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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구도 아닌, 옥주현이 불러서 더 특별한 노래

[팬심 리뷰] 옥주현 뮤지컬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실황 앨범 <'VOKAL+' 정제(精製))>

16.08.10 16:35최종업데이트16.08.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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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 뮤지컬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지난 1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옥주현 뮤지컬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VOKAL' 사진. 옥주현은 지난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콘서트는 그녀가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옥주현 뮤지컬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지난 1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옥주현 뮤지컬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 'VOKAL' 사진. 옥주현은 지난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콘서트는 그녀가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포트럭주식회사

이 장르(연극·뮤지컬)를 파면서 후회되는 일이 매우 많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집들이콘서트 #18 뉴시즈 노조 세미나> 티켓팅을 놓쳐서 결국 못 간 것이라든가, 이석준 배우의 생일날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로키를 보지 않은 것,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를 내 돈 주고 관극한 것 등이 있다. 그리고 옥주현 뮤지컬 데뷔 10주년 콘서트 <VOKAL>에 함께하지 못한 것도 그 몇 가지에 포함된다. 전석 매진된 콘서트장에 내 자리는 없었다.

<'VOKAL+' 정제(精製))>(아래 <보컬>)은 지난 1월 22일과 23일 펼쳐졌던 콘서트를 관람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선물이다. 물론, 콘서트를 본 사람이라면 당시의 환희를 다시 되새김질할 수 있는 아이템이고. <VOKAL> 콘서트 실황 그 첫 번째 앨범 <보컬>이 지난 4일 발매됐다. 미리 예약구매한 끝에 어제(9일)서야 받아볼 수 있었다.

옥주현이 개척하는 무대

옥주현의 위치 10년의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옥주현은 국내 뮤지컬 여배우들 중 손에 꼽히는 인물이 됐다. 모든 작품이 좋았던 것도, 모든 배역이 잘 맞았던 것도 아니지만 부침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성장했다. 티켓파워든 인지도든, 국내 뮤지컬계에서 그녀는 무시 못할 존재감을 뿜어내게 됐다.
옥주현의 위치10년의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옥주현은 국내 뮤지컬 여배우들 중 손에 꼽히는 인물이 됐다. 모든 작품이 좋았던 것도, 모든 배역이 잘 맞았던 것도 아니지만 부침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성장했다. 티켓파워든 인지도든, 국내 뮤지컬계에서 그녀는 무시 못할 존재감을 뿜어내게 됐다.포트럭주식회사

퇴근 후 택배 포장지를 뜯을 때, 이렇게까지 설렜던 건 참 간만이었다. 두 장의 엽서, 40쪽의 북릿, 그리고 두 장의 CD에 담긴 16개의 트랙. 플레이어에 CD를 넣고,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종의 황홀경을 체험할 수 있었다.

옥주현은 노래를 잘한다. 그것도 아주. 트랙을 하나하나 따라갈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고막을 때린다. 그건 단지 옥주현의 폭발적인 성량이나 고음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노래에 담긴 건 힘이고, 주체성이고, 음이나 박자 안에 가둘 수 없는 에너지다.

<마타하리> 때 실망감을 줬던 그분은 온데간데없었다. CD에는 내가 그간 익히 봤던, <엘리자벳>에서 당차게 자기 인생을 노래하고, <레베카>에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을 드러내고, <위키드>에서 모든 억압을 떨쳐 버리고 서쪽 하늘로 날아갔던 옥언니가 계셨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는 형상이고 배우는 질료다. 옥주현이라는 배우가 제대로 노래하고 연기하기 어려운 배역이 있을까. 오히려 옥주현의 역량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캐릭터가 별로 없는 게 아닐까. 여배우가 제 기량을 펼치기에 국내 뮤지컬 시장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여성 위주의 서사도, 여성이 돋보이는 노래도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옥주현이라는 존재가 국내 뮤지컬계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녀는 국내 뮤지컬 여배우 중 톱클래스로 불리는 이 중 한 명이고, 그 가운데서 여배우가 설 수 있는 무대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인물이다.

