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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트럼프 승리는 기회, 박근혜 하야 이유는..."

[현장] 고구려 흔적 찾은 도올,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 기자간담회서 '돌직구'

16.11.11 21:37최종업데이트16.11.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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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언론 시사. 도올 김용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언론 시사. 도올 김용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시네마달

우리 민족의 털끝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중국 집안시와 환도산성 등을 보며 도올 김용옥은 외친다. "이곳이 바로 나의 살던 고향"이라고. 이 말은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외침이자 메시지다.

해당 영화는 도올 선생이 중국 연변 대학 강의 당시 경험을 기술한 <중국일기>를 바탕으로 했다. 고구려의 옛 성과 발해 유적지를 2014년 말 내내 찾아다닌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1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그 결과물이 공개된 가운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도올은 내내 "(이곳) 대지를 품어야 한다. 기개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협한 사관에 대한 분노

이미 JTBC 교양 프로 <차이나는 도올>을 통해 특유의 철학관과 세계관을 대중에 소개해 온 그다. 해당 작품은 그런 도올 가치관의 영화 버전으로, 첨예해져 가는 각국의 대립과 사회 갈등을 타파할 비전을 담아내려 했다. 도올은 "민족 사관에 정통한 단재 신채호 선생이 그곳에서 감동을 한 이후 딱 100년 만에 내가 섰다"며 "서울대 중심의 편협한 사관으로 우리 역사가 넓어지지 않고 있다. 이곳을 찾아가지 않고 고구려를 논하는 게 우습다"고 비판했다.

국내 사학자들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이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 고구려 성터만 해도 200곳에 이른다는 게 도올의 주장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가 폴리스 국가 연합이었던 것처럼 고구려 역시 여러 성읍의 연합국이었다. 그 내용이 광개토대왕비문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제대로 읽은 사람이 몇 안 된다"며 "그 정신을 찾지 못하는 것에 분개했고, 충격이었으며 애잔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래서인지 영화 내내 도올은 다소 흥분한 말투로 고대 유적지 이곳저곳을 누빈다. 때로는 감격에 겨워, 때로는 한탄하며 내놓는 감정이 화면에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의 핵심은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고구려의 기개와 의식에 대한 비판 내지는 일침이지만, 사실 우리만 건국 정신을 잊은 건 아니다. 간담회에서 도올은 최근 벌어진 미국 대선 결과를 들며 우리가 모색할 방향을 제안했다.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한 장면.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한 장면.시네마달

"트럼프가 승리한 건 그의 승리가 아닙니다. 힐러리의 완벽한 패배죠. 미국도 건국의 아버지들이 선언을 하고 헌법을 만들어 200년 이상을 지탱해 온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를 힐러리로 대변되는 로스쿨 출신, 명문대 출신, 그리고 뉴욕 증권가에서 일하는 작자들이 다 해처먹은 거 아닌가요.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설립 기반 자체의 위기인 거죠. 트럼프는 명백한 힐러리의 패배 위에서 연명할 겁니다. 아마 이후 미국은 분열과 혼란에 시달릴 거예요. 세계 질서의 재조정이 필요할 텐데 이때 스스로 다들 자기 자리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런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건데 우리에게 엄청난 기횝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등 이게 새누리당 젊은 의원들 생각이던데 이런 미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설령 할 수 있다 해도 핵무장은 안 되지요! 일본의 핵무장을 스스로 비준하는 꼴이잖아요. 동북아 질서가 개판이 될 겁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피 토하며 말한 건 위기가 절호의 기회인 만큼 이때 남북이 화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소한 트럼프는 이데올로기적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돈 버는 사람이지. 의외로 순진할 수 있어요. 이때 고구려-발해 패러다임이 유효하죠. 속 좁게 남북이 싸울 게 아니라 힘을 합칠 수 있는 거예요." (도올 김용옥)

현 정권에 대한 일침

여기에 물론 박근혜 대통령 이하 한국 위정자에 대한 말이 빠질 수 없었다. 최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필요성을 주창해 온 도올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중요하다"면서 "현 사회의 어두운 흐름에선 일단 국민은 최순실 게이트를 따져야 하고, 정확한 인과응보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치권에 대한 얘기가 적절치 않지만"이란 전제를 하면서도 도올은 일관성 있었다. 특히 최근 불안 정국의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그는 "처음엔 하야 안 하고 버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사태가 흘러가는 걸 보니 하야를 안 하면 우리 역사가 상당히 지저분해질 것"이라 진단했다.

"하야하지 않으면 어지러운 시국에서 국민들은 상당히 고통받을 수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 용단을 내리면 사태가 빠르게 마무리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탄핵이든 뭐든 야당은 야당대로 친박, 비박은 그들대로 문제에 빠질 겁니다. 국민들이 이에 실망과 절망을 느낀다면 이 영화를 좀 보고 소망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네요(웃음). (도올 김용옥)

 11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언론 시사.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좌측부터), 류종헌 감독, 도올 김용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11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의 언론 시사.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좌측부터), 류종헌 감독, 도올 김용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시네마달

영화를 통해 도올은 깡다구 정신을 강조한다. 대륙에 갇혀 있는 조선 사관이 아니라, 일제 식민지를 경험한 식민사관이 아니라 제대로 판을 짜보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 기성세대보다 앞으로 올 젊은 세대야말로 제대로 된 역사를 만날 것"이라며 "갇힌 역사에 분노할 줄 알고 기개만이라도 제대로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영화 <나의 살던 고향은>은 오는 16일 관계자 시사회를 거쳐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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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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