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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 선 모비스, '제갈량의 동남풍' 주인공 될까

바닥 치고 상승 기류... 우승까지 가기 위한 조건들

16.12.26 18:22최종업데이트16.12.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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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은 조조의 대군을 상대로 '동남풍'을 불러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승리를 기점으로 천하는 세 개로 나뉘게 되며 일개 돗자리 장수에 불과했던 유비가 거대한 촉나라를 차지하게 된다. 이 유명한 이야기는 훗날 제갈량의 '동남풍'으로 일컬어지며 불리한 상황 속에서 역전하는 상황을 뜻하게 된다.

2016-2017 KCC 프로농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울산 모비스는 제갈량의 '동남풍'을 서서히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즌 초반, 양동근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으로 최하위권까지 추락했던 모비스는 3라운드 중반인 현재, 인천 전자랜드를 제치고 단독 5위에 올라있다.

모비스는 23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찰스 로드(득점 46리바운드 17리바운드 3어시스트 7블록슛)와 함지훈(7득점 9리바운드 10어시스트 1블록슛)의 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거뒀다. 최근 5경기에서 4승 1패의 성적을 거두며 강팀의 면모를 되찾은 모비스는 상승세를 타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블레이클리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밀러 ⓒ 울산 모비스


밀러, 블레이클리의 빈 자리를 채워라

모비스의 상승세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밀러의 부상 이후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한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활약이 주효했던 것. 그는 11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18득점 9.7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대체 선수 기간이 끝난 그는 팀을 떠났고 다시 밀러가 복귀했다. 밀러는 전주 KCC와의 복귀전에서 7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의 성적치고 좋은 편은 아니나 복귀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는 시즌 초반 모비스 특유의 팀플레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6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다재다능함과는 상반된 플레이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밀러는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4경기에서 13.2득점 5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특히 블레이클리의 합류 이후, 안정적인 경기력을 되찾은 모비스에게 밀러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지난 11일, 모비스는 그에 대한 교체 선수로 블레이클리 영입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밀러는 절치부심하며 다시 코트에 복귀했다.

복귀전을 포함한 4경기에서 그는 11득점 5리바운드 4.2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부상 이전의 기록과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특유의 패싱력이 살아나면서 로드와의 호흡 문제를 극복했고 수비에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존재로 변신했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 이전까지 5할 승률을 지켜야 하는 모비스의 입장에서 밀러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충분히 반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상무에서 돌아와 힘이 되어줄 이대성 ⓒ 대한농구협회


상무에서 돌아올 '야생마' 이대성

2016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에서 김시래, 최부경과 함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대성이 복귀를 앞두고 있다. 내년 1월 26일 전역하는 그는 현재 모비스의 취약점인 가드 포지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193cm의 장신에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 능력을 골고루 갖춘 선수로 상무에서는 경기 운영 능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모비스는 현재 양동근의 부상으로 확실한 1번 포지션의 선수가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박구영과 이지원, 김광철을 차례로 기용했지만 양동근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모습이다. 밀러와 함지훈이 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으나 여전히 양동근이 그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이대성의 존재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대성은 2016 신한은행 농구 대잔치에서 연일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첫 경기였던 경희대전에서 18득점 1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시래가 부상 회복 단계에 있기 때문에 경기 운영과 득점까지 도맡아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는 전형적인 1번 포지션의 플레이는 아니지만 현대 농구를 지배하고 있는 듀얼 가드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드를 중심으로 한 정적인 농구를 펼치는 모비스에게 있어 빠른 농구에 능한 이대성의 존재는 단비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모비스는 그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모비스의 반전을 이끌어야 할 양동근과 이종현 ⓒ 울산 모비스, 대학농구연맹


2월의 기적을 꿈꾸는 양동근·이종현

시즌 전 모비스는 9개 구단이 꼽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다. '특급 신인' 이종현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하며 단숨에 팀 전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 연령별 국가대표 차출과 무리한 대학농구리그 출전으로 인해 발등 피로골절 부상을 당한 이종현의 부재는 모비스에게 큰 손실로 다가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의 정신적 지주인 양동근이 시즌 개막전에서 손목 골절로 인한 부상으로 최소 3개월을 쉬게 됐다. 팀의 핵심 전력인 두 선수가 빠진 모비스는 이후 개막 4연패를 시작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블레이클리 합류 이후 5할 승률에 근접한 성적을 내고 있으나 시즌 전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전력으로 5할 승률까지 끌어올린 모비스는 양동근과 이종현의 합류가 예상되는 2월부터 기적을 이루려 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가드 양동근과 대학무대를 휩쓸었던 이종현의 가세는 단숨에 모비스를 강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김선형(서울 SK)을 제외하면 현재 국내 농구에서 양동근과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가드는 없다. 이종현의 가세로 두터워질 인사이드도 강점으로 나타난다. 로드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최고의 림 프로텍트 능력과 인사이드 장악력을 갖춘 이종현의 프로무대 데뷔는 큰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08-09 시즌 KCC의 모습을 기억하라 ⓒ 대한농구협회


KCC의 08-09시즌을 기억하라

역대급 황금 드래프트라는 평가를 받았던 2008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하승진이 전주 KCC에 지명된 순간 모든 구단은 KCC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2008-2009 시즌부터 외국인 신장 제한이 사라진 가운데 '국보급 센터' 서장훈과 하승진이 버티고 있는 KCC의 전력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8연패와 함께 시즌 초반 9위까지 하락하면서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반전은 있었다. 서장훈과 김태환을 내주고 강병현(안양 KGC), 조우현, 정선규를 받아들인 KCC는 높이의 팀에서 빠른 스피드를 중심으로 한 팀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이후 하승진이 성공적인 복귀를 하면서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 KCC는 최종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모두 최종전에서 승부가 결정될 정도로 혈전을 펼친 KCC는 대역전 우승의 주인공이 된다.

현재 모비스는 당시 KCC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시즌 전 평가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1순위 선수가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 외국인 선수의 문제 등 두 팀의 평행이론이라 할 정도다. 또한 시즌 중후반부터 역전의 기회가 마련된 것조차 비슷하다.

로드가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고 밀러가 적응해 나가는 가운데 함지훈을 중심으로 한 국내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모비스는 양동근, 이대성, 이종현이 복귀하는 2월에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트레이드 이전까지 아무런 희망이 없던 KCC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더 나은 편이다.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시즌으로 평가되는 2008-2009 프로농구는 KCC의 역전 우승으로 그 대미를 장식했다. 그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 모비스는 전력 평준화가 이루어져 이른바 '춘추전국시대'로 까지 일컬어지는 2016-2017 프로농구의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 이 두 팀의 평행이론은 시즌 마지막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3개월이 모든 답을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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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민준구 기자
이종현 양동근 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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