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중근 의사 순국 장소' 논란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부랴부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경축사 전문엔 하얼빈은 뤼순으로 고치는 촌극을 벌였다. 순순히 잘못을 인정한 셈이지만,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건국절 논란 역시, 16일 오전 청와대 대변인의 ""어제 대통령 말씀은 말씀대로 이해해달라"는 동문서답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티파니에 대한 반응은 어땠을까. SBS 홈페이지 해당 뉴스엔 일제히 비난 글이 달렸고, 티파니가 출연 중인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시청자 게시판엔 하차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달렸다. 포털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SNS 반응도 일부 찬반이 있었지만 비난이 거셌다.
참담하고 참혹하다. 곧바로 자필사과문까지 올린 연예인에게는 득달같이 달려가서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은 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침묵하나. 더불어, 연예인에게 과한 책임을 요구하던 이들은 다 어디갔나. 그 연예인에게 집중된 관심을 쏟는 언론을 질타하던 이들이 왜 SBS의 이중된 행태는 모르쇠로 일관하나.
대통령은 단순한 실수 아니냐고. 설현과 지민이 안중근 의사 사진을 두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장난스럽게 '긴또깡'이라 말한 것은 "역사의식 부재"고,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틀린 것은 무려 실수(!)라고? 그렇지 않다. 충분히 동일선상에서 비교가 가능한 맥락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중은 다를 수 있지만) 연예인들의 실수에 사죄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사과를 요구해야 맞다. 백보 양보해, 이번 경축사 논란이 실수라고 한다면 1년에 한 번, 그것도 손꼽히는 국가 기념일에 수십 분동안 한 대통령의 연설에서 팩트조차 거르지 못한 보좌진들은 당장 해임해야 마땅하다. 대통령 역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고.
언제부턴가, 정치인과 공인들에게 필요하고 요구될 책임감과 도덕성을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에게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대리만족이랄까. 권력층과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극도에 달하고, 이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언론에 대한 불만족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헬조선'의 안타까운 현상이지만, 지금에라도 되짚을 필요가 있다.
<티파니의 두루뭉술 사과, 정말 '깊이' 반성했나>와 같은 기사를 쏟아내는 매체들, KBS나 SBS 게시판에 달려가서 '티파니 하차'나 쌍욕을 해대는 이들, 20대 초반 아이돌일 뿐인 설현과 지민이 뚝뚝 흘리던 눈물을 보고서 "뭔가 해냈다"고 안도하는 이들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하시라. 그게 바로 "역사의식 부재"에 제대로 책임질 이들을 향한 정당한 분노와 항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0
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