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달
마침내 제대로 된 식당이 지어지고, 화장실이 만들어졌다. 너무도 당연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출연자들의 기억으로 빚어진 영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모습은 투박했다. 그들이 보인 인간된 움직임이 모여 한진중공업의 민주노조를 이끌었고, 이는 1987년 7월 25일 유례없는 총파업을 통해 분출됐다.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고자 한 사람들<그림자들의 섬>은 숱한 정리해고에 투쟁으로 맞선 한진중공업 민주노조의 역사를 풀어낸다. 김정근 감독은 당사자들의 증언을 한 장면, 한 장면 꾹꾹 눌러 담아 담백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다. 노순택 작가를 비롯한 사진작가들의 생생한 사진들이 출연자들의 목소리 위로 겹치며 그들의 말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영화는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서있고자 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맞춘다.
어떻게 투쟁의 길이 순탄하기만 하겠나. 흑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이유 없는 정리해고를 발표하고, 복직을 약속한 이후에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복직 탓에 빚이 늘어가는 그들은 끊임없이 인간적인 삶에 갈증을 표한다. 몇 백 명씩이나 되는 푸른 그림자들을 덜어내려는 한진 자본의 행보 속에서 한진중공업 민주노조는 동지 4명을 잃었다.
한진중공업의 민주노조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걸어온 30년의 역사는 곧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온몸으로 빚어낸 투쟁의 역사이다. 영화 속 김진숙 지도위원은 고 김주익 지회장이 올랐던 그 길을 다시 오르기로 한 때에 "이미 살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은 채였다"는 말을 전한다. 그녀가 그곳에 올랐던 날부터 309일이 지나기까지 많은 이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향한 이유는 한 인간이 지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도무지 만나기 힘든 그림자들한진중공업 민주노조의 투쟁 역사가 피어난 거점지인 부산을 비롯해 대구와 경북, 그리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그래도 상영관이 눈에 띄지만, 그 외의 지역은 상영관이 거의 전무하다. 특히 충청권에는 상영관이 대전 아트시네마 하나뿐인데다, 그마저도 상영 날짜가 많지 않다. 상업 영화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회의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영화관을 들어가 봐도 천편일률적으로 비슷비슷한 영화들만 타임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광경은 씁쓸하기만 하다.
<그림자들의 섬> 배급을 맡은 시네마달을 통해 공동체 상영을 신청하면 영화 관람이 가능하다. 적어도 20명 이상의 인원이 모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상영관을 찾기 어려운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는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만약 주변 상영관을 찾아보고 싶다면, 시네마달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그램을 참고해 상영관 및 일자를 확인할 수도 있다.
그들의 삶은 곧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그들이 인간이기 위해 투쟁해온 시간들은 그들처럼 푸른 옷을 입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삶에도 해당된다.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인간에 대한 공감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전하는 그들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이를 진실 되게 <그림자들의 섬>으로 담아 전달해 준 김정근 감독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영화 <그림자들의 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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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식사 한 끼 못하는... 그들을 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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