의 고비를 맞아 스트로크가 가운데 쪽으로 몰리거나 서브 리턴이 불안했던 것이 역전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정현은 2015년 9월 1일 US 오픈 1라운드 승리, 2017년 1월 17일 호주 오픈 1라운드 승리 기록을 남기고 물러났다. 메이저대회 단식 승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실감했지만 세계 랭킹 15위를 상대로 이만큼 대등한 실력을 발휘한 것은 정현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자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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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2R 결과(19일 오전 하이센스 아레나, 호주 멜버른 파크)

★ 정현 1-3(6-1, 4-6, 4-6, 4-6) 그리고르 디미트로프

◇ 정현의 메이저 대회 단식 승리 기록
2015년 9월 1일(US 오픈 1라운드) 정현 3-0(6-3, 6-1, 6-2) 제임스 덕워스[호주]
2017년 1월 17일(호주 오픈 1라운드) 정현 3-0(6-2, 6-3, 6-2) 렌소 올리보[아르헨티나]
테니스 정현 디미트로프 호주오픈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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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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