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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PD와 주진우 기자의 '신변 위협' 호소... 섬뜩하다

[하성태의 사이드뷰] 이상한 사고의 연속... 우상호, '박 대통령 5촌 살인사건' 재조사 요구

17.01.03 14:39최종업데이트17.01.0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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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32주기 추도식장의 유족들 지난 2006년 8월 15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32주기 추도식에서 동생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왼쪽부터 근령씨, 지만씨 부부.
육영수 여사 32주기 추도식장의 유족들지난 2006년 8월 15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32주기 추도식에서 동생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왼쪽부터 근령씨, 지만씨 부부.연합뉴스

"사건의 사실관계를 알고 계신 분들은, 저를 포함한 언론을 꼭 만나셔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요. 정 만나기 어려우시면, 문자나 이메일로 남겨주세요. 010-4021-5606 / humanejh@sbs.co.kr"

"그래야 살아요"라는 표현에 간절함이 묻어난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이지(EG) 그룹 박지만 회장의 전 비서인 주아무개씨(45)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 배정훈 PD의 "그래야 살아요"라는 글은 '생과 사'의 그 갈림길을 지칭하고 있었다. 배 PD는 관련 기사를 소개하면서 이중 보안이 걸려 있다는 자신의 개인 이메일까지 소개했다.

배 PD와 지난 2014년 두바이에서 관련 사건의 제보자를 함께 취재한 주진우 <시사IN> 기자 역시 신변의 위협을 호소했다. 2일 방송된 C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전화로 인터뷰한 주 기자는 조심스럽게 가족이 당한 사고에 대해 털어놨다. 주 기자 가족의 이 교통사고 소식은 2일 오후 SNS상에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실 어제 저희 가족한테 차가, 어떤 차가 돌진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연이겠지. 우연이라고 저는 가족들한테는 말하고 이렇게 다독였는데 이런 우연들이 너무 많이 겹치고 있어서 사실은 걱정이 조금 됩니다, 사실.

그런데 그렇습니다. 박지만씨,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요. ...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해요. 그렇습니다. 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살은 하지 않을 거고요. 잘 버텨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살아요"라는 SBS <그알> PD의 간절함

 지난달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의 한 장면.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달 17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의 한 장면.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SBS

지난달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아래 <그알>)이 방영된 이후 관련 사건에 대한 의혹이 재점화됐다. 이 사건의 직접 관계자는 물론 박 대통령 주변 사건 관계자와 취재 당사자들의 신변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주아무개씨의 급작스러운 죽음이 의문을 남기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태다.

"제가 노승일씨나 고영태씨를 만날 때 그 주변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몇 시간 동안 서 있다든지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날 오전에 주차장에서 몇 시간 동안 서 있는 차를 보고 거기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든가 이런 걸 보면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노승일, 고영태씨도. 다른 사람들이 좀 쳐다보고 있구나. 지금 그래서 좀 경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 인터뷰한 주진우 기자의 전언이다. 지난달 2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직접 출연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최근 오전에 강남에서 만나 악수까지 한 남자를 1시간여 후 강북에서 만나 깜짝 놀랐다"며 신변의 위협을 호소한 바 있다. 노 전 부장 역시 신변의 보호를 위해 방송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사망한 주아무개씨는 박지만 회장의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일을 겸하며 10년 넘게 보필했고, 과거 육영재단 폭력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국민일보>는 주씨가 사망 전 SBS <그알> 제작팀에 '박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에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주 기자는 주씨가 신동욱 공화당 총재 납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박지만 회장이 절대 시킨 게 아니다"라고 증언한 인물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 2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주씨 시신 부검 소견을 발표했다. 수서 경찰서는 '관상동맥 경화로 인한 허혈성 심근경색'이라는 사망 원인과 함께 살해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5촌 간 살인사건' 당시와 마찬가지로 경찰 수사가 너무 빠르게 종결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주 기자는 아래와 같이 취재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가족들에 말에 의하면,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심장과 관련된 약을 먹었다는 증언도 없었고요. 장례식장에 갔었는데 아주 가까운 가족은 저한테 화를 내고 쫓아서 듣지 못했지만, 다른 친척들이 일러 준 얘기입니다."

전면 재조사 요구, 특검에 수사 의뢰한 야당

우상호 "박대통령 주변사람들 죽음 미스터리, 전면 재수사해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실 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 주변에서 희한하게 숨진 사람들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추미애 대표.
우상호 "박대통령 주변사람들 죽음 미스터리, 전면 재수사해야"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실 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 주변에서 희한하게 숨진 사람들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추미애 대표. 남소연

"새해부터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오늘 일간지에 나온 것을 보면 박지만씨 수행비서가 숨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도대체 이게 몇 번째 죽음인가? 이 문제만큼은 철저하게 수사를 해서 박지만씨, 박근령씨, 박근혜 대통령 주변, 오촌 조카의 죽음까지 참으로 희한하게 숨진 이 사람들에 대해서 전면적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체 왜 죽었는지 원인도 알 수 없고, 초동수사에 실패해서 진실을 밝히지 못한 죽음이 너무 많다. 산지기 노인부터 5촌 조카들의 북한산에서의 이상한 죽음, 또 중국에서 신동욱씨를 추격하던 그 조직, 또 이상한 박지만씨 수행비서의 죽음. 모든 것이 도대체 미스터리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치권에서 진실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거나 언론이 취재하거나 재판이 열리면 사람이 하나씩 죽어간다. 이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 검찰이 이 문제에 대해서 엄정하게 수사해서 다른 살인사건과 연관됐는지도 제대로 수사하시기 바란다."

지난 2일 우상호 원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과 박지만 회장 비서 주아무개씨의 죽음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검경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후 제기된 국민적 의혹에 대해 제1야당 원내 대표가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선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조사위원회 역시 관련 사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촉구하며 자체 조사·수집한 자료를 특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 와중에, 주씨가 의문을 남기고 죽었고, 유족들과 언론, 국민이 그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셈이 됐다.

이 사건의 직접 관련자 중 한 명이자 박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총재는 "검찰과 경찰, 국정원도 믿지 못하겠다"며 "마지막으로 믿고 기댈 곳은 네티즌 수사대와 국민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신동욱 총재 역시 일찌감치 생명의 위협을 당한 납치사건을 겪고, 최근까지 의문의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다고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시사고발프로그램 PD와 시사 주간지 기자가 "그래야 살아요"라며 제보자와 취재원의 신변을 걱정하고, "자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해야 하는 시대.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열어 버린 '판도라의 상자'의 부수적인 피해라 할 만하다.

그런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지, 이제는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의구심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그 '판도라의 상자'를 두려워하는 측이 또 움직이기 전에 반드시 재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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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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