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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해진 중독성, 하지만 이 사춘기 소녀들은 달랐다

[이끼녀 리뷰] 상상력 돋보이는 가사와 신비로운 분위기,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

16.09.22 10:25최종업데이트16.09.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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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어느 순간부터 '중독성 있는 멜로디'란 말이 흔하게 쓰이고 있다. 신곡 소개 글을 읽다 보면 늘 이 표현과 마주하지만 사실 난 중독성 있는 노래가 왜 좋다는 건지 아직도 의아하다. 확실히 그 중독성 때문에 금방 사로잡히지만 그만큼 금방 식어버리는 마음을 지켜봐야만 하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다. 개인 취향이지만, 중독성을 내세운 음악 중에 내 곁을 오래도록 지켜준 노래는 많지 않았다.

볼빨간 사춘기는 보컬 안지영과 기타, 베이스, 서브보컬, 랩을 맡고 있는 우지윤으로 구성된 여성 듀오 그룹이다. ⓒ 쇼파르뮤직


최근에도 중독성을 느낀 노래가 있다.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란 곡인데 이 곡이 주는 중독은 달랐다. 금방 사로잡힌 건 맞지만 금방 식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중독을 느낀 지점이 다른 곡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많은 곡의 경우 훅 부분에서 중독증상(?)이 나타나지만 '우주를 줄게'는 어느 특정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독성 짙었다. 3분 33초간 우주를 여행한 기분이랄까. 이런 참신한 중독이라면 환영이다.

"어제는 내가 기분이 참 좋아서 / 지나간 행성에다가 그대 이름 새겨 놓았죠 / 한참 뒤에 별빛이 내리면 / 그 별이 가장 밝게 빛나요."

"Cause I'm your pilot / 네 곁에 저 별을 따 네게만 줄게 my Galaxy." - 안지영, '우주를 줄게' 중에서

사랑에 빠진 여자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이보다 스케일을 크게 할 수 있을까. 지구에서 흔히 쓰는 '별을 따다 주겠다'는 낡은 표현도 우주에 직접 가서 별을 따주겠다고 하니 진부함 대신 신비로운 분위기가 맴돈다. 빛으로 가득한 우주를 여행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가사가 인상 깊은데 두 멤버 안지영 우지윤이 직접 작사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볼빨간 사춘기는 직접 작사·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 밴드로 이번 앨범의 수록곡 10곡 중 9곡을 직접 만들었다.

볼빨간 사춘기는 지난 2014년 Mnet <슈퍼스타K6>에 출연해 '경북 영주 시골밴드'로 얼굴을 알렸다. 2년 후인 지난달 29일에 정규 앨범 < RED PLANET >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앨범의 주제곡 '우주를 줄게'가 멜론, 네이버 뮤직 등에서 10위권 안에 머물며 사랑받고 있다. 다른 이슈가 아닌 음원의 힘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인가수를 보는 건 언제나 뿌듯한 일이다.

노래가 줄 수 있는 갖가지 중독성 중에서 가장 반가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음색'일 것이다. 보컬 안지영의 따뜻하면서도 통통 튀는 음색은 '공기 반 소리 반'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안지영은 1995년생 다운 풋풋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성을 보여주는 보컬이다.

첫 귀에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훅을 위해 음원 시장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지만, 자신만의 감성과 분위기로 신선한 중독을 선사하는 볼빨간 사춘기 같은 팀이 반갑다.


우주를줄게 볼빨간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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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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