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한 장면. 역사와 힙합의 컬래버레이션은 어떤 효과를 얻을까.
MBC
유관순 열사와 안용복 선생 외에도 '역사X힙합'편은 시와 글로 일제에 저항했던 윤동주 시인, 기막힌 인연을 가지고 있던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 등의 소개했다. 면면이 '저항'과 '독립'이란 키워드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었다.
'일제'나 '외세'에서 대상을 치환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든 '민중'과 '저항'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선인들이다. 이러한 '역사X힙합'편의 주된 기조는 멤버들이 곡 작업을 하기 전, 주제를 잡기 위해 조언자들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정준하와 지코가 만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세종대왕에 대해, 양세형과 비와이가 만난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하하와 송민호가 만난 영화 <명량>의 전철홍 작가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황광희와 개코가 만난 김응교 교수는 윤동주 시인에 대해 좀 더 친절한 설명과 각자의 시각을 펼쳐 놨다. 원래,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을지는 섭외부터 결정되는 법이다.
이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세종대왕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좀 더 결정적이었다. 이를 테면, '훈민정음'이 한자 순서를 바꿀 때 마다 뜻이 달라짐을 알려준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백성의 소리를 새겨들음이 마땅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시국에 쏙쏙 와 닿는 내용과 자막이 아닐 수 없었다.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 하필 구 서대문형무소 내부에서 조정래 감독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듣고, 유관순 열사와 순국선열들이 옥고를 치렀던 감옥 체험을 해 본 것 역시 의미심장했다. 언제나 역사는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제작진 역시 자기 위치에서 나라를 지키는 국민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시국에, 이 상황에, 국정교과서 발표를 앞둔 이 시점에 역사에 무지할 것 같은 이미지의 힙합 뮤지션과 래퍼들과 함께 '역사'를 공부하고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역사X힙합'편의 자막과 방영 시점으로 인해 더더욱.
결국 너무나 초현실적이고 재밌는 현실을 서사가, 예능이 이겨내는 방법을 <무한도전>이 제시한 것인 지도 모른다. 역사 혹은 서사를 제시함으로서 시청자들로부터 하여금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개그 프로그램의 직접적인 풍자보다 한수 위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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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