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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토마스 쿡, 알고 보면 더 알고 싶다

[inter:view] 5년 만에 새 앨범 <토마스 쿡>으로 '맨얼굴의 음악' 발표한 토마스 쿡

16.11.10 10:07최종업데이트16.11.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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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같은 인터뷰. 참으로 오랜만에 '쓸 맛 나는' 인터뷰를 나눴다. 주인공은 가수 토마스 쿡. 토마스 쿡은 1999년 '마이 앤트 메리'란 그룹으로 데뷔했다. 김동률·이적·곽진언·존박과 같은 뮤직팜 소속인데도 대중적으로 가장 덜 알려진 그는 아는 사람만 알고 찾아 듣는 '취향 제대로 나뉘는 뮤지션'이다. 그런데 취향을 타는 만큼 한 번 빠지면 깊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수이기도 하다.

토마스 쿡과 '대화'를 나눠보니 이랬다. 어떨 땐 자기 세계에 침잠한 예술가 같았고, 또 어느 땐 차갑도록 객관적인 학자 같았으며, 이따금 여행길에서 만난 신비로운 구루(영적 스승) 같기도 했다. 이성과 감성이 딱 좋게 균형을 이룬 사람처럼 느껴졌달까. 질문하고 답변을 받자니, 땅 밑으로 끝없이 뻗어난 뿌리를 뽑는 듯 묵직함이 전해왔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뮤직팜에서 5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토마스 쿡을 만났다.

생각하는 사람, 토마스 쿡


가수 토마스쿡이 지난 3일, 5년 만에 3집 앨범 <토마스 쿡>을 내놓았다. ⓒ 뮤직팜


토마스 쿡의 매력은 화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말할 때 '설명'이 아닌 '표현'으로 말하길 좋아했다. 질문마다 비유나 은유로 말문을 열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내 적응됐고, 다음엔 또 어떤 비유가 나올지 기대될 정도였다.

"휴대폰 케이스를 모두 쓰지만 다 다른 걸 쓰잖아요. 근데 가끔 나와 똑같은 케이스를 쓰는 사람을 만나요. 손에 잡히는 감이 좋고, 얇아서 좋다고 해요. 그런 게 '같은 취향'인 거죠. 취향은 비슷한 사람끼리 모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단지 취향의 어떤 한 범주 안에 계신 분들이 저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토마스 쿡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질문에 그는 휴대폰 케이스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자신을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있지만, 정말 관심 없어 하는 사람도 있다며 그는 자신을 두고 '취향이 나뉘는 사람'이라고 했다. 공연할 때 유머를 하면 확실히 관객들 반응이 좋은데 그건 자신의 유머가 대단히 뛰어나서라기보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끼리 모여서인 것 같다며, 취향이 겹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고 했다.

"무언가를 내려놓으려면 놓을 데가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앨범을 계속 낼 수 있는 건 내가 내려놓는 것을 누군가 받아줬다는 말과 같아요. 저는 그 대상을 모르고 던지지만 받아주는 사람이 늘 있어 고맙죠."

취향을 넘어 팬덤을 더 넓히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는 짧게 답했다. "당연하죠. 그게 좋은 앨범 만드는 거잖아요." 우문현답이었다.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팬덤을 넓히는 일이란 건 명백한 인과였다. 다른 방법이 따로 필요치 않은. 그래서 토마스 쿡은 최대한 다양한 시각과 방향성을 담은 곡을 앨범에 넣어서, 듣는 이가 어떤 타이밍에 앨범을 듣더라도 그때의 감정에 반응하는 곡이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쿡은 어지간히 생각이 깊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인터뷰가 아니고 인도에서 철학자를 만난 기분. 평소 생각이 많냐고 물었더니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는 답이 돌아왔다. 무얼 그렇게 생각하냐 했더니 "모든 것"이란다. "항상 이것저것, 뭐든지요. 가령 오늘 TV를 틀었는데 귀로 들은 것, 앵커의 말투 등 뭐가 됐든 다 생각 거리 같아요. 작은 정보를 가지고 많은 상상을 하니 할 이야기도 많은 것 같고요. 다각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었다. 토마스 쿡은 음악 작업을 "내 안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일, 나의 다양한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자신에 대해 궁금했다며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지?'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모자라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것, 그대로의 나

