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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사이드뷰] 필청의 음악·필견의 뮤직비디오, '길가에 버려지다' 파트2

16.11.19 10:27최종업데이트16.11.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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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드림팩토리

"아들 사랑해 미안하구. 미안하면 엄마에게 어서와."

팽목항 앞바다로 보이는 곳에 놓인 세월호 노란 리본. 그 위로 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의 글귀가 여전히 2년 전 4월 16일에 시계가 멈춰 있을 세월호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마음을 짐작케 한다.

그렇게 누군가의 시간은 멈춰져 있고, 누구의 시계는 자꾸만 과거로 회귀하려 하고, 또 누군가의 시간은 그 회귀에 맞춰져 돌아가려 한다. 2016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 시계들을 다시, 제대로 진보시키고 싶다.



18일 정오에 공개된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뮤직비디오는 그렇게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진도 앞바다에서 꼭 모은 두 손이 처연하고,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슬픈 눈빛은 여전하며, 영정 속 교복 입은 아이들은 지금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상복입고 울먹이는 유족들의 옆으로 '진실의 끝에 꽃이 필 수 있길'이란 가사가 흐른다. 그 '진실의 꽃'이 지금 필 수만 있다면...

이승환을 필두로 이효리·전인권이 참여한 part1에 이어 100여명의 인원이 참여한 '길가에 버려지다' part2는 음악인들의 참여 규모도 감동적이지만, 뮤직비디오 영상이 이 정부 들어 거꾸로 돌아간 시계로 인해 수난을 겪어야 하는 이들의 면면을 비추면서  더 큰 울림을 전해 준다. 

박근혜 정권 4년... 길을 잃은 우리들, 다시 길을 찾기를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드림팩토리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어디든 날아갈 수 있기를. 내 꿈에 날개가 돋아서. 진실의 끝에 꽃이 필 수 있길. 시간은 거꾸로 돌아가려 하고. 고장난 시계는 눈치로 돌아가려 하네. no way no way and no way. 난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고. 없는 길을 뚫다. 길가에 버려지다.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무너지는 이 땅을 지탱할 수 있길. 내 의지에 날개가 돋아서. 정의의 비상구라도 찾을 수 있길. no way no way  and no way. 난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고. 없는 길을 뚫다. 길가에 버려지다." -  '길가에 버려지다' 가사

세월호 유가족들만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CBS 씨리얼이 제작한 이 뮤비는 이어 박근혜 정권 '부역 방송'으로 전락한 MBC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선거 개입 의혹의 주역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땅콩 회항'의 주인공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정규직과 노동자 탄압의 상징으로 스타케미칼 굴뚝 농성을, 구의역 사망사고 추모 공간을 등장시킨다. 고장난 시계들로 인해, 길을 잃고 길가에 버려진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고 백남기 농민의 사고 현장 사진과 영정사진, 그리고 추모 현장은 최근이라 코끝을 더 찡하게 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눈물과 수요 집회는 어떠한가. 최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현금 지급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일 위안부 피해자 졸속 합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이어지는 메르스 사태의 책임에 대해 사과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고개 숙인 얼굴과 가습기 피해자 유가족의 눈물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참 많기도 많았다. 정권에 빌붙어, 권력에 취해, 제 이익만 쫓는 이들은 나날이 늘어만 갔다. 억울한 피해자들은 더 많았다. 반면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위로와 사과, 보상은 이 정부 하에서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길가에 버려지다' 뮤비는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무너지는 이 땅을 지탱할 수 있길"이란 가사와 함께 나라 전체의 기반이 흔들거린, 그렇지만 어떻게든 지탱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심경을 영상과 가사, 음악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다시 길을 찾고", "없는 길"이라도 "뚫자"고 독려한다.

길가에 버려진 우리들이 다시 찾은 '100만 광장'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드림팩토리

"언니, 남은 우리가 더 좋은 세상 만들게요."

뮤비에 등장하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 추모글 중 하나다. 사건 직후 이뤄진 여성들의 연대는 다시 길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장기 투쟁은 급기야 총장 사퇴는 물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직접적으로 세상에 알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물론 그 이전에 이 정부 들어 밝혀진 수많은 촛불이 있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학생들에게도, 파업하는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들의 곁에도, 소녀상을 지키려는 대학생들의 곁에도 촛불은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2년 넘게 광화문광장을 지키고 있다. 그 촛불들이 결국 '박근혜 퇴진'의 '100만 촛불'로 광화문광장에 섰다. '길가에 버려진' 우리들이 그렇게 '다시 길을 찾고' 있다.

"국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 일부 위정자들, 그의 주변인들에 의해 상처받고 분노한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 용기를 전하기 위해 같은 뜻을 가진 음악인들이 모여 함께 부른 곡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가수 이승환의 소속사 드림팩토리측 설명이다. 더욱이 뮤비 속에 등장하는 가사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비롯해 촛불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쓴 손 글씨로 시각화 됐다. 어쩌면 그래서 더 '길을 잃었다' 다시 '길을 찾으려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12일 범국민행동에 이어 오는 19일 고3 수험생들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박근혜 퇴진' 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무료로 공개된 '길가에 버려지다'는 노래 자체는 물론 함께한 음악인들의 마음과 이를 전달하는 선율과 가사로 인해 두고두고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남을 것 같은 예감이다. 박 대통령의 닉네임이라 알려져서 국회 속기록에 남게 된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보다 더 의미있게.

다음은 참여 아티스트와 연주자, 스태프 명단이다.

노래 : 김광진, 김종완(NELL), 노경보(옥수사진관), 린, 배인혁(로맨틱펀치), 빌리어코스티, 선우정아, 스윗소로우, 옥상달빛, 윤덕원(브로콜리너마저), 윤도현, 이규호(kyo), 이승열, 장필순, 하동균, 한동준

합창 : 24hours, 강백수, 그레이프티, 김그레, 내 귀에 도청장치, 노브레인, 노승호(네미시스), 로큰롤라디오. 루빈, 리플렉스, 만쥬(만쥬한봉지), 백승서, 베베라쿤, 빈나(스토리텔러), 서광민(LAYBRICKS), 신가람(아름다운삶), 쌉(PinkFunniAde), 안녕바다, 안지(웨이스티드쟈니스), 옥수사진관, 유해진, 이성수(HarryBigButton), 전상규(Ynot?), 정해우(GroovyBirth), 조아라, 추승엽(악퉁), 코인클래식, 크라잉넛, 킹스턴루디스카, 트랜스픽션, 폰부스, 피아, 하상오(DeepGray), 헥스(바닐라시티)

작사 작곡 : 이규호
편곡 : 박용준
건반 : 박용준, 황성제
기타 : 이상순, 노경보, 김진규
베이스 : 민재현
드럼 : 최기웅
기타솔로 : 신대철
녹음 : 윤정오, 이종학
믹스 : 윤정오
마스터링 : 황병준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뮤직비디오
'길가에 버려지다' part2 뮤직비디오드림팩토리


길가에버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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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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