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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 승부 벌이는 메이저리그에서 무승부, 그 이유는?

[MLB] 강정호 출전 경기, 비로 인한 무승부

16.09.30 16:33최종업데이트16.09.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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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드문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경기는 강정호가 소속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였다.

이날 경기가 주목 받게 된 사연은 끝장 승부를 보는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무승부가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평범한 동점 상황이었으면, 메이저리그는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를 한다. 이 때문에 불펜에 남아있는 투수가 없으면 선발투수가 연장전에 등판하거나 벤치에 앉아 있던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이색적인 장면들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경기 도중 비가 내렸다. 경기가 5이닝 이상 진행되었을 경우 리드하는 팀에게 승리를 주고 콜드 게임을 선언할 수 있지만, 무승부 제도가 없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두 가지 중 하나다.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음날 경기를 치르기 전에 해당 상황부터 경기를 이어서 하는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무승부가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6회에 1-1 상황에서 비가 내리는 바람에 1시간 23분을 기다렸는데, 그래도 비가 그치지 않아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하지만 남은 이닝을 치를 경기 일정은 편성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 영향 없는 우천 순연 경기, 재편성하지 않는다

두 팀이 이날 경기를 추후에 이어서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다름 아닌 포스트 시즌 일정 때문이다. 2016년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10월 3일에 끝나고, 이날 경기는 PNC 파크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였다.

홈 팀이었던 피츠버그는 78승 80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에 머물러 있다. 와일드 카드 레이스에서도 2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5경기나 벌어져 있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 나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모두 사라졌다.

반대로 상대 팀인 시카고 컵스는 이미 시즌 101승 57패로 남은 3경기에 관계 없이 30개 구단들 중에서 최다승을 확정한 상태다. 게다가 10월 3일 정규 시즌이 종료되면, 바로 하루만 휴식한 뒤 10월 5일부터 이틀 동안 와일드 카드 시리즈를 시작으로 바로 포스트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KBO리그에서는 우천 순연에 따른 잔여 경기를 9월 말에 편성하고, 포스트 시즌 순위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포스트 시즌 일정 중 이동일에 따로 경기를 편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우천 순연의 경우 두 팀의 일정이 맞는 날에 재편성하거나 바로 더블헤더로 편성하는 방식으로 치른다.

만일 후반기에 우천 순연이 발생했는데, 두 팀이 경기를 다시 치를 시간이 없다면 일단 이 경기는 묻어두게 된다. 그러나 두 팀 중에서 한 팀이라도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다면 정규 시즌이 끝나는 바로 다음 날 연기된 경기를 치른다.

승률에 반영되지 않는 무승부, 선수 개인 기록은 인정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마지막 무승부는 2005년 7월 1일에 있었다. 당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이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였는데, 역시 우천으로 인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이후 재편성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레즈는 중부지구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고, 휴스턴은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1위를 차지하면서 포스트 시즌 막차를 탔다. 당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5개 팀이 모두 5할 승률을 넘기는 등 와일드 카드 경쟁이 치열했으나 시즌 막판 휴스턴의 스퍼트로 승차가 벌어지면서 경기를 이어 치르지 않았다. 그 해 휴스턴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 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피츠버그의 경우 1998년 8월 24일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 중 무승부를 경험한 이후 처음으로 무승부 경기를 기록하게 됐다. 컵스 역시 1993년 5월 28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게임에서도 무승부가 나온 적이 있었다. 올스타 게임에서는 선발투수들도 돌아가며 등판하기 때문에 아무리 길게 던져도 2이닝을 초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였는지 2002년 올스타 게임에서 두 팀은 연장 승부까지 가느라 올스타에 선정된 투수들을 다 써 버리고 말았다.

불펜에 남아 있는 투수들도 없었고, 대신 마운드에 오를 야수들도 없었다. 많은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올스타 게임의 특성상 대타나 대수비로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2002년 올스타 게임은 연장 11회까지 진행한 뒤 무승부 처리됐다.

올스타 게임에서 무승부가 발생하자, 당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였던 버드 셀릭은 올스타 게임 제도를 개편했다. 올스타 게임에서 승리한 리그에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 월드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는 두 리그가 번갈아 가져갔는데, 2003년부터 아메리칸리그 팀의 홈 어드밴티지가 많아진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비가 내리더라도 5이닝 이상 경기를 치르게 되면 노 게임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무승부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개인 기록이 반영된다. 이 날 3루수 겸 4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던 강정호의 경우도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기 때문에 타율이 0.263에서 0.261로 떨어졌다.

잔여 경기 각오해야 하는 인디언스와 타이거즈

같은 날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경기도 비로 취소됐다. 인디언스도 이미 91승 67패로 남은 경기에 관계 없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확정했기 때문에 중부지구 순위만 따졌을 때 굳이 이 경기를 치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리그 전체 순위 및 와일드 카드 레이스를 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메리칸리그 3개 디비전 챔피언 팀들(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인디언스)은 정규 시즌 마지막 날이 될 때까지 리그 1위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와일드 카드를 리그 별로 1개 팀만 선정할 때는 모든 팀이 공평하게 디비전 시리즈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와일드 카드가 리그 당 2장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와일드 카드 팀들은 월드 챔피언까지 11승이 아닌 12승이 필요하게 되었고, 리그 1위 팀은 단판 승부에서 에이스를 써 버리고 올라온 와일드 카드 팀을 상대하게 되었다.