이번 앨범에는 총 7곡이 수록되었으며 주제곡은 '그래 안녕'이다. ⓒ 뮤직팜


"저도 제 앨범을 들으면 부족한 부분이 있고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죠. 그렇지만 여기까지가 저라는 사람의 전부인 것 같아요. 조금 얼굴이 못날 수도 있고 생각이 못 날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의 모습은 이것, 이 사람의 색깔은 이것. 이렇게 그대로 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스펙트럼을 넓혀가지만 조급하거나 우쭐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토마스 쿡>은 앨범명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토마스 쿡을 담은 앨범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한 사람이야', '나는 어떤 일을 할 사람이야' 이 두 가지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지금 이렇습니다'하고 말할 수 있는 일 같아요. 있는 모습 그 자체가 귀하고 아름다워요. 왜냐하면, 다시 없을 거니까요.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모습은 촌스러웠으나 아름다웠잖아요. 이번 달, 이번 주, 오늘, 지금,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앨범에 담는 것이 최선이고 최고 같아요. 모자라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것. 그게 원래의 모습이니까."

'지금 이 순간의 토마스 쿡'을 담은 이번 앨범은 전곡을 토마스 쿡 혼자 작사, 작곡, 편곡했고 심지어 세션까지 직접 도맡은 '토마스 쿡 엑기스' 같은 앨범이다. 다른 첨가물 없이 사과 100%의 사과주스처럼 토마스 쿡 100%의 앨범. 수록곡을 좀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는 '사라진 불빛'을 두고 "행복감에 사로 잡혔을 때는 환한 빛이 나를 비춘다고 생각했는데 사랑은 변하고, 사랑할 때 화려한 옷을 입었다고 생각한 내가 알고 보니 벌거벗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주제곡 '그래 안녕'에 대해선 "헤어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라며 "'그래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니 마치 높은 산에 올라온 것처럼, 발 뒤꿈치를 들고 있는 것처럼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걸 표현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1년 반 동안 작업한 이 앨범에 소속사 식구들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 김동률은 처음에 듣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들이었다"며 "생각 외의 방향성이 마음에 든다. 마음 가는 대로 쓰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이적도 듣고 나서 의외라는 반응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토마스 쿡의 음악을 오래 들어서 이번 앨범의 의외성을 특히 반가워했다고 한다. 또 후배 존박은 수록곡 중 '두 번째 인생'을 듣고 "이런 계열의 음악을 나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창작의 비밀, 그리고 '음악 예찬'


토마스쿡 자신의 이름을 딴 앨범명처럼 꾸미지 않은 순수한 토마스쿡의 감성과 생각을 앨범에 담았다. ⓒ 뮤직팜


토마스 쿡 같은 음악인의 창작 과정이 궁금했다. 그는 "제게 노트가 하나 있다"며 "생각나는 것을 노트에 아무것이나 마구 적는다"고 말했다. 낙서하거나 시 혹은 단편 소설도 쓴다. 전시를 보고 인상 깊으면 티켓도 찍어 놓고 어떤 상품이 나오면 좋겠다 싶으면 그런 아이디어도 써놓는다. 그리고 작업할 때 작곡한 것을 틀어놓고 들으면서 노트 페이지를 쭉 넘긴다. 그러다가 매칭이 되고 톱니바퀴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분명한' 느낌이 오면 그것을 가사로 풀어낸다.

그는 이번 앨범이 자신에게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지금도 다음 앨범에 대한 의욕 같은 게 있는데 이번 앨범이 그런 의욕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저라는 사람의 생각과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앨범을 꾸준히 내고 싶다"며 앞으로는 촘촘한 간격으로 선보이고 싶다고도 했다. 공연해서 초청한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는 오는 12월 2~3일 서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단독공연을 한다. 토마스 쿡은 음악 자체를 굉장히 사랑하는 음악가다. 그의 음악 예찬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세상에서 음악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음악만 있으면 세상 어디에도 갈 수 있죠. 세상엔 사진도 있고 책도 있고 여러 통로가 많지만, 음악만큼 손쉽게 다른 세상에 나를 데려가 주는 건 없어요. 음악이 없다고 사람이 못 사는 건 아니지만, 음악이 마음 안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예요. 내가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고, 때론 힘들어 지쳐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저는 그런 힘을 가진 음악이란 것을 하는 게 너무 감사할 때가 많아요. '음악'이란 세계가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얼마나 개인 삶에 큰 축복인지 몰라요."

토마스쿡은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는 음악가였다. ⓒ 뮤직팜



토마스쿡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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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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