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한 장면.
시네마달
- 중국 도처에 고구려 성터가 200개나 남아 있는 줄 영화를 보고 알았다. 직접 다니시며 혹시 기억에 남는 장소나 풍경이 있었는지."길림성, 흑룡강성까지 안 가고 가까운 요동지역만 해도 고구려성터가 50개나 있다. 한국 사람들이 대련시에 많이 가잖나. 바로 거기에도 비사성이라고 있다. 중국 사람들도 그게 고구려 성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지도를 보여주며) 곶으로 나온 지역이라 발해와 황해 양쪽을 다 전망할 수 있는 곳이다. 기막힌 요새지. 산성은 곧 전투와 관련 있다. 그 주변으로 백성들이 농사를 짓다가 적이 들어오면 성으로 대피할 수 있거든. 산성이 확보돼야만 사람이 몰려든다.
이게 하나의 폴리스를 형성하는 셈이다. 서양 역사로 치면 고구려 산성 하나가 곧 하나의 폴리스였다. 그 폴리스들의 연합체가 바로 고구려였지. 단순히 어느 영토를 통치했다가 아니라 산성 연합이었던 거다. 이 독특한 국가 체제가 거의 1000년 가까이 지속됐다. 중국에도 그만큼 역사가 되는 국가가 없었다. 고구려를 통해 우리 민족은 짙은 정체성을 확보했고, 이게 지금 우리 혈관에 흐르고 있다. 장수왕 평양 천도는 그래서 후퇴가 아니라 진출이었다. 중국이 대륙을 통일하면 우리 역시 거점을 바꿔야 했다. 공격을 직접 맞을 수는 없으니, 게다가 평양은 일본 큐슈 지역까지 고려할 수 있는 곳이다. 당시 그곳은 고대 문명권이었는데 고구려가 장악하고 있었다."
권력자들이 깨달아야 할 것들 '소리를 탐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사는 것'. 도올 김용옥은 고구려 정신을 이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걸 가슴에 품는다면 젊은 사람들은 스펙 쌓기나 그런 게 인생 목표가 아님을 깨달을 것"이라며 "그게 고구려 패러다임의 진실한 목적"이라 설명했다.
- 이렇게 묻고 싶다. 일반시민은 그렇게 받아들인다 치자. 이미 권력을 쥔 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이 영화 관해서는 권력자, 비권력자가 갈릴 수 없다. 팩트니까. 어떤 정치 이념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나의 우리 역사로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다. 지난 시사회 때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여러 교육감님이 오셨다. 내 개인적 일이라면 이런 중요한 사람을 어찌 초대하겠나. 누구나 공감할 과거기에 편하게 모실 수 있었다."
- 보신 분들 반응은?"뭐, 미진한 부분의 지적은 있으나 영화가 너무 좋다고들 하셨다. 명진 스님은 다큐라면 다 졸립던데 이건 한 순간도 졸 수 없었다더라(웃음). 도올 선생이 역사 얘기하는 게 교장 선생이 아니라 마치 대학교 총학생회장이 궐기대회 하는 느낌이었다고 하시더라(웃음)."
- 일전에 시진핑에 대해 선대선왕 정치를 종속시킨 인물이라 평했다. 중국이 전반적 변화를 꾀하는 와중에 우린 뭘 어떻게 해야 할까."그니까! 동아시아 역사가 급변하고 있고, 기회를 누가 선취하나 집중할 시점에 우린 근 10년간 국민 혈세를 복채로 빨아먹는 정치를 해왔다. 여기엔 우파 좌파가 없다. 경제도 망가졌고,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비해 중국은 부패를 청산하고 공산당 당내 숙청을 철저히 하면서 막강했던 인민군 체제를 개편했잖나. 장성도 왕창 줄여버리고. 30만 명 정도 감축했는데 대단하지.
시진핑 하면 기자들이 씹는다. 근데 그건 중국이 일본에게 고분하지 않으니 일본기자가 씹는 거고, 그 씹는 걸 미국기자가 받고, 이걸 또 한국기자가 받고 있다고. 내 보기에 시진핑은 중국이 너무 썩었다는 걸 통렬하게 반성한 사람이다. 인치가 아닌 새로운 법치를 표방하잖나. 인치는 최순실이 하는 짓과 똑같은 거지. 시진핑을 두고 우린 '또 하나의 패권의 등장'이라 표현하는데 중국 패권을 얘기할 게 아니라 우리가 빨리 패권을 잡아야지. 한국은 왜 패권을 안 잡고 있나. 우리에게 얼마나 기회가 많았나. 동북아 시베리아 철로, 동북 지역 물류 센터 등등. 그런 건 안 하고 경제적 토대는 다 망가뜨려 놓았다.
중국은 미국 트럼프 승리에 쾌재를 부를 것이다. 미국의 도덕성이 희미해져 가는 판에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 될 거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물론 시진핑도 비판의 여지도 있지만 자기 뜻이 분명하다. 근데 우린 이 꼴이 뭐냐! 개탄스럽다. 박근혜가 하루라도 더 버티려 꼼수를 부리면 정치나 뭐 등 다른 게 아니라 민생이 망가진다. 민생이 망가지면 먹고 살 수가 없다. 다 죽는 거다."
계엄령? 만약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