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의 스키점프 경기장인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모습.
박영진
이번 게이트가 드러나기 이전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은 정부 기관단체들로부터 이리저리 휘둘렸다. 특히 올림픽을 기념하고 추억하기 위해 만든 기념주화도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달 이희범 조직위 사무총장과 '피겨여왕' 김연아 등이 참석해 발표한 기념주화 중에 피겨스케이팅 관련 주화는 없었다.
전통적으로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단연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은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 방송사의 수익과도 직결돼 있으며 그동안 올림픽에서 항상 저녁 및 밤 시간대에 열렸다. 그러다보니 평창 올림픽에서도 피겨 경기는 미국과의 시차에 맞춰 오전에 열리게 됐다.
하지만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피겨스케이팅 관련 기념주화는 이날 볼 수 없었다.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꼽히는 쇼트트랙과 최근 급성장한 스피드스케이팅을 비롯해, 새롭게 기대를 모으고 있는 봅슬레이와 설상 종목들만 포함됐다.
당시 발표를 보자마자 팬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엔 김연아가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을 거절하면서 피겨스케이팅마저 낙인찍힌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올림픽을 즐기기 위해 만든 주화마저 최순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산 문제에 사후 활용 방안까지 의문점 투성이평창 올림픽을 유치하고 난 뒤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는 다름 아닌 예산이었다. 올림픽을 유치했을 당시인 2011년 이후에 올림픽에 소수 종목이 추가 됐고, 개폐막식 경기장이 기존의 사각형에서 오각형으로 변경된 것을 비롯해, 공사 설계가 변경되는 등 예산이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몇몇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사후 활용 방안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경기장이 나중에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평창 올림픽은 한국이 개최하는 첫 동계올림픽이자 10년을 기다린 숙원사업이었다. 또한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그리고 2011년 대구 육상선수권 대회에 이어 마지막으로 남은 4대 메가스포츠 대회 중 하나다. 4개 대회를 모두 치르는 것은 한국이 여섯 번째다.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스포츠계는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국민의 자긍심을 드높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현재 평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돼가고 있다.
이권 다툼과 지자체의 갈등 속에 올림픽 준비는 표류하고 있고 올림픽의 붐을 일으킬 마스코트와 기념주화까지 문제를 일으키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달 말부터 열리는 테스트 이벤트의 입장권 시스템에서 조차 문제가 드러나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올림픽 이권을 둘러싼 이익집단들의 갈등 속에 올림픽의 열기를 기대하기도 힘들게 됐다. 과연 평창 올림픽은 대한민국에 자랑스러운 스포츠 행사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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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