2번 CD 2번 트랙, <위키드>의 '영원히(For Good)'를 함께 부르는 옥주현과 조정은에게서는 시로맨스(시스터+로맨스)마저 느껴진다. 옥주현 엘파바와 조정은 글린다의 페어를 꼭 보고 싶게 만드는 둘의 '케미'도 멋지다. 동시에 브로맨스, 남자들의 우정만이 세상 모든 우정인 것처럼 여겨지던 무대 환경 속에서 뮤지컬 <위키드>, 그 중에서도 이 넘버가 품은 함의가 크고 무거움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옥주현의 토드 단순히 남자라 부르는 곡을 여자가 잘 소화했다는 정도가 아니다. 죽음으로 분한 그녀가 보여준 노래와 연기. 여기에서 그녀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
옥주현의 토드단순히 남자라 부르는 곡을 여자가 잘 소화했다는 정도가 아니다. 죽음으로 분한 그녀가 보여준 노래와 연기. 여기에서 그녀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포트럭주식회사

성 역할에 갇히지 않고 그가 얼마나 뭘 잘할 수 있는지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에서 느낄 수 있다. <엘리자벳>에서 남자배우가 맡는 '죽음(토드)'으로 분해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춤(DER LETZTE TANZ)'부터 조정은과의 듀엣으로 이어지는 '내가 춤추고 싶을 때(WENN ICH TANZEN WILL)'까지.

그녀의 남장이 신선하기도 하고, 선녀 조정은의 목소리와 절묘하게 섞여 들어가며 만들어내는 음색이 아름답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실황 DVD가 아니라 CD임에도, 목소리만 들림에도 그녀들이 연기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 카리스마가, 소유욕이, 집착이. 옥토드(옥주현+죽음)의 첫 등장, 그녀의 신음소리에 환호성이 터지는 건, 그녀가 이미 죽음이라는 공상적 존재가 되어 있음이 그 날숨 하나에 들렸기 때문이리라.

옥주현이 한계를 뛰어넘고 한 단계 도약하는 필모그래피가 됐던 <레베카>의 '레베카'를 종달새 같은 송상은 배우와 함께 부른 것도 소름이 돋고, 부드러운 곡에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전동석 배우와의 '알 수 없는 그곳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역시나 <보컬>의 백미로 1번 CD 7번과 8번 트랙(마지막 춤, 내가 춤추고 싶을 때)을 꼽을 수밖에 없는 건 그 때문이다.

옥주현의 가치 그리고 앨범의 가치

순탄치 않았던 여정 옥주현이 이 자리에까지 올라온 건 거저 얻은 게 아니다. 자신의 역량도 더 갈고 닦아야 했고, 주변의 시선과도 싸워야 했다.
순탄치 않았던 여정옥주현이 이 자리에까지 올라온 건 거저 얻은 게 아니다. 자신의 역량도 더 갈고 닦아야 했고, 주변의 시선과도 싸워야 했다.포트럭주식회사

많은 팬들이 뮤지컬 작품이 올라올 때마다 '동그란 것(OST)'을 내달라고 아우성이지만, 기획사 입장에서 OST를 출시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품은 많이 들고, 경제적 손해를 감수할 가능성이 큰 이런 작업에 쉽게 나설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우리 배우의 목소리로 보관할 수 없었던 뮤지컬 넘버들(최고의 여자, 중력을 넘어서 등)을 정식 발표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앨범은 가치가 있다. 음원의 시대에 별도 음원 출시 없이 CD 패키지에 정성을 들인 것도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누가 아닌 옥주현이기 때문에 이 앨범의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 <보컬>은 지난 2005년 <아이다>로 데뷔한 이후 2015년 <마리 앙투아네트>에 참여할 때까지 10년 동안 옥주현이라는 배우가 어떤 곡선을 그려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앨범이다. 옥주현은 수많은 난관을 뚫고 뮤지컬 무대에서 자기 증명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가수 중 한 명이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많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뮤지컬에 도전하지만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이는 드물다. 아이돌 개개인의 역량 문제도 있고, 아이돌을 향한 편견 역시 작용한다. 핑클의 보컬이었던 옥주현이 뮤지컬에 처음 도전했을 때도 그런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 언제나 존재하는 일군의 안티팬, 아이돌 출신이라는 딱지 아닌 딱지까지.

