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즐기는 주요 흥밋거리 중 하나는 바로 예비 FA들의 활약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량을 한껏 끌어올린다. 2016시즌 최형우나 나지완 처럼 소위 'FA 로이드'의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예비 FA 중 한 명인 kt 위즈 외야수 이대형은 2017시즌 종료 뒤 2번째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그는 2013시즌 종료 후 첫번째 FA를 통해 4년 총액 24억 원에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바 있다.
▲ 케이티 위즈의 외야수 이대형. ⓒ 연합뉴스
당시만 해도 이대형의 계약은 오버페이라는 평가가 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비 FA였던 2013시즌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0.237의 타율 0.606의 OPS(출루율 + 장타율)에 그쳤다. 전매특허였던 도루도 13개에 그쳤다.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다. 2007년을 기점으로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던 '슈퍼소닉'의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FA 자격을 얻어 이적한 뒤부터 이대형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2014시즌 0.323의 타율을 기록한 이래 2016시즌까지 3년 연속 규정 타석 3할을 달성한 것이다. 2016시즌에는 무려 192안타로 최다 안타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도루 능력도 되찾았다. 2014시즌 22개로 회복세를 보이더니 2015시즌 44개, 2016시즌 37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KIA에서 kt로 이적한 뒤 2015시즌과 2016시즌 2년 연속으로 리그 도루 3위에 올랐다. 1983년생으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그의 주력은 여전하다.
▲ kt 이대형 최근 4시즌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현재 이대형의 통산 도루는 482개로 500도루를 18개 남기고 있다. 현역 선수 최다 도루를 기록 중인 이대형은 역대 2위 이종범이 보유한 통산 510도루도 2017시즌에 넘어설 기세다. 장기적으로는 역대 1위 전준호의 550도루 기록마저 경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017시즌 종료 뒤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는 2018년 이대형은 만 35세가 된다. 최근 kt 이진영, LG 정성훈 등의 예에서 보듯 베테랑에게 FA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FA 등급제 도입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있으나 올 시즌 종료 뒤까지 개선된 제도가 자리 잡을지는 의문이다.
보상금과 보상 선수의 족쇄로 인해 어중간한 성적을 남긴 베테랑의 이적은 결코 쉽지 않다. 이적이 쉽지 않으니 원 소속팀 또한 베테랑과의 FA 계약을 최대한 늦추며 구단에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키려 한다.
발을 무기로 하는 이대형에게 만 35세의 나이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타고투저의 추세가 계속되면서 도루의 가치가 예전만 못한 것도 이대형에게는 손해다.
2017시즌 종료 후 외야수들이 대거 FA로 풀리는 것도 이대형에게는 유리하지 않다. 김주찬(KIA), 이용규(한화), 민병헌(두산), 정의윤(SK), 손아섭(롯데)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외야수들이 FA 자격을 취득한다. 성공적인 FA 계약을 위해서는 이들과의 차별화가 절실하다.
2017시즌 종료 뒤 이대형은 FA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통산 최다 도루를 향한 '슈퍼소닉'의 질주가 거침없이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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