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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위-2점, 2위-20점... 선덜랜드-아스널의 홍진호 더비?

[상식축구] 지루의 외침 "공격수 영입은 필요없다"

16.10.30 11:30최종업데이트16.10.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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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위 승점 2점의 선덜랜드와 2위 승점 20점의 아스널 경기. 홍진호 더비라고 칭하고 싶었다, 사진=네이버 캡처) ⓒ 이상훈


오늘 선덜랜드와 아스널과의 경기는 '홍진호 더비'라고 칭하고 싶었다. 선덜랜드는 리그 20위, 승점 2점이고 아스널은 리그 2위, 승점 20점을 기록 중이었기 때문이다. 온통 숫자 2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아스널의 득점자 산체스와 지루 모두 2골씩 기록했다.

오늘 경기는 단연 지루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겠다. 드디어 지루가 돌아왔다. 발가락 부상에서 허덕이던 지루가 오늘 교체 출전으로 드디어 프리미어리그 땅을 오랜만에 밟았고 오랜만에 골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경기 결과는 선덜랜드 1:4 아스널로 아스널이 기분 좋게 승리를 차지했다.

역시 아스널은 상대를 좋은 시기에 잘 만났다. 선덜랜드는 아직도 승리가 없었고 모예스 감독은 경질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스널은 정말 조용히, 묵묵하게 본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을 잘 걸어가고 있었고 리그 2위를 차지하면서 벵거 감독에게 제발 좀 사임하라는 목소리가 작아지도록 만들어나가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이지만 말이다.

아스널은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최전방에 산체스, 그 뒤로 외질, 이워비, 챔벌레인을 통해 빠른 공격 템포를 가져갔고 그 뒤에 엘네니와 코클랭이 받쳐주면서 허리라인을 강화했다. 선덜랜드는 데포를 필두로 공격을 해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선덜랜드에게는 전혀 전술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한 선수가 볼을 잡으면 그 볼을 어떻게든 드리블 돌파하여 앞으로 밀고 나가려는 개인 전술밖에 없었다. 마치 동네 축구에 드리블 잘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아스널은 짜임새 있는 공격을 해나갔다. 외질의 두 차례 걸친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선수들의 호흡이 상당히 잘 맞아서 공격진의 움직임을 보고 단번에 긴 패스로 연결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첫 골 어시스트 챔벌레인

2016년 10월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스널과 루도고레츠의 UEFA 챔피언스리그 A조 경기에서 밝게 웃고 있는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아스널)의 모습. ⓒ 연합뉴스/EPA


챔벌레인의 잠재력은 언제쯤 폭발할지, 아스널 팬들의 인내심의 한계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오늘 첫 골을 어시스트 했다. 선덜랜드 중앙 수비진의 키가 큼에도 불구하고 산체스의 빠른 침투에 의한 헤딩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팀 적인 움직임이 골을 넣은 것이다. 후반에도 몇 차례 좋은 움직임과 슈팅이 있었다. 다만, 챔벌레인에게 아쉬운 점은 유효 슈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좋은 찬스, 심지어 골키퍼와 1:1 찬스가 만들어지는 장면에서도 유효 슛을 기록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슛이 골대를 빗겨나갔다. 정확도가 더욱 요구된다.

후반전에 아스널에게 아쉬웠던 장면은 바로 선덜랜드 페널티 박스 안에서 벌어졌던 산체스의 넘어짐이다. 61분, 깁스의 패스를 이어 받아 빠르게 드리블 돌파를 이어나간 산체스였다. 라미네 코네를 제쳐냈으나 코네가 산체스의 어깨를 붙잡는 수비 동작을 취했다. 그래서 산체스가 넘어졌는데 앳킨슨 주심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고 그대로 인플레이 시켰다. 그 이후에 선덜랜드는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고 몇 분 채 지나지 않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선덜랜드의 은동이 자기 진영에서 볼을 잡아 왓모어를 바라보고 롱패스를 시도했고 그 볼을 무스타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그래서 곧바로 왓모어가 체흐와 1:1 상황을 만들어냈고 체흐의 오른쪽 어깨와 왓모어의 왼쪽 다리가 부딪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것을 데포가 잘 마무리하면서 경기의 흐름은 이상해져 갔다.

1:1 동점 상황에서 후반 68분 지루를 교체 투입했다. 정말 오랜만에 교체 투입되었는데 지루가 들어오자마자 첫 터치가 골로 연결되었다. 그 모습은 산체스가 기점이 되었다. 산체스가 드리블로 상대 수비 3명의 시선을 끌었고 그 뒤로 오버래핑하는 깁스에게 패스를 연결, 깁스는 낮은 크로스를 시도했고 지루가 어려운 몸동작임에도 불구하고 골로 성공시켰다. 산체스와 깁스 라인이 만들어낸 좋은 공격 전개였다.

또한, 75분, 코너킥을 지루가 헤딩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그 역시 상당히 어려운 동작이었는데 골로 성공시킨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지루는 이번 득점을 통해 더는 공격수를 영입하지 말라는 외침을 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본인이 있음에도, 지난 시즌 16골을 넣었음에도 왜 자꾸 특급 공격수의 영입을 노리냐는 불만 섞인 모습이다. 확실히 지루는 느리긴 하지만 발기술, 헤딩 능력,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는 좋은 공격수이다.

쐐기골 성공한 산체스

쐐기 골은 산체스가 성공했다. 마지막 골은 외질, 엘네니, 램지, 깁스, 램지, 산체스 순으로 터치하며 골로 성공시켰다. 그만큼 아스널은 팀으로 움직이고 골도 팀으로 성공시킨다. 현재까지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의 호흡도 좋고 누가 실수를 하든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가 왜 본인에게 패스를 안 했냐고 화를 내는 그런 모습도 거의 없다. 물론 그 전에 실수를 한 선수가 먼저 사과를 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참 보기 좋은 장면이다. 팀의 사기를 떨어트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덜랜드는 오늘 경기를 통해 모예스 감독의 거취는 더더욱 불안해졌고 경질만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혀 승리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이제 리그 2무 8패이다. 질 때 지더라도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도 없었고 정말 열심히 맞서 싸우다가 지는 경기도 없었다. 아예 전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가 강팀이더라도 본인들이 홈경기인데 홈 팬들에게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스널은 역시 조용히 강한 팀이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고 묵묵히 승점을 쌓아 리그 2위에 위치했다. 램지도 돌아왔고 지루도 돌아왔다. 월콧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지만 그래도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돌아왔고 다양한 전술을 구가할 수 있는 전력도 슬슬 갖춰지고 있다. 지루의 부활은 아스널을 더욱 강하고 다양하게 만들 것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아스널에게 다시금 특급 공격수의 영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지루가 계속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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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상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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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이식으로 상식을 뒤엎다라는 모토와 함께 상식축구라는 이름으로 축구 칼럼을 게시하고 있는 대학생 이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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