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감독은 탈북자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죽음을 알린다.
엣나인
이렇게 영화 <자백>은 한국 다큐 영화가 가진 한계를 차례대로 무너뜨리고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기뻤다. '드디어 한국에도 마이클 무어 같은 사람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무서웠다. 그들의 타깃이 되면 나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일반 영화는 보고 나면 즉시 그 무서움이 사라진다. 그러나 이 영화는 끝난 후 더 깊은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영화관에 있을 때는 그들과 떨어져 있지만 현실로 나오는 순간 그들과 한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이 세상 그 어떤 영화보다 뒷맛이 강하다. 뒷골이 서늘하다.
영화는 갈수록 그들의 실체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결국 영화 말미에 관객의 고민이 시작된다. 저들과 맞서야 하나, 도망쳐야 하나. 고민을 안고 일어서려는 찰나, 긴 자막이 올라간다. 하나는 그동안 있었던 숱한 간첩 조작 사건 목록이고, 이어 영화 <자백>을 후원한 수만 명의 후원자 명단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출연자인 후원자 명단이 다 올라가는데만 9분이 넘게 걸렸다. '명단'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세상이 다 썩어 자빠진 것 같아도 아직 사람이 있다. 절망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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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