보통 디비전 시리즈에서 에이스가 1차전과 5차전(혹은 4차전)을 책임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와일드 카드 시리즈에서 에이스를 써 버리게 되면 그 팀은 에이스를 4일 휴식 후 3차전에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리그 1위 팀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어드밴티지가 주어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2개 팀이 동률로 리그 1위가 될 경우 상대 전적으로 리그 1위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리그 1위를 가리는 데에도 타이 브레이커 게임을 개최해야 한다. 같은 이유로 같은 지구에서 2개 팀이 동률로 1위 팀를 할 경우에도 상대 전적이 아닌 타이 브레이커 게임을 통해 지구 우승과 와일드 카드를 결정하게 된다.

와일드 카드 레이스도 아직까지 치열하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와일드 카드 공동 1위(87승 72패)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와일드 카드 3위 팀의 승차가 많이 벌어져 있으면 그냥 상대 전적이 유리한 팀의 홈 구장에서 와일드 카드 시리즈를 치르면 되겠지만, 아메리칸리그는 아직 경쟁하는 팀이 2팀이나 더 있다.

이날 경기가 취소된 타이거즈가 와일드 카드 레이스 3위인데, 두 팀과의 승차가 1경기 반 밖에 나지 않는다. 뒤따라오는 시애틀 매리너스 역시 2경기 차로 아직 경우의 수가 남아있다. 현재 타이거즈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경쟁 팀들은 단 3경기가 남아있을 뿐이다.

타이거즈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인터리그 3연전으로 정규 시즌 일정이 끝나는데, 이 때 와일드 카드 2위 팀과 반 경기 차 이내로 따라 붙게 된다면, 10월 4일에 바로 인디언스와의 홈 경기를 다시 치르게 된다.

만일 타이거즈가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 탈락하더라도 이 경기가 열리는 경우의 수는 생긴다. 인디언스가 91승 67패로 리그 3위이고, 레인저스가 94승 65패로 리그 1위인데 리그 1위와 3위의 승차가 2경기 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3개 팀의 승차가 꼬이게 되면 포스트 시즌 대진표 작성을 위하여 타이거즈와 경기를 해야 한다.

타이 브레이커 게임은 정규시즌 종료 바로 다음 날

다만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의 경우 취소된 경기 재편성이 아닌 타이 브레이커 게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뉴욕 메츠와 자이언츠, 그리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각각 1경기 승차로 팽팽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남은 3경기에서 자이언츠가 1승 2패를 기록하고, 카디널스가 2승 1패를 기록하게 되면 두 팀은 마지막 날에 동률이 된다. 자이언츠가 2승 1패를 기록하고 카디널스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도 동률이다. 메츠가 3패를 당하지 않는 이상 자이언츠가 남은 경기에서 3승을 할 경우 카디널스는 탈락하게 된다.

메츠는 제이콥 디그롬과 맷 하비가 부상으로 인해 포스트 시즌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와일드 카드가 확보될 경우 에이스 노아 신더가드를 마지막 등판에서 1이닝 25구 정도만 던지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3경기를 남겨두고 와일드 카드 3위와 2경기 차인 상황에서 신더가드의 마지막 등판이 다른 팀의 순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아메리칸리그의 경우 아직 4개 팀이 와일드 카드 경우의 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번 마지막 3경기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포스트 시즌 대진표 작성 문제로 인디언스와 타이거즈 사이의 경기가 재편성될 가능성도 남은 상황이라 내셔널리그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다.

정규 시즌 마지막 날 승률이 동률이 될 경우 타이 브레이커 게임을 치르는 경우는 3가지다. 어드밴티지의 차이가 다른 리그 1위와 2위를 가릴 때, 지구 1위 팀이 2개가 되어 디비전 시리즈 직행 팀과 와일드 카드 시리즈 진출 팀을 가릴 때, 그리고 포스트 시즌 진출 팀과 탈락 팀을 가릴 때 이렇게 3가지다.

타이 브레이커 게임을 열게 되면, 장소는 두 팀의 상대 전적을 따져서 우세했던 팀의 경기장에서 치르게 된다. 와일드 카드 1위와 2위가 동률일 때도 상대 전적 우세 팀의 경기장에서 단판 승부를 치른다.

디비전 시리즈 2위 팀과 3위 팀이 동률일 때는 두 팀 모두 디비전 시리즈 직행이기 때문에 상대 전적에서 우세한 팀이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간다. 와일드 카드 팀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다른 디비전 챔피언보다 승률이 높더라도 홈 어드밴티지는 가져갈 수 없다.

끝장 승부를 보는 메이저리그지만 순연된 경기는 리그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정한다. 그리고 올해 무승부 1경기와 취소된 경기 2경기가 나왔다. 그 중 1경기는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순위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디언스와 타이거즈의 1경기가 순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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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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