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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테의 백스리, 슈틸리케호의 성공 방정식 될 수 있다

흔들리는 슈틸리케호, 첼시의 성공에서 배워야 할 점

17.01.03 10:51최종업데이트17.01.0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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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EPL)를 지배하고 있는 콩테의 백스리를 우리 대표팀에 접목시킬 수는 없을까?

우즈베키스탄과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5차전에서 승리하며 한숨을 돌린 대한민국 대표팀.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하다. 슈틸리케 호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지적된다. 신뢰 가능한 풀백 자원의 부족, 기성용 파트너의 부재와 에이스 손흥민의 고립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겠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세계적인 명장들의 집합소로 관심을 끌고 있는 2016-2017 시즌 EPL의 현재까지의 승자는 콩테 감독이 이끄는 첼시다. 콩테는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첼시를 180도 바꿔놓았다. 시즌 초 백포로 경기에 임할 때와는 다른 완벽한 경기력을 백스리를 기반으로 선보이고 있다.

반전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이다. '충분한 수비 숫자 확보', '두 명의 박스 투 박스', 그리고 '아자르의 자유'이다. 콩테 감독은 백스리과 두 명의 윙백을 기초로 한 3-4-3 포메이션으로 기존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재밌는 점은 첼시의 핵심 세 가지는 슈틸리케 호가 지닌 문제점을 단숨에 해결하기에 적합할 수 있다는 것. 즉, 콩테의 백스리는 슈틸리케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풀백이 없다면 윙백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 ⓒ 연합뉴스


오랜 기간 동안 슈틸리케호를 괴롭히던 풀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기미가 안 보인다. 기존 후보들은 여전히 소속 팀에서의 출장 자체가 어려워 경기력 측면에 문제가 있고, 믿음직한 '뉴페이스'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윙백 자원들은 꽤나 풍부하다. 서울의 고광민, 고요한이 이미 슈틸리케의 관심을 받았고, 홍철은 주요 측면 수비 자원으로 이미 분류되어 있다. 이외에도 울산의 주장이었던 김태환 등도 윙백으로서의 능력이 있고, 기존의 국가대표 풀백 자원들도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이 돋보이는 선수가 많다.

윙백을 활용한 백스리는 풀백 자원 문제뿐만 아니라 흔들리는 중앙 수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어넣을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들의 장점은 제공권, 몸싸움 등이 아닌 발기술과 스피드로 변했다. 조광래 감독부터 현재 슈틸리케 감독까지 후방 지역에서의 빌드 업을 중시했기에 어느덧 대표팀에서 요구하는 중앙 수비수의 핵심 능력도 변한 것이다.

이 점이 슈틸리케호 백스리 전환의 핵심이다. 중앙 수비수 자원들이 제공권과 일대 일 마크에 약점을 드러냈고 풀백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를 두 명만 배치하는 것은 수비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불안한 현재의 백포과 다르게 백스리를 적용하면 일단 기본적으로 중앙 수비수 세 명에 윙백 두 명까지 수비에 가담하여 수비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백스리'는 공격의 적극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중앙 수비수들의 장점이 적극 활용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첼시의 아스필리쿠에타는' 기본적으로 스토퍼(센터백)'로서 경기에 임하지만, 앞에 공간이 열리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 아스필리쿠에타가 풀백 출신으로 빠른 발과 준수한 발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선수 간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빠른 발과 준수한 발기술을 가진 김영권, 김기희 등의 선수에게 기대해 볼만한 역할이다.    

쉬워질 기성용 '짝꿍' 찾기

콩테 감독의 3-4-3의 최대 고민거리는 역시 두 명으로 구성되는 중앙 미드필드진이다. 현대 축구 대부분의 포메이션은 세 명의 미드필더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구조적으로 3-4-3 전형은 중앙 장악력이 떨어진다. 허리에서의 장악력 상실은 공수 간격의 분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콩테는 이 문제를 캉테-마티치 조합으로 가볍게 해결했다. 캉테와 마티치는 여태껏 홀딩 미드필더로서 수비적인 역할만 도맡아 왔다. 콩테 감독은 이들의 역할을 수비 라인 보호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들이 가진 공격력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실제 두 선수는 준수한 공격력을 가진 선수이다. 활동량과 태클로 대변되는 기존의 수비적인 능력으로 백스리을 보좌하고, 기회가 되면 적극적으로 패널티박스 근처까지 치고 올라가 공격에 힘을 더하고 있다. 적극적인 공격으로 중원 지역에 빈 공간이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 '미드필더'인 윙백과 백스리 자원 중 공격수 마크로부터 자유로운 한 명의 수비수가 미드필더로 위치로 올라오면 해결 가능하다.

결국 3-4-3 전형의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의 핵심 역량은 공수에 모두 능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자원은 한국 대표팀에도 충분하다. 기성용의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구자철도 수비적인 능력이 충분한 선수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성장한 이재성은 전북에서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로서의 능력을 한껏 과시했다. 수원에서 3-4-3의 핵심 멤버로 활약한 권창훈과 의외로(?) 공격적인 능력을 보유한 한국영 등 충분한 숫자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세 명의 선수가 배치되지만 여태껏 답을 찾지 못한 4-2-3-1에서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보다, 3-4-3에서의 여러 가지 능력을 두루 지닌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구성이 대표팀의 중원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그동안 대표팀을 괴롭혔던 '기성용 파트너 찾기'는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손흥민에겐 자유가 필요하다

지난 해 10월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4차전에서 대표팀 손흥민이 이란 라민 레자에이안을 개인기로 제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인의 컨디션 문제와는 별개로 국가대표 손흥민이 토트넘의 손흥민보다 활약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토트넘에서는 손흥민의 최대 장점인 스피드와 슈팅을 살리기 위해 넓은 공간을 만들어주려 노력한다. 충분한 공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손흥민의 득점력은 빛나고 있다.

슈틸리케호에서 손흥민은 다른 상황에 직면한다. 공격 지역에서 눈앞에 넓은 공간을 본 것은 드물고, 빈약한 풀백의 공격 지원으로 고립되기 일쑤이다. 여기에 측면 미드필더로서 수비에 대한 부담도 풀백 불안으로 인해 소속 팀보다 더욱 많이 떠안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손흥민은 공격 빌드업의 일원이나 공격 지역에서의 미끼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지난 시즌 첼시의 아자르도 현재 손흥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겪었다. 아자르의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은 올 시즌 콩테의 3-4-3과 만나면서 사라졌다. 아자르는 왼쪽 윙백 마르코스 알론소의 수비력과 더불어 최소 4명에서 최대 7명까지 빠르게 구축되는 수비진 덕에 공격에 온전히 힘을 집중하고 있다. 공격수로서 완전히 '자유'를 부여받은 아자르는 다시금 EPL 무대를 정복하고 있다.

대표팀에 3-4-3 전형이 구축되면 손흥민도 아자르처럼 수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물론 손흥민을 뒷받침하는 윙백이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윙백의 능력과는 관계 없이 공격수 세 명을 제외한 선수 일곱 명이 기본적으로 수비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것 자체가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줄여준다. 이미 손흥민은 EPL의 9월을 지배했을 정도의 능력이 있는 선수다. 그에게 상황만 주어지면 첼시의 아자르가 부럽지 않은 효과를 슈틸리케호가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백스리 중심의 두터운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받아주고', 넓어진 상대 뒷공간을 빠르고 득점력에 능한 공격수들이 공격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대표팀 구성상 시도 가능한 카드이다. 첼시의 성공 속에 슈틸리케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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