그러나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옥주현이 그만큼 선명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의 곁에 안티 이상으로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몰려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아이돌 출신도 뮤지컬을 잘할 수 있음을 옥주현은 보여주고, 들려줬다. 그 난관을 어떻게 뚫고 왔는지, 결국 지금 어떤 자리에 올라와 있는지를 옥주현은 노래 한 음 한 음마다 싣고 있다. 옥엘피(옥주편+엘파바)가 부르는 '중력을 넘어서(Defying Gravity)'가 특별한 것도, 그녀만의 이야기가 담겨 더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부르기 때문이다.

빛나는 별처럼 그녀가 거친 여러 필모그래피, 여러 배역 중에서 특히 그녀가 빛을 발했던 건 <위키드>의 엘파바나 <엘리자벳>의 엘리자벳처럼 주체적이고 강인한 캐릭터였다. 주변 난관과 부딪혀 이겨내고자 했던 그의 이야기가, 그가 맡은 배역과 맞물리며 더 강하게 공명했다.
빛나는 별처럼그녀가 거친 여러 필모그래피, 여러 배역 중에서 특히 그녀가 빛을 발했던 건 <위키드>의 엘파바나 <엘리자벳>의 엘리자벳처럼 주체적이고 강인한 캐릭터였다. 주변 난관과 부딪혀 이겨내고자 했던 그의 이야기가, 그가 맡은 배역과 맞물리며 더 강하게 공명했다.포트럭주식회사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두 번째 CD의 마지막 트랙은 '나는 나만의 것(Ich Gehor Nur Mir)'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킬링 넘버이자, 황후 엘리자벳이 더 이상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하는 노래.

"그래 알아, 당신들 세상에서 난 어울리지 않겠지. 하지만 이런 날 가둬두지 마. 내 주인은 바로 나야. 저 하늘 저 별을 향해서 가고 싶어.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갈래. 난 나를 지켜 나갈 거야. 난 자유를 원해.

난 싫어, 그 어떤 강요도 의무들도. 당신들의 끝없는 강요 속에 내 몸이 묶인다 해도, 내 영혼 속 날개는 꺾이지 않아. 내 삶은 내가 선택해. 난 이제 내 삶을 원하는 대로 살래. 내 인생은 나의 것. 나의 주인은 나야. 난 자유를 원해." - 뮤지컬 <엘리자벳> '나는 나만의 것' 중에서

혼란했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오스트리아 황궁의 별이었던 엘리자벳처럼, 옥주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매번 분투하며 무대에서 별처럼 빛난다. 옥주현이 부르기에 더 특별한 이 노래는, 별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는 그녀의 향후 10년을 기대하게 만든다. 과거 10년이 그랬듯이, 앞으로의 10년도 그리 순탄치 않을지 모르지만 무슨 상관이랴. 매번 그랬던 것처럼 멋지게 뛰어넘을 텐데.

<보컬>은 '첫 번째' 실황 앨범이다. 충실하기는 하지만, 당시 콘서트의 볼륨과 스케일을 모두 담기에는 다소 부족했던 것도 사실. 그래서 두 번째 앨범이 나온다. 옥주현의 소속사인 포트럭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9월 초 발매를 목표로 열심히 작업 중이란다.

앨범 < VOKAL+ >의 이미지 옥주현 뮤지컬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의 실황 음반인 < VOKAL+ >가 지난 4일 발매됐다. 소속사에서 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물량이 소진되어 오프라인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아직 구할 수 있다.
앨범 < VOKAL+ >의 이미지옥주현 뮤지컬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의 실황 음반인 < VOKAL+ >가 지난 4일 발매됐다. 소속사에서 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물량이 소진되어 오프라인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아직 구할 수 있다.포트럭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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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 옥엘피 옥엘리 옥댄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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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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