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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네기>에서 <꽃보다 남자>의 그림자가 보인다

[TV리뷰] 너무나 안이한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16.08.15 14:43최종업데이트16.08.1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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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고작 세 개의 광고로 시작된 <꽃보다 남자>. 하지만 원작 만화는 물론, 대만과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널리 회자됐던 콘텐츠의 유명세는 제작진이 놀랄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무려 최고 시청률 32.9%(18회, 닐슨 코리아 기준)를 달성했으며, 구준표 역의 이민호를 비롯해 김현중, 구혜선 등을 모두 스타로 만들었다. 그러나 높은 시청률이 곧 좋은 드라마는 아니듯이, <꽃보다 남자>는 방영 내내, 어설픈 스토리로 질타의 대상이 됐다. 또한 배우들의 함량 미달의 연기는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길고 긴 <꽃보다 남자>의 그림자

 <꽃보다 남자>는 신선했다. 하지만 이후의 아류작들까지 신선했는지는 물음표이다.
<꽃보다 남자>는 신선했다. 하지만 이후의 아류작들까지 신선했는지는 물음표이다.KBS2

그런데도 <꽃보다 남자>는 예전 '캔디' 열풍처럼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네 명의 잘 생긴 남자들을 관람하는 재미만으로도 욕하면서도 보게 됐다. 남자 주인공들의 비주얼 때문에 용서가 되는 드라마의 효시랄까.

지난 12일 tvN은 새로이 시작되는 금토 오후 11시 드라마로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라는 백묘 작가의 동명의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방영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신데렐라' 처지의 한 여성과 네 명의 남자들이 얽히는 이야기다. <꽃보다 남자>의 또 다른 '판본'인 셈이다. 2009년의 <꽃보다 남자>에서 2016년의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까지, 아니 77년 MBC를 통해 방영된 이래 83년 재방영되며 그 인기 여파를 몰아갔던 <들장미 소녀 캔디>까지. 한 소녀와 여러 남자들이 만드는 '몰아주기식' 러브 스토리는 21세기에도 그 영향력이 기세등등해 보인다.

아직도 윤지후 역의 김현중이 하얀 턱시도를 입고 바이올린을 켜던 '오글거리던' 장면이 두고두고 회자된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에는 대표적 한류 스타가 된 이민호를 비롯하여, 김현중, 김범, 김준으로 이어지는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들이 있었다. 대만판 <꽃보다 남자>가 가장 먼저 드라마로서 선풍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 취지를 가장 잘 살렸음에도, 한국판 <꽃보다 남자> 속 남자 주인공들의 '잘생김'은 다른 국가의 <꽃보다 남자>를 압도한다.

<꽃보다 남자>의 차별적 전략은 이후 '평범한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여러 남자들' 정도의 엇비슷한 드라마를 양산했다. <꽃보다 남자>가 여태 회자되는 걸 보면 아류작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듯하다. 방영 당시, 청소년은 물론 젊은이와 아줌마들까지 접수했던 <꽃보다 남자>는 여성 시청자층을 '노리기에'는 가장 편한 선택지가 된다.

안이한 tvN의 금토드라마 전략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박소담 포스터. 과연 박소담은, 이 작품을 '하드캐리'할 수 있을 것인가.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박소담 포스터. 과연 박소담은, 이 작품을 '하드캐리'할 수 있을 것인가.tvN

tvN이 지상파에서 편성 받지 못한 채 떠돌던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를 편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여전히 유효해 보이는 <꽃보다 남자>의 전략을 다시 들고 나온 셈이다. 그간 <꽃보다 남자>의 아류작들이 잘생긴 남자 주인공들을 내세우되, 그 설정은 좀 달랐던 것과는 달리,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가난한 소녀 은하원(박소담 분)과 네 명의 잘 생기고 돈이 많은 재벌가의 자제들 강지운(정일우 분), 강현민(안재현 분), 강서우(이정신 분)을 포진시켰다. 노골적으로 <꽃보다 남자>의 전략을 따라했다.

사실 <꽃보다 남자>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잘 생긴 남자들이 평범한 소녀를 사랑한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잘생긴데다 돈까지 많았다. 그들은 잘생긴 외모와 재력으로 학교 내에서 'F4(Flower4)'로 불렸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역시 예의 그 전략을 답습한다. 드라마 첫 회, 은하원이 일하는 편의점을 찾은 강현민은 그의 약혼녀가 되기를 청한다. 대번에 돈다발을 들이밀고, 은하원이 일하는 편의점을 통째로 비우며 돈자랑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신데렐라에게 나타난 마녀처럼, 돈 때문에 강현민의 약혼자가 되기로 한 은하원을 '신데렐라'처럼 꾸며준다. 물론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 금잔디가 그랬듯이 은하원은 그런 강현민의 재력이나, 그녀 주변에 등장하는 잘생긴 남자 주인공들의 외모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의연함을 보인다. 하지만 금잔디처럼 그런 의연함과 상관없이, 그녀의 어려운 형편은 그녀로 하여금 강현민의 1일 약혼자가 되게 한다. 은하원은 곧 이들과 한 집에서 얽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꽃보다 남자>의 전략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에 대한 반응은 갈린다. 한편에서는 "오글거린다"는 반응, 그럼에도 '로맨스 소설' 보듯 볼 만하다든가, 연기랑 상관없이 잘생겨서 좋다는 반응도 있다. <뷰티풀 마인드>에 이어 박소담은 다시 한 번 씩씩한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뷰티풀 마인드>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것과 달리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박소담의 모습은 한결 자연스럽다. 이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의 성과에 따라 박소담은 '영화 유망주'에 이어, 'TV유망주' 또한 노려볼 수 있겠다.

 박소담에 비해 다른 남자 배우들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소담에 비해 다른 남자 배우들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tvN

한편 자연스러운 박소담에 비해, 그녀를 사랑하게 될 세 명의 재벌가 자제들의 면면은 그리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극이 전개되면서 달라지겠지만, 이렇다 할 연기력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작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안재현조차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의 모든 여성은 잠재적인 나의 애인'이라는 강현민이나 재벌가의 자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고 한껏 분위기를 잡는 강지운이나, '본투비 뮤지션' 같아 보이는 강서우나 캐릭터 이상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의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꽃보다 남자>에 이어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역시 비주얼만으로 tvN 금토드라마를 구원할까? 아니면 안 그래도 이미 포화상태인 드라마 시장에 또 하나의 드라마를 등장시키는 꼴이 될까? 재벌들의 허황된 사생활에 휘말린 '신데렐라 이야기'가 '고단한 세상에 대한 위로'라기엔 너무 비겁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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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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